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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경의 길
[371호] 2015년 11월 05일 (목) 14:13:00 논설실 news@latimes.kr

조경이 위태롭다.

사통팔달 교차로에는 유독 사고가 많다. 각각 다른 길에서 들어와 서로 다른 길로 가려는 욕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사고 발생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모두가 지켜야 할 룰이 존재하고, 신호등 또는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이고, 실수요가 연동되는 시스템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교차로 입장에서는 여기저기서 밀려오는 사통팔달의 ‘흐름’이 존재하고, 그곳을 통과해 다른 곳으로 가는 이동자 입장에서는 교차로를 효율적으로 건너야 하는 ‘목적’이 존재한다.

조경이 가야할 길. 우리 주변에는 지금 어떤 신호등과 교통신호수가 놓여있는 것일까? 아니, 놓여있기나 한 걸까? 누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스템을 연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다시 ‘교차로’를 들여다보자.

급변하는 사회에서 대부분 산업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한 욕구가 상존하는 시대다. 더 이상 재래적 관점의 단일분야 산업으로는 존재하기 벅차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조경뿐만 아니라 산림·원예·건축·토목 등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목적지를 찾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영역을 지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현 사회에서 예측 가능한 것이다.

문제는 ‘조경 교차로’에만 유독 신호등도 없고, 교통신호수도 없으며, 미래 시스템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이 시각 여기저기서 각기 다른 목적으로 가지고 몰려든 수요들로 인해 마비가 될 수밖에…

최근 국토교통부가 건설기술자격제도를 변경하면서 조경계와 헙의도 없이 산림·원예기술자에게 동일한 자격기능을 허용한 것이며, 산림청이 산림기술자법안을 발의하면서 산림기술자 이외에는 산림사업을 할 수 없게끔 추진하려는 것하며, 환경부가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을 골자로 한 법안을 슬그머니 발의한 오늘의 상황은 ‘통제 불능의 교차로’인 셈이다.

이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국가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마비 상태에서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이 곳에 국가는 아무 관심도 대책도 없이 무방비로 놔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국가에게 신호등과 교통신호수를 배치하고, 미래 연동 시스템을 개발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이동자’ 입장에서 조경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우리 또한 다른 분야의 교차로를 건널 때가 있다. 그러나 조경 교차로에 진입하는 다른 영역과 달리, 우리는 대부분 재래적 관습의 ‘목적’을 가지고 그곳에 진입한다. 충실히 그 영역에 맞는 룰을 습득하면서 그 신호에 맞춰서 건너 왔던 것이다. 간혹 새로운 룰이 생기거나 바뀌는 경우가 있어도, 거기에 순응하고 적응하면서 살아왔다. 그래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변화하는 시대와 산업 흐름에 맞게 우리도 ‘목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단순히 경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개척하기 위한 시도들이 과감하게 이어져야 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 연속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 융합하거나 개척에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한 필연적 결과다.

‘조경의 길’은 더 이상 우리가 전통적으로 걸어온 곳에 있지 아니하다. 그리고 재래식 방법으로는 더 이상 ‘조경 교차로’를 원활히 소통하게 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미지근하고 야금야금 변화되는 상황에 너무 쉽게 적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이라도 박차고 뛰쳐나가지 않으면 이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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