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직 부산대 교수

농촌의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고 보다 양호하게 조성하기 위한 시도는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정부의 정책 또한 아름다운 생산경관의 형성을 장려하는 경관보전직불제에서부터 사라져가고 있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국가농업유산제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각도에서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관법이 개정되어 경관행정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아마도 경관계획의 수립에서 수립된 경관계획의 실행으로 경관행정의 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적으로는 경관정책기본계획이 수립되었으며 경관헌장 제정이 추진되는 등 바야흐로 경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도 높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주위를 돌아보면 과연 우리 농어촌의 경관이 제대로 조성되고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무엇인가 시도는 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더디더라도 방향은 맞게 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비단 이런 생각이 필자만의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농어촌경관 정책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겨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근본부터 다시 짚어야 한다.

우선은 경관에 대한 인식과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름답고 건강한 경관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 모두 인정해야 한다. 모두가 바라고 원하는 경관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소 귀찮더라도, 다소 번거롭더라도 다함께 지키고 실천해 나가야 가능하다는 점을 우리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공동체의 동의와 집합적 수고가 없이는 누구나 원하는 매력적인 경관을 절대로 이룰 수 없다. 그러므로 경관행정은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구성원 다수가 동의하는 내용과 형식으로 경관계획이 이루어지고, 이를 지켜나갈 수 있는 실행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경관계획은 어느 지역에서 어떤 내용의 행위들을 어떤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을 행위규제와 자발적 실천이라는 상반된 수단을 통해 실행하여야 한다.

정해진 기준을 지키지 않으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따르도록 하는 강제성도 가져야 하고, 불편과 수고를 감수하고 모두를 위해 경관을 가꾸려는 사람들에게는 지원을 가능케 하는 당근책도 함께 구사하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단순하고 쉬운 일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먼 길을 돌아왔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름답고 건강한 농어촌 경관은 사업을 통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경관의식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행위가 필요할 것이다.

첫째는 사람만들기다. 선진국들은 대다수 주민들과 경관활동 주체들 참여와 실천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가꾸어 나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력한 행위규제를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다소 번거롭고 비용이 들더라도 모두를 위해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 동의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상황에서 농어촌 경관의 방향을 되잡기 위해서는 지역의 경관미래상을 주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그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경관관리를 위한 소임과 의무에 대해 생각을 같이하고 기꺼이 실천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비경합적이며 배제 불가능한 어메니티 자원으로서 농촌경관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그 재화로부터 편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지불액에 비해 더 많은 재화의 편익을 얻으려는 ‘무임승차자(free-rider)’들을 줄여나가야만 농촌경관이라는 어메니티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둘째는 조직만들기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뭉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혼자서 하기 보다는 여럿이 같이 할 때 효과와 추진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했던 귀찮고 성가시더라도 아름답고 건강한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이 규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임을 주민들이 함께 인식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농촌지역 마을만들기의 대표적인 사례인 진안군과 완주군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들 지역의 마을만들기에 있어 경관은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자 매체였다. 경관활동을 통하여 공동체 정신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득증대로 나아가는 경관에서 촉발된 절차적 과정은 이들 지자체의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경관활동 조직은 공동체 활동의 출발점이다.

세 번째는 공동의 약속을 정하는 일이다. 경관계획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하세요라고 만들어 지역의 주민들에게 던져주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경관을 가꾸어 나가는 주체는 주민들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역에 진정으로 필요한 일, 주민들이 하고 싶어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우선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면 논의하여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경관계획은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약속을 함으로써 실행력을 담보하게 되며 약속하는 사람들이 많아 질 때 실천은 강화된다. 농어촌지역을 발전시키고 활성화하는데 경관을 주제로 한 공동의 약속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경관협정, 혹은 경관협약은 이웃과 마을에 대한 관심을 뜻하며 도덕과 양심이라는 개인의 덕목이 공동체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지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관은 사업을 통해 달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환기하고자 한다.

농어촌 지역에서 경관을 주제로 마을만들기를 하다보면 결국은 사람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경관계획과 경관활동은 사람을 만들고, 그들이 스스로 조직을 구성하여 능동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일로 귀결된다.
 

▲ 전남 영광군 홍농읍 지역의 경관자원 발굴을 위한 ‘주민참여 경관워크샵’모습. <사진제공 이유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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