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조경사회와 (사)한국환경조성계획협회는 당초 한 가족이었다.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서 (사)한국조경사회는 국토교통부 산하 단체가 됐고 (사)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는 환경부 산하 단체가 됐다. 발족 당시에는 두 단체의 회장을 한 사람이 겸직을 했을 정도로 한 지붕 아래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부에서 자연환경에 관한 일과 제도가 생기고부터 두 단체의 전공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가기술자격 중 환경·에너지 직무분야에 자연환경관리기술사, 자연생태복원기사와 산업기사 그리고 환경기능사 자격제도가 신설되고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자연환경보전사업이 매년 수백억 원 규모로 생겨났다. 그러는 사이 환경부에서는 조경이라는 단어 사용은 공공연하게 금기어가 됐고 조경과 자연환경분야는 별개의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얼마 전 환경부 출신인 한기선 자연환경기술사회 회장의 “자연환경보전사업은 조경공사와 다르다.”라는 표현이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사)한국환경계획협회가 ‘자연환경복원업’의 입법추진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생태관광공원, 생태탐방로, 생태놀이터 등의 사업으로 약 15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가지고 있으며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자연환경복원업이 생겨야 가능하다는 논리다. 자연환경복원업을 영위하고자하는 업체의 대부분이 조경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경기사에게도 문호가 개방되어있어서 사업을 위해서는 자연환경복원업이 신설되어야한다는 주장이다. 관련업이 신설되지 못하면 이 일은 토목공사 중 하천공사나 토공사 등으로 발주가 되는 악순환이 되기 때문에 간절히 원하고 있다.

반면 (사)한국조경사회는 자연환경과 관련하여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조경공사 표준시방서에 생태복원에 대한 내용이 있듯이 자연환경복원분야는 환경부 일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일이라며 신설업종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참고로 조경공사 표준시방서 제7장 생태복원에는 생태복원 일반, 자연친화적 하천조성, 생태못 및 습지조성, 훼손지생태복원 및 복구, 비탈면 복원, 생태숲조성, 생태통로조성 등에 대한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오랫동안 자연환경복원업 신설에 대한 반목이 지속되면서 수시로 얼굴을 마주하던 조경인들이 자신의 주장과 다른 사람들과 조금씩 불편해졌다. 그러다가 1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자연환경복원업 신설 법안이 상정되면서 논란이 수면으로 크게 떠올랐다. 지난주 (사)한국조경사회가 개최한 제12회 조경기술세미나 행사장에서 나온 첫마디가 자연환경복원업 신설법안이 국회에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반대의견을 내세워온 조경사회와는 사전에 조율이 없는 상태여서 법안상정이 된 것인데 하필이면 백여 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서 이 소식을 들은 집행부는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기사 마감 시간에 쫓기던 한국조경신문도 예민한 부분의 표현을 제대로 정리를 못한 채 현장 분위기에 편승하여 기사를 게재했다. 그리고 이후 조경신문의 전화기는 불이 났다. 두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서 항의 및 격려전화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는 정치권이 밤낮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조경계도 지금 그런 상태가 아닌가 싶다. 조경관련 단체장들의 대화를 촉구하는 조경계의 원로, 중진들의 요청에도 아직 꿈쩍을 하지 않는 상황도 그렇고 조경계의 초미의 관심이 되는 법안을 상정하는데 공청회나 세미나 한 번 없이 불쑥 들이밀어진 법안이 환영받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4대강 조성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조경공사도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토목공정에서 조경을 취급한 영향이 크다고 하는 말이 많다. 이는 조경이 독립된 건설공사로 대접을 못 받다보니 생긴 부작용으로 본다. 따라서 조경계는 조경의 전문성과 가치를 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며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토목 건축분야에 예속이 되고 만다. 그런 조경의 미래를 위하여 조경계의 대화가 필요하다. 한 지붕 두 가족에서 두 지붕 남의 가족으로 가게 되면 공멸하게 된다.

각 단체장들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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