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라서 멀리 있을 줄 알았던 ‘도시공원 일몰제’가 올해 10월 1일부터 우선 해제가 진행된다. 정부 정책대로라면, 아직 조성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가능성이 없으면서도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장기미집행 부지를 먼저 실효시킨다는 계획이다.

2014년 현재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도시계획시설의 전체면적은 714,261,726㎡, 그중 미집행면적은 582,930,769㎡이다. 10월 1일 실효될 조건을 갖추고 있는 10년 이상 된 도시공원 면적은 511,925,777㎡이나 되지만, 상당수는 일선 지자체가 조성계획을 수립해 한 고비를 넘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10월 1일이 되면 많은 면적의 도시공원이 해제되고, 조성계획이라도 수립해서 해제되지 않은 곳들은 연명 후 또 다시 4년 안에 조성하지 못하게 된다면 단두대에 놓일 처지다.

도시계획시설은 공원녹지 말고도 도로, 항만, 철도, 학교, 공공청사, 하천, 유원지 등 도시에 필수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지만, 이들 또한 2020년까지 조성하지 못하면 실효되는 운명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도시계획시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도시공원’이다. 문제는 도시공원 집행 예산이다. 기획재정부는 도시공원은 지방사무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가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계획시설 가운데 유독 도시공원만 국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지 못한 채 온전히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으로 떠넘겨져 있다.

도로와 항만, 하천 등 다른 시설은 국가예산이 지원되면서도 유독 도시공원만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행 국토계획법과 도시공원법의 맹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금은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과거 지방사무로 이관시켜 버렸던 무책임의 자충수이기도 하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일선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20~30%에 머루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가가 외면하는 현실은 ‘이제 공원은 그만 만들라’는 메시지와 다름 아니고 무엇인가? 그동안 조경단체들도, 국토교통부도 지혜를 찾아봤지만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도시공원 일몰제는 성큼 다가오고 있고,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기한이 10월 1일까지 조성계획을 수립하지 않을 경우에는 우선 해제된다고 하는 상황이니, 첩첩산중이며 설상가상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시공원법의 한계를 넘기 위해 국가공원으로 지정해 지원하자는 국가공원법이 거론되고 있으며, 실행적으로는 도시자연공원으로의 전환, 민자공원 허용 등등이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예산을 대거 배정하거나 일몰제 법을 고치지 않는 한 뚜렷한 해법은 아니다. ‘도시공원 일몰제’ 이야기를 하면 답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배째라 기획재정부, 탐욕의 국토교통부, 무능한 지방정부, 위협받는 녹색복지, 추락하는 삶의 질, 우왕좌왕 조경계 등의 현실이 잉태한 결과물이다.

만약 지금 이 상황에서 ‘솔로몬 왕’이라면 어떤 해법을 내놓았을까? 친자를 가리던 두 여인에게 아이를 칼로 잘라 나눠 가지라고 판결해 울며 양보하던 여인이 친모임을 판명케 했던 그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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