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공원의 조성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나누는 국제심포지엄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용산공원 시민포럼 준비위원회 주최·주관으로 열린 용산공원 국제심포지엄에서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내놓은 답은 ‘시민 참여로의 용산공원 조성’으로 귀결됐다. 조경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용산공원 시민포럼 준비위원회 위원은 이에 대해 용산공원 조성을 위한 시민의 적극 참여가 필수여야 하며 이를 위해 트러스트 조직 구성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용산공원 국제심포지엄이 11월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국내 공원 계획에 참여하는 전문가들, 용산공원에서의 활동가, 국외 공원 전문가들과 함께 모여 용산공원의 미래를 논의했다. ‘용산공원의 미래-공원 운영관리와 시민참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국제심포지엄에서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용산공원 시민포럼을 발족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밝혔다.

▲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용산공원 국제심포지엄에서 제프 베일리 시드니 하버 트러스트 사무총장이 발표하고 있다.

김영민 교수는 “용산공원 계획의 잦은 변화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 보류로 용산공원의 방향도 변경될 필요가 있다. 1~3단계로 조성되는 용산공원의 활용도 또한 중요하다. 기존 공원 인프라를 개방하고 시민 반응을 살피며 의견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영 WEST8 조경가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 결정 이후 부지의 공원화와 활용 방안에 대해서 여러 단체별·기관별로 계속 논의가 있었지만, 시민조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집단이 자발적인 힘의 결집으로 용산공원 조성에 참여해야 한다”며 시민의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의견 개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이강오 서울 어린이대공원장은 “용산공원은 역사적인 가치와 더불어 근·현대사회의 우리 삶이 담겨있다. 이것을 풀어내고 실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용산공원 조성에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세계적인 네트워크도 함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산 미군기지에는 현재 있는 21개 문을 넘어 모두에게 늘 열려있는 상상의 문을 상징하는 22번째 문이란 뜻의 ‘GATE22’라 이름 지은 홍서희 GATE22 예술가는 “용산 미군기지의 현실을 파악하고 현재와 연결, 미래 용산공원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용산기지의 폐쇄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국 도시공원 계획·운영관리 사례 발제자 중 먼저 미국 프레시디오 트러스트에서 활동 중인 마이클 블랜드씨는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공원, 21세기 공원으로의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미군 땅이던 샌프란시스코의 프레시디오 지역은 1989년 폐쇄된 후 주민이 막개발을 막고 국립공원을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다. 원래 프레시디오 지역은 값비싼 부지여서 개발 압력이 높았다. 이 때문에 프레시디오 트러스트는 이 지역에서 방문객이 가지 않을만한 공간을 먼저 임차해 공공 서비스 공간과 사무실 공간으로 만들고, 전체 공간 중 중요한 지역은 숙박시설이 들어서도록 남겨놓았다. 미군 땅에서 폐쇄된 지 15년간 정부가 프레시디오 트러스트에 재정지원을 해줬고, 10년만에 자립할 수 있었다. 이후 프레시디오 트러스트는 공공산책로, 시설물, 캠핑공간을 만들어 활용했다. 현재 이 지역 전체에는 1만3000여 채의 주택이 있으며 프레시디오 트러스트 매출의 50%가 임대료다. 이곳의 주택을 임대한 이들은 기본적으로 건물 개보수를 스스로 한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만 들어올 수 있었다. 프레시디오 트러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본 지출이 줄면서 임차료를 올리는 시스템으로 소득을 충당한다며 운영 사례를 이야기했다.

제프 베일리 시드니 하버 트러스트 사무총장은 ‘시드니 하버 공원, 자족적 공원을 위한 사례’로 1990년대 주둔하던 군대의 철수 이래 광범위한 지역 커뮤니티가 지역 재개발을 막고, 정부 주도로 시드니 하버 페더레이션 트러스트를 발족시켰다고 말했다. 시드니 하버 페더레이션 트러스트는 이 부지의 재건과 함께 유산을 보존하며 공원으로 개방했다고 이야기했다.

제프 호우 미국 워싱턴대학 교수는 ‘시애틀 맥너슨 공원, 도시의 확장 가능한 공간’을 주제로 50여 년 해군 항공기지였던 맥너슨 일대가 1970년 폐쇄된 이래 시애틀시장은 공원 조성 시민위원회를 위촉했다. 1999년 대형 놀이터와 커뮤니티 정원, 호숫가 수영장, 공공보트 램프, 애견 운동장, 야생동물 서식지 등이 생겼다. 시애틀시는 공원에 남겨진 여러 건물을 예술, 환경, 레크리에이션 등 비영리 조직에 임대하며 좋은 경영 실적을 낸다고 말했다.

▲ 공원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이 용산공원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 공원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이 용산공원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이어서 열린 토론에서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는 “독립성 있는 단체가 없으면 시민이 원하는 공원이 될 수 없다. 현재 국가공원으로 조성되는 용산공원이 과도기를 거쳐 운영권이 지방정부로 와야 제대로 된 공원이 완성될 것이다. 조성될 땅 내부를 모른 채 완성된 공원을 만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또한 “시민참여와 거버넌스는 ‘시민권’에서 출발한다. 용산공원이 현재 미국 땅이지만, 이전이 확정된 이상 폐쇄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만지고 보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프 베일리 사무총장은 “서울은 커다란 개발 압력을 받고 있다. 시내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용산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다. 공원은 도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서울의 중심인 용산 미군기지 일대를 공원화해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용산은 국민 개개인에게, 또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공원화 확정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 꾸준히 압력을 가해야 하며, 당국은 지역주민에게 땅을 개방하고 오염 상태에 대해서도 파악하게끔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용산공원 국제심포지엄을 갈무리하며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결론은 용산공원 조성을 위한 트러스트 구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으로 모인다. 앞으로 만들어질 용산공원은 도시의 희망, 서울의 희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매듭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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