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힐링 2호=2016년10월20일] 봄부터 달려온 기차가 어느덧 ‘가을역’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플랫폼에 있으니 캐리어 끌고 오는 청년, 눈물 그득한 시련의 중년, 무거운 짐을 들고 서 있는 아줌마, 잠든 아가 품에 안은 부부, 휴가 복귀하려는 군인, 이어폰 낀 채 휴대폰 쳐다보는 학생의 모습 등등을 봅니다. 그리고 가을역에는 혼자이거나 지팡이를 짚고 있거나 노부부이거나 세련된 모습이거나… 여러 행색의 시니어들도 서 있었습니다.

얼마 전 남양주시에서 열린 ‘실버모델 경연대회’에 다녀왔어요. 평범한 참가자들이 새로운 도전으로 자신감을 얻고 행복을 누리는 과정과, 곱고 아름답고 멋지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감동과 놀라움 속에서 ‘희망’도 선물해 주더군요.

시니어세대에게 자존감을 찾고 행복한 삶을 주는 프로그램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해 봤어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생활패턴에서 좋아하는 일과 활동을 만나 새로운 삶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존의 수동적 시니어 계층과 ‘스트롱 시니어(Strong Senior)’로 구분 짓는 차이점은 심리적 자신감에 바탕한 적극적 생활태도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건강과 경제적 능력, 자신을 중시하는 가치관 등 세 가지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평균수명은 높아지는데 정년은 앞당겨 지고 있지요. 명예퇴직, 임금피크제, 비정규직 등 이런저런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훨씬 단축되고 있어 실제 체감정년은 곧 ‘50세’마저 무너질 것만 같군요. 한국 사회에서 50세가 어떤 나이입니까? 우리나라가 그래도 괜찮을 만큼 인생 2라운드로 나온 시니어들이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안정돼 있을까요?

노인 1인 가구 증가, 노인 빈곤율 및 자살률 OECD 1위 등등 슬픈 기록이 오늘의 성적표입니다. ‘시니어문화’는 우리 사회공동체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인프라가 될 거예요.

이날 ‘실버모델 경연대회’를 통해서 ‘누구나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용기 있는 사람만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봤어요. 평범한 시니어들의 용기가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봄부터 쉼 없이 달려온 기차가 ‘가을역’에 머물 때, 서로 다른 개인의 시선을 멈추고, 웅크리고 있던 수많은 시니어들이 무대 위로 올라설 수 있도록 ‘응원’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 세월을 있게 해준 분들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자, 내일 더 따뜻한 세상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거든요.

▲ 정대헌(주간힐링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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