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앞으로 지구는 1000년 밖에 더 못산다”고 말했다. 환경파괴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지구의 수명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에 터잡아 살고 있는 인류의 운명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긴박한 물음이기도 하다.

박상규 수풀리안 대표는 자신을 “저는 숲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소개했다. 2010년 회사를 창업하면서 이름을 ‘수풀리안’으로 지은 이유도 ‘숲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란다.

“수풀리안은 숲을 만들어 지구가 살 수 있는 시간을 1시간이 아니라 1분, 1초라도 늘려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이고 싶다.”

여기에 박상규 대표는 요즘 기발한 상상을 하고 있다. ‘숲을 위한 펀딩’이다. 이 펀딩은 묘목 2~3년생의 나무 1그루와 씨앗 또는 8~10cm 미만의 어린 모종을 1만 원을 받고 나누어준다.

나무 1그루는 행사 당일 나무심기 현장에서 심고 씨앗 또는 어린 모종을 집에 가져가 1년간 키워 이듬해 행사장에 가져오면 5000원을 돌려 준다. 다시 나무를 1그루를 심을 수 있는 것이다. 숲을 만드는 펀딩이고, 캠페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숲을 위한 펀딩’은 어떤 캠페인인가?

한마디로 ‘자연에 투자하자’이다. 나무를 키우고 심고 관리해서 숲이 만들어 지도록 함께 하자는 캠페인이다. 나무를 대신 심어주고 씨앗 또는 어린 모종을 우편으로 보내준다. 키운 나무는 이후에 직접 오지 못 할 경우 택배로 보내면 대신 심어준다. 우편으로 보낸 식물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경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5000원을 돌려 주지 못한다. 수익금은 적립하여 점점 더 많은 공간에서 숲을 만들어가 갈 계획이다.

‘숲을 위한 펀딩’ 캠페인을 시작한 계기는?

계기는 너무나 많다. 숲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계기, 조경시장 여건에서의 계기, 시민참여 경험에서의 계기, 우리의 시스템에서의 계기 등…. 이중 숲과 관련된 경험에서 만들어진 계기도 있다.

나는 숲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학교 다닐 때 은사님에게서 작은 나무를 빽빽하게 심는 방식에 대해 처음 배웠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보니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2007년 오크밸리 환경센터에 처음 설계 시공을 하게 되었다. 이후 2008년부터 ‘생명의숲’에서 진행하는 시민참여 나무심기를 통해 묘목을 이용해 빽빽하게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일들을 해 왔다. 지자체나 다른 기관과도 함께 숲을 만드는 일을 기획하고 진행도 해 봤다. 그럴 때마다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그중 가장 큰 아쉬움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나무만 심으면 그만이었다. 나 역시도 1년에 3~4번 방문해서 상태만 육안으로 파악할 뿐 관리를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였다. 바꿔보고 싶었다. 내가 심은 나무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 내가 심은 나무가 어떻게 자라 어떤 모습으로 숲의 모습이 되는지를 궁금해 하게 만들고 싶었다.

2013년 12월 도토리를 직접 주워 싹을 틔워 봤다. 싹을 틔우기까지 25일이 걸렸다. 전체 20개 중 12개만 싹이 올라왔으니 60%인거다. 사람들에게 씨앗을 나눠주고 키워오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했던 실험이였는데 의외로 내 감성을 자극했다. 매일 매일 나뭇잎 수를 헤아리게 되고 어제보다 얼마나 더 컸나 궁금해지고 실수로 나뭇잎이 꺽이게 되면 내 마음이 아파오고 집에 잠자리에서도 생각이 날 정도로 애착이 갔다. 만 원을 받고 팔기 시작했다. 도토리 한 알에 만 원. 도토리화분과 씨앗, 배양토를 패키지로 묶어 행사 사은품으로 팔아보기도 하고 매장에서 물건을 팔 때 도토리를 함께 팔기도 하였다.

2014년 5월. 그런데 500개 정도 팔았을 때 어느 행사장 사은품으로 도토리를 주자고 했더니 담당 주무관 왈 “도토리 한 알에 만 원? 너무 비싼 거 아니예요?” 포장하고 준비하고 하는데 원 재료값만 4000원이 들고 우리 직원 4명이 이틀 걸려 패키지 포장 하는데 원가 아무리 싸게 잡아도 7000원인데 너무 비싸다고 안 하겠다고 했다. 사실 단체에서도 별로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후 도토리 키트 상품은 매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이후 사람들은 단가에 대한 시비에만 관심을 갖더군요. 그래서 스스로 하지 않기로 했다. 기금을 만들어야 했다. 땅을 주면 우리는 함께 숲을 만들고 거기에서 만들어진 수익금을 모아 좀더 좋은 일에 사용해고 싶었다. 예를 들면 북한에 나무를 심는 일이나 창업카페를 만드는 일들이다.

‘숲을 위한 펀딩’의 현재 스코어와 캠페인 추진에 어려운 점은?

현재 40명이 참여를 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환경단체들과 연대하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지금은 서울에 2개 단체와 지방에 2개 단체 정도가 함께 하기를 원하고 있다. 본격적으로는 내년 4월 인천 용현동에 나무심기부터 시작한다. 아직 통장을 만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함께 하자는 시민단체들이 생겨서 이 단체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 나가기 위해서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공신력과 인력이다. 개인인 제가 하는데 누가 믿고 돈을 내겠나? 그렇기 때문에 시민단체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기획한 일만으로도 바쁜데 일개 개인이 제안하는 일에 시간과 인력을 소비할 여력이 없다.

나 또한 돈이 없어 전담 인력을 배치하지 못했다. 일단 돈을 모아보기로 했다. 2016년 10월 경기정원문화박람회장에서의 나무심기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함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부금처리가 어려워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것은 포기하였다. 그리고는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좀 더 많은 돈을 내고 싶어 하는 주위의 조경 설계 소장님들이 있다. 그분들은 다른 형태의 펀딩을 제안 했다.

조경계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연을 다루는 조경인들은 보는 눈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손으로 나무를 직접 키워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내 디자인을 이야기 해야하고 그분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분들은 모르는 경험, 그것이 바탕이 된다면 좀더 설득력을 갖지 않겠나? 그리고 새로움에 도전하라. 그래야 여러분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기성세대와는 달라야 한다. 좀더 적극적으로 당신을 세일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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