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의 발달은 건축 재료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철과 유리 그리고 콘크리트가 그것인데 새로운 방식의 디자인 원리와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다. 발전을 거듭한 건축은 현대에 와서 시대의 큰 흐름과 변화에 따른 사회현상과 그 시대상황에 부응하여 많은 건축물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능에 치중한 건축물이 고유한 문화나 전통을 생각하지 않은 결과 오늘날의 많은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말았다.

서울이 대규모 도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자본이 몰려있는 곳이기 때문이며 많은 사람들이 집중되기에 충분한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에 따라서 주거문제가 뒤따르게 되고 좁은 땅과 짧은 시간에 해결하자니 공동주택이 최선이 아닌 차선책으로 선택될 수밖에 없었다.

공동주택이라는 주거환경은 인간의 인격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공 환경으로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로써만이 아니라 안정감, 신뢰감, 자아존중, 사회성 등에 영향을 주는 기본적인 환경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심각하다. 가깝게는 충간소음부터 일조권, 미기후 발생, 이웃과 단절, 밀집된 공간에 따른 사생활 노출 등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폭력과 범죄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감수하고 살고 있다.

공동주택과 별도로 주거와 상업시설이 복합된 형태의 주상복합건물이 많이 들어섰다. 윗층이 주거공간이고 4층 이하까지 허용되는 상업시설이 허용되는데 생활의 편리함과 조망의 잇점이 있는 반면에 비싼 분양가와 낮은 전용율, 비싼 관리비, 높은 재산세, 통풍문제가 있어서 선택에 많은 장애요인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도시의 새로운 진화모델로 불리는 주거복합단지(MXD:Mixed-Use Development)형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파크하비오가 대표적인 주거복합단지다. 준공을 앞둔 이곳은 마지막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와관은 완성이 된 상태다. 주변 업무시설과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고 지하철도 적당한 위치에 있어서 입지가 좋으며 분양가도 주위보다 낮아서 객관적으로는 좋은 주거단지라고 할 수 있다. 그 규모는 연면적 603,760㎡, 지하5층~지상19층 건물이 15개동이 있고 아파트는 999세대, 오피스텔 3,470실로 대규모 단지다.

파크하비오 단지의 건폐율은 52.73%, 용적율이 598.24% 인데 이는 다른 단지에 비해서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상업지역으로 적용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건축물에 대한 SNS 평가를 살펴보니 “닭장 같다. 동간 간섭이 심하다. 답답한 모습이 도시에 장벽을 세운 모습이다.”는 등의 비평이 많았다.

필자가 송파대로를 가다가 이곳을 여러 번 지나면서 느끼는 감정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 같아서 살펴본 것인데 한마디로 답답하고 억눌린 감정을 지울 수가 없다. 어린이를 좁은 공간에 장기간 방치하면 아동폭력이 되고 이 아동은 폐쇄된 공간에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성장하면서 성격형성과 사회성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이런 걱정이 앞선다. 어른들도 폐쇄된 공간에 오래 있게 되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많다고 하는데 어쩌다 이런 느낌을 주는 건축물이 생겨났는지 불안하다.

대도시 한 블럭을 가로지르는 명박산성(2008년 촛불시위 때 시위대와 전경과의 충돌을 원천 차단하기위해 도심에 설치한 컨테이너박스 바리케이트를 칭하는 말)같은 건물장벽은 친환경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상’을 수상한 송파구의 자랑에 먹칠을 한 것이며 두고두고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고 한류를 국제화하여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어 미래에 살맛나는 도시로 거듭나자는 구호는 여기서는 접어야 할 것 같다. 환경과 인간성을 도외시하고 기능과 상업성에만 몰두한 건축의 폭력성을 고발하며 앞으로 이 답답한 고통을 감수해야할 후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