▲ 지난 11일 오후 부산 중구청에서 ‘용두산공원 미래 100년 시민에게 길을 묻다’ 100인 원탁회의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미리 신청한 시민과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3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늘 시민들은 제3자 입장에서, 개발의 대상으로서만 멀리 떨어져 용두산공원을 대해왔다. 지금이라도 용사모(용두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도 만들어 용두산공원을 가꿔나가자”

지난 11일 오후 부산 중구청에서 열린 ‘용두산공원 미래 100년 시민에게 길을 묻다’ 100인 원탁회의에서 한 참가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0년이나 된 용두산공원에 그동안 시민모임이나 단체 등 공원을 아끼고 가꾸는 주체가 없었다는데 아쉬움을 토로했다.

회의를 주최한 부산그린트러스트는 100인 원탁회의를 시작으로 100주년 기념 범시민위원회를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의 100년 자산인 용두산공원의 미래를 결정짓는 과정에서 시민들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공원 주인인 시민들이 공원의 구실과 가치를 찾자는 차원에서 마련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중구청, 부산일보사 주최로 열린 행사에는 미리 신청한 시민과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원탁회의는 두 개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투표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3시간에 걸친 긴 과정에도 시민들은 쉬는 시간도 따로 없이 열띤 토론과 투표를 진행했다.

오홍석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사장은 “살아있고 깨어있는 시민 정신을 보면서 부산의 미래에 희망을 느낀다”며 “오늘 참가자들이 담아낼 향후 100년의 비전이 앞으로 우리의 시행착오와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건강한 시민 의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정체성’…용두산공원 의미부터 찾아야
첫 번째 주제는 ‘용두산공원의 아쉬운 점이나 부족한 점’이었다. 시민 중 56% ‘용두산의 정체성이 부족하다’며 용두산의 역할과 개성이 없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봤다. 애초 참가자들은 ‘볼거리, 놀 거리,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지만, 상호 토론을 거친 뒤에는 놀거리가 부족하다는 응답은 28%에서 18%로 줄었다.

이밖에도 시민들은 주차 불편, 시설 낙후, 편의 시설 접근성 등 부족, 노숙자로 인한 치안 불안, 홍보 부족, 지역 주민과 연계성 부족 등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용두산 공원이 현재의 시대적 배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두 번째 토론 주제는 ‘향후 용두산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냐’로 주최 측은 주변 지역까지 담아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해보고자 용두산공원이 아닌 용두산이라는 표현을 했다. 회의에 참석한 시민 중 51%는 ‘용두산 공원의 의미와 중요성, 정체성을 찾자’고 답했다. 첫 번째 주제와 마찬가지로 ‘정체성’에 주목한 점을 미뤄볼 때 용두산의 의미, 구실 등을 구체화 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밖에도 시민들은 축제나 먹을거리, 특색있는 공원을 조성하자(23%), 주변 지역과 연계하자(8%), 접근성을 확보하자(5%), 타워재생 및 편의시설이 필요하다(4%), 기타(노숙자 문제 해결 등·9%) 등 의견을 내놨다.

또한 현재 시설을 정비해서 유지할지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 재개발할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공원을 개명하자, 부산역에서부터 스카이 트레인을 연결하자, 녹지거점 구실을 해야 한다, 한국형 정원을 만들자 등의 구체적인 의견도 나왔다. (사)부산초량왜관연구회에서는 1907년 순종 임금의 행차 길인 어가길을 조성하자고 했다.

주변이 산업지역으로 조성된 현 상황에서 건축물 높이 제한 등 규제가 상당히 완화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잘 엮어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한 서세욱 목요학술회 회장은 제주도의 ‘생각하는 정원’처럼 특색있고, 한국적이면서도 부산의 개성을 담은 정원을 용두산에 조성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현재 경사면이 많아서 이용하기 불편한 점 등을 지적한 뒤, “용두산공원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과거 100년으로 돌려 놓는 게 필요하다”며 “이제는 지켜지는 공원으로, 100년 역사를 지닌 상징물로서 용두산공원을 이해하자”고 제안했다.

사전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중 37.2%,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강조

▲ 지난 11일 오후 부산 중구청에서 ‘용두산공원 미래 100년 시민에게 길을 묻다’ 100인 원탁회의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미리 신청한 시민과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3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부산시 중구 중앙에 있는 용두산공원은 1915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해 1916년 완공, 1944년 지정 고시된 된 부산의 첫 근대공원이다. 이곳은 조선 시대 초량 왜관이 있던 곳으로 부산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광복 전에는 일본인들이 신사를 세워 두었으며 6·25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산꼭대기까지 판잣집을 지었는데 2차에 걸친 대화재로 민둥산이 되었다. 지금은 척화비, 충혼탑, 4·19혁명 기념탑, 이충무공 동상, 부산타워 등이 있다.

사실 시민사회가 용두산공원과 관련 향후 방향을 고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토론은 지난 2013년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일보, 부산은행이 공동 주최했던 달팽이 공원 탐사단 행사와 관련 첫 탐방지였던 용두산공원을 다루며 도모되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등은 지난해 시민공원의 방향성과 관련 100인 토론회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바 있으며 이후 전문가 자문회의와 워크숍, 현장 방문, 설문 조사 등을 병행했다. 100인 원탁회의 개최에 앞서 부산그린트러스트와 코리아스픽스 부산센터는 지난달 18~23일 용두산공원 일대에서 일반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용두산공원의 아쉬운 점이나 부족한 점을 묻는 말에 가장 많은 응답자(27.3%)가 ‘다양한 볼거리, 놀 거리, 즐길거리’라고 답했다. 응답자 중 22.9%는 ‘화장실, 편의점, 벤치 등 편의시설’이라고 답했으며 이어 응답자 중 16.9%가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용두산공원이 가치 있는 장소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말에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역사관, 교육관, 아이들을 위한 공간 마련)’이라고 답한 이들이 37.2%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편의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15.9%,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9.9%로 나타났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용두산공원의 향후 100년을 그리는 데 ▲장소성 ▲역사성 ▲미래성 ▲민주성 등 네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100인의 원탁회의도 그 과정 중 하나다.

한편 부산시는 2011년부터 단계별 집행계획에 따라 ‘부산타워 전망대’ 등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보수 보강과 편의시설 정비 등 21개 분야에 150억 원을 투입해 용두산공원 재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진 않았으며 시는 이번 원탁회의에서 발표된 의견 등을 모아 발전방향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지난 11일 오후 부산 중구청에서 ‘용두산공원 미래 100년 시민에게 길을 묻다’ 100인 원탁회의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미리 신청한 시민과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3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부산그린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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