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형은 (주)지역활성화센터 대표

사람들은 아름다운 농촌경관을 좋아한다. 황금들판을 바라보며 가을이 왔음을 느끼고 노동하는 농부가 있는 들녘 풍경을 보며 감사해하고 석양에 마을저수지로 돌아오는 철새들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농촌경관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농촌경관을 가꾸는 활동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농촌경관가꾸기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쾌적하고 아름다운 정주공간, 생산공간, 여가공간을 보전하고 개선하여 다음세대에 계승하는 일이며 국토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일이다.

또한 삶터를 스스로 개선해 나가며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고취시켜 공동체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일이다.

그간의 농촌주민이 참여하는 농촌경관정책이 있었지만 경관관리 필요성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부족했고, 지원방안과 프로그램이 일률적이었으며, 주민들의 자발적 경관활동 촉진방안이 제시되지 못하여 많은 실효적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였다.

주민들이 농촌경관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도록 촉진하기 위해서는 주민을 중심으로 전문가, 중간지원조직, 행정의 지원 역할도 중요하다.

주민은 경관자원을 발굴하고 훼손된 경관자원을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마을의 경관을 가꾸어 나가는 주체여야 한다.

전문가는 주민들에게 경관활동의 기술과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주민들이 다양한 경관활동을 하도록 지식을 제공한다.

중간지원조직은 마을에 적합한 경관전문가를 연결해주며 행정이 지원할 수 있는 지원정책의 정보를 마을에 제공해준다.

행정은 마을주민들이 경관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지원하고 조례나 협약을 통해 주민들이 지속적인 경관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진안군은 ‘그린빌리지’, ‘참살기좋은마을가꾸기’, ‘으뜸마을가꾸기’, ‘소규모 국비지원연계’, ‘중대규모 국비지원연계’로 이어지는 단계별 마을만들기 지원정책을 수립하면서 주민들의 경관가꾸기 활동인 ‘그린빌리지’를 마을만들기의 시작으로 설정하였다.

첫 번째 단계인 ‘그린빌리지사업’은 1개 마을에 250만원의 활동비를 제공하여 소규모 경관활동을 하도록 하고 사업평가 후 우수마을을 평가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참살기좋은마을가꾸기’에 신청할 자격을 부여하였다. 303개 행정리 중 240여 개의 마을이 ‘그린빌리지’ 사업에 참여하여 주민들은 마을경관가꾸기 활동을 추진하였다.

그린빌리지사업은 경관가꾸기 활동의 필요성을 알려 신청마을을 발굴한 후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경관관리 교육을 진행하고 주민들이 소규모 활동을 실행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시작된다. 주민들의 경관활동이 개인정원에 국한되지 않도록 경관활동의 영역을 확대하고 전문가가 필요한 기술을 지원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경관가꾸에 참여한 주민활동을 평가하여 우수 마을을 선정하고 포상금을 지급한 후 지역사회에 홍보하여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지속적인 마을활동이 되도록 규약을 제정한다.

이후에는 마을 경관을 자원으로 마을축제나 도농교류 이벤트를 열어 주민들만의 경관이 아닌 도시와 농촌의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농촌경관으로 가치를 확대한다.

‘그린빌리지’사업에서 중대규모 마을사업연계까지 단계별 마을사업을 모두 추진한 진안군 원연장마을 사례를 보면 초기의 개인공간의 경관에 대한 관심이 공공공간에 대한 경관 가꾸기로 확장되고 이후 꽃잔디축제로 도시와 농촌주민이 함께 경관자원을 관리하고 공유하는 활동으로 확대되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경관가꾸기 활동은 3단계로 확장된다. 경관관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시작단계와 공공공간의 경관활동을 하게 하는 동기 부여의 확산단계와 주민들의 경관관리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제도구축의 유지단계가 있다.

시작단계에서는 개인들이 경관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웃과 경관의 문제를 조사하고 경관관리 대상과 방법을 논의한 후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고 소규모 경관개선 활동을 실행한다.

마을 경관 문제를 조사하고 공유하기 위해 마을을 둘려보며 사진을 찍거나 그림이나 글로 기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아이들의 눈으로 마을경관을 다시 보게 한 후 아이들 생각을 어른들과 공유한 후 어른들이 전문가와 행정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 제안을 실천하기도 한다.

강원도 인제 월학리는 꽃이 아름다운 마을을 가꾸기는 것을 목표로 개인 정원 가꾸기를 할 주민들을 모집한 후 함께 모여 각자의 정원 만들기 디자인과 수종 선정 학습을 한 후 출향 청년의 도움을 받아 각자의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은 점차 길가로 확장되었으며 마을 공터와 하천변까지 주민들의 식재활동 영역은 넓어져서 마을 경관을 바뀌고 있다.

확산단계에서는 경관관리 대상을 마을 숲과 하천으로 확장하고 주민들과 전문가가 협력하여 경관관리 방안을 모색한다.

또한 경관개선을 통해 나타난 효과를 외부에 알리고 주민들 자부심을 높이며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일본 나가노현 오부세정의 사례에서도 개인정원 가꾸기 활동 이후 자신의 정원을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오픈가든, 도로화단을 주민이 위탁 관리하는 도로화단입양제, 학생들의 학교화단가꾸기 등 공공공간으로 경관관리 대상이 확장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전국가드닝서밋을 통해 꽃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지역정체성도 만들고 외부전문가와 협력관계도 구축하였다.

김제시 화동마을은 주민들이 함께 하천 영화 만들기에 참여하여 수로 내 쓰레기 방치 문제를 인식하고 만경강 지류인 마을하천을 관리하는 활동을 하였다. 영화가 영화제에 수상되면서 마을이 외부로 알려져 주민들 스스로 하천을 포함한 마을 경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주민들의 자발적 경관 관리 활동이 시작되었다.

유지단계에서는 잘 개선된 경관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주민경관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마을규약과 약속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도시민과 교류활동을 통해 경관관리자를 확대해나간다.

경기도 이천시 산수유마을은 산수유나무 군락을 주민들이 스스로 관리하고 산수유 마을의 이미지와 맞지 않은 건축물이 조성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으며 산수유 축제를 통해 도시민들에게 산수유 마을의 아름다운 경관을 향유하게 하여 잠재적 마을경관 관리자를 넓혀나가고 있다.

농촌마을 경관을 가꾸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거주하는 마을주민이다. 그러나 고령화되고 과소화된 농촌마을 주민들이 경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가꾸는 활동을 하도록 촉진하기 위해서는 다른 노력도 필요하다.

행정은 주민들의 경관 가꾸기 활동을 지원할 단계별 프로그램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전문가는 주민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관활동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도시민들도 아름다운 농촌경관가꾸기에 관심을 가지고 관리 활동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이러한 관심이 마을주민들의 농촌경관가꾸기 활동을 촉진하고 주민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더 많은 경관관리자를 만들어내어 우리가 좋아하는 농촌경관을 유지하게 할 것이다.
 

▲ 농촌경관가꾸기는 삶터를 스스로 개선하며,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고취시켜 공동체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일이다. 사진은 농촌경관가꾸기 사업에 참여한 전북 진안군 마령면 장재마을 주민들 <사진제공 지역활성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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