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 유달산을 둘레로 벗한 유달동과 만호동. 이곳 원도심 시계는 ‘일제강점기시대’ 혹은 ‘근대역사’를 가리키고 있다. 시가지가 흥했던 때도 딱 그때다. 1897년 10월 목포항 개항 때 일제는 이 일대를 일본인들 거주지로 삼았다. 김문신 목포근대역사관 해설가는 “목포는 원래 땅이 없었다. 지금도 민어로 유명한 영란횟집이 있는 땅을 일본이 매립하고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주거지로 삼은 거리가 유달동이었다. 선창 쪽에 있는 만호동도 유달동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당시 모습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본영사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등이 식민지 시기의 잔상을 기록한, 대표적 건물에 속한다.

▲ 옛 일본영사관 건물 앞에서 내려다 본 목포 거리

지난 8월 찾은 옛 일본영사관은 1900년 12월 지은 건축물로 르네상스식 2층 붉은 벽돌로 지은 게 특징이다. 1981년 9월25일 국가사적 제289호로 지정된 이래 2014년 4월부터 목포근대역사관으로 탈바꿈했다. 건물은 옛 도심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전망이 좋은 건 말할 것도 없고 누가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주변 동향을 금세 파악하기 좋은 위치다. “일제 때 순사들이 조선인들을 감시하기 편한 곳이죠.” 전망 좋은 곳임에도 해설가 설명을 들으니 을씨년스럽다. 명치끝을 서늘하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영사관 뒤편엔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폭격 대비용으로 만든 대규모 방공호가 있다. 강제동원 돼 처참한 몰골로 땅굴을 팠을 조선인들 모습이 실사크기로 전시돼있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전남도지정 문화재 제174)은 당시에는 번화가였을 네거리 부근에 있다. 일제강점기 때는 조선인들에게 강제로 빼앗은 토지를 소작인에게 빌려준 뒤 50%가 넘는 고율의 소작료를 징수했던 곳이지만, 현재는 강압 수탈 현황 및 항일운동사 등이 기록된 목포근대역사관 별관으로 쓰이고 있다. 건물 주변으로 일본식 가옥이 군데군데 보이고, 어느 집은 이제 막 이사를 왔다. 짐 나르는 사람들이 열어둔 대문 안으로 일본식 정원이 보인다. 누군가 별장으로 쓰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꾸밈새가 남다르다. 이사하느라 바쁜 집 풍경과 근대역사관을 찾은 탐방객들 외에는 움직이는 사람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 오른쪽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점 건물(현 목포근대역사관 별관) 주변 거리가 휑하다.
▲ 문을 닫은 한 상점이 목포 유달동, 만호동 등 원도심의 쓸쓸함을 더하고 있다.

드문드문 사람 손길이 있은 지 오래인 것 같은 폐가도 보이고, 전반적으로 적막함이 감돈다. 이 같은 정체된 분위기에 탐방객 중 한 도시재생 관련 박사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며 담담해한다. 멈춰있는 것 같은 모습이 여느 중소도시 옛 도심 분위기와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목포시청 관광과 담당자 얘기로 2014년 11월 기준 유달동 인구는 6385명, 만호동은 4083명이다. 유달동 만호동은 60대가 청년층일정도로 고령층이 많다. 부모들은 이곳에, 자녀들은 신도시에 사는 형태다. 경제활동은 어떻게 할까. 신안 섬 주민들이 배를 타고 이 일대로 나와 옷도 사고, 어선용품도 사가곤 하는데 그 기회에 돈을 번다는 게 또 다른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달동과 만호동처럼 원도심이긴 하나, 목원동 경우는 지난해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며 개발 박차에 한창이다. 기존에 이미 두터운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 상인연합회의 목소리도 세고, 그만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관심도 받고 있다. 반면, 유달동 만호동 발전 방안에 대한 시동은 더딘 듯하다. 뼈아픈 역사성이 문화재 형태로 보존된 곳이라 개발할 여건도 쉽지 않다. 살길은 관광자원으로 가늠되지만, 시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은 모호하다. 관계자는 “저희는 도시재생 측면에서 목포시 전반을 본다”며 “이 일대 선창에 있던 수협이 2018년 북항 쪽으로 옮겨가면 상권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더욱 쇠퇴해질 것으로 보여 국토부나 전남도 심의를 받아 예산을 확보해 선창 주변 지역에 대한 활성화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유달동 만호동도 그 계획에 따라 개발될 것”이라는 건데, 이렇다 할 구체적인 그림은 얻지 못했다. 유달동 만호동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콘셉트가 아니라면, 시가 역점으로 둔 관광콘셉트에 편승하는 방향도 나오고 있다. 정대철 문화농업연구소 소장은 “유달동 만호동 뒤편이 바다라 풍광이 좋다. 유달산에 올라가면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며 시가 추진 중인 요트마리나 프로그램과 연계해 고급호텔단지와 배낭여행 숙박 등 등 투트랙 숙박단지로 개발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만호동에서 부모님이 횟집을 운영한다는 삼학도 보존회 활동가 조준호씨는 관광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시 등의 선투자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