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희주 시민정원사

한국조경신문사가 주최하는 남해 뚜벅이 투어에 초대를 받아 들뜬 마음으로 새벽길을 나섰다. 지난 2016고양국제꽃박람회 기간 동안 전시되었던 코리아가든쇼의 정원해설사로 함께 한 인연의 끈이 이어져, 남해의 푸른 바닷길과 녹색풍경들을 맘껏 둘러보고 느껴볼 수 있는 행운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5시간 버스의 흔들림은 잠시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맨 처음 육지에 오른 곳이라 해서 불리는 이락사에 들렀다. 푸른 육송은 할 말이라도 있는 듯하고, 돌담을 돌아 산길을 올라가며 유난히 윤기가 도는 동백나무 잎들을 연신 감탄하며 첨망대를 올랐다.
차량으로 이동하여 돌 틈 사이로 쏟아질 듯 피어있는 송엽국과 분홍빛 낮달맞이꽃이 흐르듯이 피어 반겨주는 빛담촌 펜션마을의 정원을 둘러보았다. 다듬어 가고 있는 진행형 마을이었다.
다랭이논 사잇길을 인간띠 두르듯 걷고, 논우렁이 산호 빛 알들이 넉넉히 보이는 논길을 걸어서 도착한 곳, 감동의 울림이 솟아나는 섬이정원은 남면 평산리에 자리한 다랭이논을 개간한 곳이었는데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천상의 정원으로, 가꾼 정원주의 집념과 남해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정원이었다. 숨바꼭질하듯 오르내리며 꽃들과 나무와 좋은 이들이 함께하는 섬이정원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진동초등학교를 문닫고 새롭게 단장한 해울림도농교류센터에서 묵은 다음날 아침, 물건리에 있는 물건리방조어부림 또한 산책하기에 참 근사한 해안숲이었다. 방풍림으로 팽나무와 푸조나무, 이팝나무, 모감주나무 등이 각자 자기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또 하나의 녹색띠로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이루는 멋진 장관이었다.
장아찌 누름돌로 제격인 듯 몽돌해안의 둥글둥글한 돌멩이들을 뒤로하고 남해여행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원예예술촌으로 가는 길은 몹시 설렜다.
보슬비가 내릴 듯 말 듯 한 적당한 날씨는 20여 가구의 홈가든과 주변을 더욱 아름답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였다. 눈을 놀라게 하고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림 같은 정원들이 우리들 앞에 우뚝우뚝 나타나 신문이나 영상물을 통해 보았음직한 풍경들이 펼쳐질 때마다 탄성이 나오며 연신 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음으로 눈으로 가슴으로 담아가고 싶어 작은 꽃망울부터 잎새까지 그들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영락없이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남해 사랑에 빠져 십여 년 동안 땀으로 녹아내린 그들만의 사랑방정식을 이해하고 싶었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곳 나 또한 우리 또한 짝사랑에 몸살 앓을 듯한 예감에 담아 온 사진 속의 모습들을 다시 세세히 살펴보았다.
건강하자! 공부하자! 소통하자!라는 이름표 위의 작은 문구가 돌아오는 길에는 더욱 소중하게 마음으로 자리했다. 남해의 아름다운 정원들이 한 동안 짝사랑처럼 떠오를 듯하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