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부터 4일간 순천만 정원에서 ‘텃밭정원으로 떠나는 힐링여행’이란 주제로 제4회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순천만정원이라는 장소성과 잘 결합되어 텃밭정원으로서 그리고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알리는 도시농업의 비전을 알렸다.

박람회장의 많은 홍보 부스들 틈에서 구억배추 모종과 토종씨앗을 나누고 있는 ‘토종씨드림’회원들과 농민들을 만났다.

구억배추는 제주가 원산지로 남도에서 잘 자라는 토종배추다. 토종씨앗에 대한 관심이 여러 도시농업단체를 통해 알려진 때문인지 박람회를 찾은 농부들에게 자주보리, 빵빵이초, 토종여주, 앉은뱅이밀 등 토종 씨앗은 여전히 반갑다.

토종씨앗이 최근 중요하게 부상하는 이유는 GMO(유전자변형농산물)종자의 위험성 때문인데, GMO농산물은 단순히 현재의 과학기술로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 측면만 경고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전세계의 씨앗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몬산토라는 기업이 GMO유전자에 특허를 내 종자 독점을 하면서 종자 식민화를 꿈꾸는 데 있다.

비록 내 땅에서 토종종자로 농사를 짓는다 해도 멀리 GMO재배 농장에서 날아온 씨앗이 떨어지면 지적재산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치른다. 그 씨앗을 채종하거나 재배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몇 년 전 유전자변형 카놀라씨앗이 캐나다의 한 농민의 농장에서 발견된 후 종자회사에 소송당해 벌금을 문 사례가 있었다. 이는 종자 독점을 넘어 식량 주권의 약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러나 종자를 상품화하거나 독점하지 않고 종자에 대한 권한을 공유한다면 이러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쯤 되면 구억배추처럼 전국의 농가에서 대대로 채종되고 있는 농가를 찾아 토종씨앗을 수집, 증식, 나눔하는 ‘토종씨드림’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감지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아직 한국은 GMO 종자 재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종종자는 아직 그 권한이 농민에게 있으므로 특정인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토종씨앗을 누구에게나 공개하고 나눈다면 종자주권,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희망은 있다. 도농상생의 길 한 가운데 서 있는 도시농업의 미래 또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