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군의 국가명승 제40호 소쇄원에서 드라마 촬영 중 문화재가 훼손됐다는 민원이 제기돼 문화재청이 조사에 나섰다. 해당 민원에는 소쇄원에 대한 공원화 추진, 잘못된 복원 공사 등 문제도 포함돼 있다.(본보 357호 “한국 전통조경의 꽃, 카메라에 짓밟혔다” 참조)

소쇄원을 만든 양산보의 15대 종갓집 후손인 양재혁씨는 지난 3일 오후 국민신문고를 통해 ‘드라마 촬영 중 문화재 훼손 행위가 발생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양씨는 민원을 통해 ‘촬영 때 소쇄원 진입로가 훼손되고 화학약품으로 만들어진 눈이 기와와 담장에 뿌려졌다. 스텝들이 광풍각 문을 열어 신발을 신고 들어가 방 안에 있는 물건에 손을 대고 지갑과 골동품 자사호를 도난당했다. 담양군 관계자 한 명 없이 방치된 채로 드라마 촬영팀에 의해 문화재를 훼손당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원에는 드라마 촬영 중 소쇄원에서 벌어진 사건을 들은 이들이 여러 명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민원에는 ‘소쇄원의 잘못된 복원공사’에 대한 지적도 포함돼 있다. 양씨는 ‘담양군 및 전라남도는 잘 보존되어야 할 문화재인 소쇄원을 그동안 공원화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다. 대대로 살고 있는 종가의 관계자와는 사전에 협의도 없이 무작정 잘못된 공사와 보수 관리를 하고 있다. 종손으로 해야 할 역할 또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소쇄원에서는 드라마 ‘설련화’ 촬영이 진행됐다. 사전제작 드라마 형태로 촬영된 드라마 ‘설련화’는 HB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아 추석 전후에 2부작 방영될 예정이다.

이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소쇄원 진입 도로 일부가 훼손되고 특수 효과를 내기 위한 인공 눈이 정원 곳곳에 뿌려졌다. 스텝들은 광풍각 마루에 신발을 신은 채 올라가 누웠고 크레인 등이 동원되면서 일부 식물 등이 훼손됐다.

양재혁씨는 이를 항의했고 촬영팀은 ‘군청에서 허가를 받았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대응했다. 양씨는 문화재 훼손과 절도, 소란 등 행위로 촬영팀을 경찰에 신고했고 촬영팀은 업무방해 혐의로 양씨를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문화재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신 소쇄원 인근에 거주하며 이를 지키고 있는 양재혁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이후 양씨는 촬영을 모두 마친 뒤에야 풀려났다.

국가 명승 40호로 지정된 소쇄원은 조선시대 별서정원 중 그 본래의 양식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 중 훼손 논란을 비롯해 최근 잘못된 복원과 훼손 등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양씨 등의 민원을 접수한 문화재청은 ‘이른 시일 내에 관계전문가 현지조사 등 면밀한 검토를 거쳐 조치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지난 10일 소쇄원으로 전문위원 3명을 보내 문화재 훼손 여부를 조사했으며 그 결과를 담양군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한편  ‘소쇄원’ 훼손 논란은 지난 16일자 발행한 본지 인터뷰 기사를 통해 앞서 보도된 바 있으며 종합일간지와 뉴스통신사 등에 잇따라 보도되는 등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 등 일부 기사 내용에는 HB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말을 빌어 ‘양씨가 금품을 따로 요구했다’는 대목이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양재혁씨는 이와 관련 “내가 금품을 요구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드라마 촬영 중 소쇄원이 훼손되었다는 점”이라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는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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