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7월이면 무궁화 꽃이 피기 시작하고 8월 광복절이 다가오면 무궁화축제가 전국에서 펼쳐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무궁화 시즌’이 찾아왔다.

최근 무궁화 관련 이슈는 ‘법제화’ 및 ‘대중화’에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무궁화법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에는 국회의원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나 제정법인데다 여타 국가상징물과의 관계성 등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풀지 못했던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해 홍문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은 종전 ‘국화법’처럼 독립법으로서가 아니라, 가장 필요한 부분만 규정해 ‘산림자원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것이다. 한층 가벼워졌고 그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림청은 앞으로 2020년까지 전국 지자체별로 1개소 이상의 대규모 무궁화동산 조성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궁화 법제화를 다룬 산림자원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또 한 가지 무궁화 관련 이슈는 ‘대중화’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국민들이 무궁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냐는 오래된 숙제이기도 하다.

국민들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무궁화’가 나올 수 있을지, 외국 사람들도 ‘Mugunghwa 또는 rose of Sharon’을 쉽게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볼 일이다.

무궁화가 국민들에게 더 사랑받지 못한 배경에는 조경가들의 책임도 있다.

많은 국민들은 무궁화를 진딧물 많고 관리하기 어려운 꽃, 수형이 예쁘지 않은 꽃 등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수십 종의 조경수를 배식설계할 때 외래종이나 외국의 국화는 빼놓지 않으면서 무궁화는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무궁화를 심어달라는 고객의 요구에 “진딧물 많이 생기는데 왜 심으려고 하느냐?”며 핀잔을 주는 조경인들이 있다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수십 년간 박형순 박사부터 권해연 박사에 이르기까지 우량한 무궁화 품종을 연구개발해 왔으며, 명품 가로수 길로도 손색없는 교목 형태의 무궁화도 보급하고 있다. 병해에 강하고 꽃이 예쁘며 수형도 좋은 무궁화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가가 나서 전국 지자체마다 1개소 이상씩 명품 무궁화동산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니, 조경계에서는 무궁화 품종별 특성에 맞는 ‘무궁화 설계기준’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유무형의 인프라를 준비하면 ‘무궁화 대중화’는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긴 시간동안 왜곡돼 왔던 ‘비호감 요소’를 어떻게 제거할 것이냐 하는 것 또한 큰 과제로 남아있다. 국화이기 때문에 ‘경건하고 엄숙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공원에서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중화의 첫 걸음이다. 누구보다 조경인들이 앞장서야 할 때가 왔다.

이제 8월이 되면 만개한 무궁화와 함께 전국 곳곳에서 무궁화 축제도 열릴 것이다. 특히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고 하니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다. 그러나 9월이 돼 꽃이 지고 10월이 오면, 우리는 또 무궁화를 잊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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