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 명옥헌 원림(명승 제58호)

예로부터 담양 지방에는 가사문학의 영향으로 문인들이 교유하며 정자를 중심으로 문화 권을 형성하면서 다수의 정자원림들이 조성되었다.

이중 하나인 담양 명옥헌은 조선 중기 명곡 오희도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곳으로 그의 아들 오이정이 선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은둔하면서 자연경관이 좋은 도장곡에 정자를 짓고 정원을 조성했다. 명옥헌 원림은 산의 중턱 기슭에 있으며, 산기슭을 타고 내리는 계류를 끼고 있으며, 명옥헌 원림의 전면은 후산 마을의 고개가 낙타 등처럼 드러나 있어 시야를 가리고 있다. 중수와 관련된 기록으로 정홍명이 지은 ‘명옥헌기(鳴玉軒記)’가 전하고 있으며 계류가 바위에는 송시열이 썼다고 하는 ‘명옥헌계축(鳴玉軒癸丑)’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또한 명옥헌 뒤 언덕에는 도장사지(道藏祠址)가 남아있다. 명옥헌에 걸려 있는 ‘삼고(三顧)’라는 편액은 유비가 제갈공명의 초가를 세 번이나 찾았듯이 인조가 반정 직전 세상을 돌며 뜻을 함께 할 사람을 찾던 중 만난 선비 오희도를 인조가 세 번 찾아왔다는 뜻에서 붙인 명칭이라 전한다.

물 흐르는 소리가 옥이 부딪히는 것만 같다고 하여 정자 이름을 명옥헌(鳴玉軒)이라 불렀다 한다. 연못 둘레의 배롱나무는 여름이면 꽃이 피어나 마치 도연명이 말한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한다. 원림의 구성은 정원입구 지당부인 하지(下池)와 중간부분인 정사부(亭舍部), 그리고 정자 뒷부분인 계류역과 방지를 포함하는 상지(上池)의 3부분으로 되어 있다. 하지는 서북쪽 낮은 곳에 사다리꼴 형태로 위치하며 지안은 자연석으로 쌓았고 남쪽 못가에 있는 자연암반은 수면과 잘 어울리며, 하지는 비정형의 윤곽선을 지니고 있다. 이 연못은 자연암반의 경사지를 골라서 모서리만 둑을 쌓아 연못을 만들었으며, 최소의 인공을 가한 까닭에 연못의 형상이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보여진다. 특히 동쪽 산기슭에는 석축을 쌓아 수로를 만들고, 다시 흙둑을 쌓아 연못을 이루었다.

연못가에는 100여년 된 배롱나무가 20여 그루가 둘러져 있으며, 물의 투영현상을 이용하여 주위의 산수 경관을 연못에 담아 명옥헌에서 내려다보며 경관을 감상 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이 연못은 관상 목적뿐만 아니라 정원 남서쪽 저지대 논에 물을 대는 관개용 저수지 기능도 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에 순응한 조상들의 지혜를 잘 반영한 조선 중기의 전통원림 공간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 담양 명옥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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