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옛 도심의 핵심부지인 종합경기장은 그동안 대기업 쇼핑몰 등 여러 압력을 받던 곳이다. 이를 공원화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전주시 재정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기업과 자본에게서 지역경제와 원주민을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것으로 본다. 시장으로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전주 조경업계 ㅇ씨)

전북 전주시가 도심의 심장부를 시민 공원화한다.

시내 중심가인 종합경기장 터(12만2000㎡)에 전시・컨벤션센터를 비롯한 호텔 등은 짓기로 했지만 쇼핑몰 입점만큼은 차단했다. 대신 그 자리는 민자개발사업 대신 자체 재원으로 시민 공원을 조성, 시민 품으로 돌아간다.

종합경기장은 전주 교통의 대동맥인 팔달로와 백제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지리적으로 도심 핵심부에 있다. 특히 전국체전을 위해 신축했던 지난 1963년 시민성금을 모아 만든 역사적인 공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조성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나, 시는 연간 4000여 만 명이 찾는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처럼 도심 속 ‘휴먼파크’로 만들고자 한다. 또한 대규모 숲을 조성, 열섬도시라는 불명예를 씻도록 할 방침이다.

전주시가 ‘개발 압력’ 떨친 이유는?
전주종합경기장개발사업 시민공원화 추진은 지역 소상공인 상권을 보호하고 시민 공공을 우선하겠다는 민선6기 김승수 전주시장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 계획대로라면 전시・컨벤션, 호텔 외에도 대기업쇼핑몰이 들어올 자리였다. 지난 2012년 6월 민선5기는 종합경기장 이전, 개발에 필요한 부족한 돈을 메우고자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롯데쇼핑을 민간 투자 개발사로 선정했다. ‘기부대양여’란 지자체가 토지와 개발권을 민간사업자에게 주는 대신 공공시설 등을 기부채납 받는 것을 말한다.

당시 개발사업자로 선정된 (주)롯데쇼핑은 1000억 가량을 들여 종합경기장 시 외곽에 야구장, 육상경기장 등을 기부하고 터 6만3786㎡를 넘겨받아 쇼핑몰, 호텔 등을 지을 심산이었다. 하지만 민선6기 김 시장 체제로 넘어오면서 쇼핑몰 입점은 물 건너간 거나 마찬가지가 됐다. 전시・컨벤션, 호텔 등은 그대로 가되 대기업 쇼핑몰만큼은 원천 차단 된 것이다.

이는 지역 상권 보호 때문이다. 전주는 다른 지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2013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역 내 소상공인종사자는 전체 시민 21만5427명 중 7만9670명으로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전국 소상공인 종사자 평균치인 31.6%보다 5.4%로 높은 거다.

때문에 대기업 복합쇼핑몰이 입점할 경우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소상공인들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관측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해 말 발표한 ‘대형쇼핑몰 출점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 자료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공단이 조사한 바로는 서울·경기 등 지역에 복합쇼핑몰이 생길 경우 그 부근 소매점 매출은 쇼핑몰 입점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가 쇼핑몰 입점이라는 상업적 개발 유혹을 떨치고 지역 상권과 원주민 보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김 시장 결단을 두고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가 해당 사업을 알리자 자영업 쪽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전북중소상인연합회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지난 16일 전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시장이)대기업쇼핑몰 입점폐기라는 공약을 지켰다”고 호평했다.

컨벤션·호텔은 예정대로…대체시설 등 과제
그러나 문제는 당면 과제들이다. 우선 행정자치부의 투·융자 심사 절차가 남았다. 애초 계획에서 달라진 만큼 행자부에서 기존투자사업으로 보지 않고 신규투자사업으로 판단할지도 모를 일이다. 신규투자사업으로 인식되면 행정절차가 까다로워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시 생태도시기획과 전시컨벤션 관계자는 “우리는 기존투자사업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본다”며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컨벤션센터 낙찰자 결정도 시급한 일이다. 시는 내년 2월 컨벤션센터 낙찰자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비관론을 견지하는 전북도청은 고개를 젓고 있다.

도청 관계자는 “올해 안에 낙찰자를 결정하지 못하면 이미 확보된 국비 70억 원마저 반납할 수 있다”며 “쇼핑몰도 들어오지 못해 적자를 면치 못할 게 관측되는데 어느 민간사업자가 선뜻 나서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전북도는 시 재원 확보 여부에도 못미더운 모습을 보였다. 시는 오는 2018년까지 공원 조성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호텔 등을 지을 계획이다. 이중 컨벤션센터 건립비는 683억 원(국비 295억, 시비388억), 호텔은 민자 사업개발로 지을 예정이다.

아울러 시는 전북도와의 양여조건을 지키기 위해 전주종합경기장 대체시설로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 육상경기장(1만5000석)을 짓고, 그 이웃에 야구장(8000석)을 지을 계획이다. 이 조성비만도 7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국비가 확보되지 않더라도 자체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도는 기 조성된 국비마저 날아갈 지 모를 판에 남은 사업비 충당 또한 어렵지 않겠느냐며 유보적 시선을 견지했다.

시 공보 관계자도 도와의 미묘한 견해차를 의식했는지 “전북도청과 문제를 푸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시의회와 협력을 얻는 일도 중차대하다. 시 컨벤션 전담 담당자는 “종합경기장 이전 사업계획변경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며 “오는 27·28일 임시의회에서 가타부타가 결정될 듯하다”고 말했다.

김승수 시장은 “시의회와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사람, 생태, 문화가 집합된 공원으로 종합경기장을 재생해 나가겠다”며 “전주의 정체성, 지역상권 보호, 도시재생의 미래가치를 지향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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