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가 주최한 ‘부산역 창조경제 거점공간 조성 국제설계공모’에서 김대중 설계팀장이 이끈 간삼건축과 니켄세케이 컨소시엄이 1등을 차지했다. <사진 장은주 기자>

김대중 설계팀장이 생각한 부산역 앞 공간은 과거 100년의 역사, 향후 100년의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두 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을 조성했고 그 광장의 시선 또한 ‘랜드스케이프’가 주도한다.

부산시가 주최한 ‘부산역 창조경제 거점공간 조성 국제설계공모’에서 김 팀장이 이끈 간삼건축과 니켄세케이 컨소시엄이 1등을 차지했다. 그가 기획한 부산역의 ‘과거 100년, 미래 100년이 교차하는 플랫폼’ 작품에 숨겨진 애정을 살펴봤다.

 

창조경제 거점공간, 랜드스케이프로 해결

발주처인 부산시는 ‘도시재생’을 담을 수 있는 창조공간을 원했다. 프로젝트 공고에 따르면 IT, 창업, 지식 등 창조경제 산업의 기반이 되는 ‘창조경제 거점공간’으로서의 부산역을 바라봤으나 당선작은 부산역을 ‘소통하는’ 광장으로 시각을 달리했다. 랜드스케이프를 최대한 활용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게 하고, 건물을 땅 아래로 넣어 외부와 내부가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한 교통 광장의 역할을 넘어 ‘문화광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아래 건물들은 향후 100년 동안 이용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김 팀장은 “과거 100년의 특징과 향후 부산이 나아갈 100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디자인 콘셉트을 잡았습니다. 부산다움, 창조공간, 도시재생의 세 가지 공통점은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결과 4개의 콘셉트가 도출됐습니다”라며 설계 배경을 설명했다.

 

‘보이고 보여주기’ 시선 교차하는 광장

광장 설계에 있어 가장 핵심은 ‘시선 처리’다. 부산역을 나와 도심을 바라볼 때, 이곳은 탁 트인 광장으로 인식된다. 부산역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계단형 광장은 시선이 아래로 흘러 멀리 광고판, 멀티비전 등도 보인다. 안에서 바깥으로 시선이 흐른다. 반대로 밖에서 안으로 시선이 흘러 이곳에서 이벤트를 열었을 경우 효과는 극대화된다.

외부에서 부산역으로 향하는 반대의 시선은 광장 아래에 숨겨진 크리에이티브 센터(Creative Center) 내부가 들여다 보인다. 부산역사-Creative Center-광장-선큰-지하로 연결된 동선이 입체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상업-창작-교류-전시 등 공간별로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한 동선이다.

김 팀장은 “광장을 중심으로 시선이 확장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무조건 비우는 전략만을 선택하지 않고 선큰, 플라자 등을 이용했습니다. 2명, 10명, 50명, 100명, 1000명, 10000명이 오더라도 개별 공간 및 전체광장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공간 구성에 애썼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대중의 ‘랜드스케이프’ 그리고 광장 철학

그가 바라보는 땅과 건물은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경쟁적으로 땅에서 튀어나가려고 하는 건물보다 전체적인 경관과의 조화를 기초로 광장을 바라봤다. 또 의미 부여에 중심을 두기보다 ‘무엇이든지 담을 수 있는’ 광장에 초점을 맞췄다. 그 가운데 랜드스케이프가 있다.

김 팀장은 “보통 설계가들이 공간에 대한 한계를 정해놓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건물에만 집중시키기 때문에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죠. 그러나 시선을 분산시키고 전체와의 조화를 고려한다면 당연히 랜드스케이프에도 애정을 쏟게 됩니다. 왜 꼭 랜드스케이프는 바닥에만 한정돼 있어야 하는 거죠? 랜드스케이프를 땅에 한정짓지 않고 시선을 다르게 할 수도 있는거죠. 시선을 분산시키고 시각을 달리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독특한 자신만의 설계철학에 대해 전했다.

 

“내 딸이 부산역광장에서 프로포즈를…”

과거 100년의 역사를 부산역에서 출발했듯이, 앞으로의 100년 또한 변화하는 이곳의 주인이 시민이 되길 바란다. 특히 이곳의 밤을 환하게 비춰줄 조명계획은 6000개에 달하는 조명을 시민의 이름으로 기부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빛’, ‘우리별’을 찾는 시민의 모습을 상상한다.

김 팀장은 “경쟁심사 PT시간에 빠트린 말이 있었는데, 내 딸이 있다면 이곳 부산역광장에서 프로포즈 받을 정도로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또 부산역 광장 안으로 지역 상인들이 들어오는 것도 창조경제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오사카역에 내리면 타코야끼가 있고, 규슈에 가면 라멘이 있듯이 부산역에도 ‘어묵’을 세계적인 먹을거리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상업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공간으로 탄생하기를 희망합니다”라며 자신의 소망을 전했다.

 

부산 매력에 흠뻑…‘부산다움’ 표현하고파

일본 대학교에서 건축공학 석사를 마친 김 팀장은 우리나라 이공건축에서 근무 후 2003년부터 일본 니켄세케이 본사 및 한국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신세계본점 신축설계, 송도 포크스건설 신축설계 등에 참여했고, 일본과 중국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위해 4년 가까이 부산에 머물면서 부산사람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김 팀장은 “부산이라는 곳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부산다움’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과거 100년동안 인구 100배가 늘어난 곳이 부산이에요. 외래문물이나 외부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아 매력있어요. 식민지부터 6.25까지 특수한 외부상황을 겪은 역사적 장소라는 점도 ‘기억’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자 했습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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