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군(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푸른조경팀장·조경기술사)

금년 1월 기상청은 ‘201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15년 한 해 동안 이상기후로 인한 각 분야별 피해현황과 향후계획이 주 내용이다. 이 중 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은 경기·인천·강원·충북·경북 등 5개 시·도 39개 시·군으로 농작물 7358ha에서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의 수원지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장마철을 포함한 5~9월 강수량은 지난 30년 평균의 35.5%로 역사상 유래 없는 가뭄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상 기온과 가뭄으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살아있는 식물이다. 수목과 초화 등 식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조경공사는 장기간의 가뭄에 의한 하자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공업체는 하자부담으로 도산이 우려되고 하자보수의 품질이 낮아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이나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국가 차원의 조경공사 수목 하자 통계나 피해규모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고 자연재해에 대한 하자면제 규정이 불분명하여 발주처와 시공사 간의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00지자체의 경우 지난 2014년과 2015년 2년간 공공분야 수목하자 피해 규모는 36억 원에 달하고 공동주택 등 민간분야 까지 포함하면 100억 원에 가까운 수목이 가뭄으로 고사되거나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지자제의 조경공사 수목하자 피해 규모를 추정하여 우리나라 전체의 현황을 파악해 보면 매년 수 천 억 원 이상의 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각한 수준으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이 전국 단위 조경공사 하자 통계 조사다. 현황조차 모르고 대책을 마련할 수 없기에 하자현황을 조사하고 하자 발생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석결과에 따라 대책을 수립하여 수목하자 최소화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수목 고사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와 하자를 자연재해로 인정하여 하자시공을 면제할 수 있는 기상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대부분의 조경 수목식재공사의 경우 수목이 고사하면 시공사에서 부담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시공 잘못으로 수목이 고사되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객관성이 부족하다. 준공이후 시설물을 인수 받은 발주처는 수목이 정상적인 생육을 할 수 있도록 관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수목이 고사한 경우 시공 시 하자로 떠넘기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목하자의 분쟁이 있는 경우 발주처는 정상적인 유지관리를 수행하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규정은 시공사가 하자원인을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다. 자연재해의 경우 어쩔 수 없는 가뭄으로 인한 하자라 하더라도 이를 인정할 구체적 기준이 없어 시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하자에 임할 수밖에 없다.

조경 수목에 대한 수급상황도 통계가 전무하다. 누가 어디서 무슨 수목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발주처는 식재공사의 나무 수급에 대해 캄캄히 설계를 해야 한다. 산나물이나 조경수 재배농가 등의 통계는 있으나 한 그루에 몇 백만 원이나 하는 조경수의 구체적 유통실태는 알 수가 없다. 현재와 같은 인터넷 시대에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천 원짜리 공산품도 바코드가 있는데 몇 백 만원 하는 조경수는 누가 수목을 생산했는지 이력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는 조경수 중개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조경공사의 수목확보는 지방에 있는 일명 나까마라고 하는 수목 중개인을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에 대한 자료가 빈약하다. 또 비양심적인 중개인들은 선수금을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어 종종 피해를 보는 조경업체도 발생한다. 조경수 중개인 제도를 도입해서 그들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수 있고 조경수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이들을 활용하여 조경수 통계를 실시한다면 조경수의 생산과 유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조경수 관련 통계를 실시해야 한다. 산림청에서 일부 데이터에 대한 통계를 실시하고 있으나 실제 설계나 시공 현장에서는 활용할 수 없는 통계자료다. 산림청이나 국토교통부에서 조경수 생산과 소비, 하자에 대한 통계를 실시하고 향후 예측되는 수요량을 산정하여 조경수 수요와 공급이 예측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수 십 년 동안이나 길러온 나무를 베어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조경수 생산과 식재를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하자통계가 이루어지면 고사원인 규명은 쉽게 할 수 있다. 가뭄이나 발주처의 유지관리 부실, 식재 부적기 식재, 식재지 불량, 수목식재 부실 등의 원인을 규명하여 각각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자연재해 즉 가뭄에 의한 피해인 경우 하자면제 규정과 구체적 기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식재기술 개발도 시급하다. 유공관 형태의 적정성, 관수시스템 개선, 절단된 뿌리분에 유균 상태의 부숙 퇴비 활용 등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수목식재 기술이 적정한지 연구하여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넷째 조경수 바코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큰 나무 조경수 생산과 유통의 이력관리를 위한 바코드를 도입해야 한다. 생산지와 생산자, 수령, 규격 등에 대한 자료를 바코드에 입력하여 조경수 바코드 인식기를 활용하여 필요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조경공사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바코드에 대한 연구개발과 지원을 중앙정부에서 부담하여 전국적으로 단일화 된 조경수 바코드를 도입해야 한다.

지난 40여년 조경분야는 많은 발전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조경분야는 위축되고 있다. 보다 나은 미래의 조경발전을 위한 노력이 적실한데 그 중 조경공사의 경쟁력 확보와 조경수 유통의 투명성 확보, 조경업종의 안정된 사업을 위해 정부는 발전적 정책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조경분야 학계와 업계 역시 스스로의 기술개발과 정보 공유, 제도개선 등에 참여하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는 전문분야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