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컨테이너 조경수 생산기술이 개발됐다. 정용조 상명대 교수와 임병을 더 자이언트(주) 대표가 연구한 ‘컨테이너 모듈 성능평가’ 연구논문은 지난 가을 (사)한국조경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고, 조경학회지 44(5)호에 실려 관심을 모았으며 2016년 말에는 중소기업청 주관 ‘중소기업 기술개발사업(R&D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더 자이언트(주)가 개발하여 특허 등록한 이 기술은 ‘지중매립형 컨테이너 모듈 기술’이며, 이를 통해 ‘굿트리’라는 브랜드를 부착한 ‘컨테이너 모듈 조경수’를 생산하게 되었다. 아직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이며, 조만간 출시되면 조경수의 품질을 높이고 하자를 줄이는 등 조경분야의 선진화에 큰 이바지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정용조 교수

외국에서 일반화된 것으로 알려진 컨테이너 생산방식은 묘목이나 작은 규격의 조경수를 구멍이 뚫린 용기(Air Port 또는 Air Container)에 심은 후 지상에 존치하여 재배하는 것으로서, 관수 등 많은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외국에서는 주로 대규모 기업적 양묘로 운영되고 있으며 집약적이고 자동화된 관리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조경수 생산 농가의 95%는 부업 또는 겸업적 재배로서 매우 영세하고 인력에 의존한 채 운영되고 있기에 지상 재배에 따른 고비용과 잦은 관리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외국과 같이 체계화된 기업 양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4계절이 뚜렷하고 가뭄과 집중호우, 폭염, 폭설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후 여건과도 지상 컨테이너 재배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많은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적어도 2000년도 이전부터 국내 연구기관이나 개인 및 기업에서 외국의 컨테이너 생산방식을 도입하고자 테스트하고 시도하였으나 사실상 실패하였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우리나라 조경식재공사에서 사용되는 조경수는 주로 근원직경 10cm(R10)에서 30cm(R30) 내외이고, 조형수나 특수목의 경우 근원직경 40~50cm(R40~50)에 이르기도 하는데 기존의 컨테이너 용기들은 용기의 크기가 제한적이고 지상에서 재배해야하는 이유로 중·대형목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컨테이너로 생산한 묘목을 노지에 식재하여 중·대형목으로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기존 컨테이너 생산방식은 묘목과 작은 크기의 수목에만 적용 가능하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조경수’에는 도입되지 못한다.

더 자이언트(주)는 조경수 생산자부터 시공업체, 최종 사용자(일반주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상생하게 하고 조경수 품질 개선을 통한 조경 선진화에 기여코자 연구한 끝에 ‘지중매립형 컨테이너 모듈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 등록하였다.

컨테이너 모듈이란 컨테이너 용기를 모듈화한 것으로, 컨테이너의 바닥부분은 없으며 측면 벽체는 여러 개의 판 형태로 제작되어 분리 및 체결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따라서 제작코자 하는 뿌리분의 둘레(또는 직경)에 따라 모듈의 수량을 늘리고 줄이면 되는 것이다.

모듈 하나의 크기는 높이 15~20cm, 길이 50cm로서 모듈을 길이방향으로 체결하고 분리할 수 있어 뿌리분 크기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컨테이너 모듈 설치 과정>

사진 A

▲ 단근 후 5cm 가량 이격시켜 모듈 설치

사진 B

▲ 지하 15cm 깊이로 설치, 지상 5cm가량 노출해 공기가 지하로 유입될 수 있게 한다.

사진 C

▲ 컨테이너 모듈 설치 이미지 :  안쪽에는 투명한 유공판(구멍이 뚫려 공기단근 효과 촉진), 바깥쪽에는 불투명한 지지판(지중에서 흙이 밀려들어오는 것을 막고, 공기가 유입되도록 공간을 만드는 용도)으로 구성된다.

컨테이너 모듈은 조경수 농장에서 원하는 규격으로 자란 나무를 뿌리분 크기를 고려하여 단근한 후 설치하거나 애초에 묘목을 식재할 때부터 미리 원하는 뿌리분 크기만큼 설치해놓을 수도 있다.

수목은 생리적으로 지표면에서 15cm 이내에 수분과 영양을 흡수하는 세근이 90%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평균 15cm 깊이까지만 모듈을 설치하여 단근된 뿌리에서 세근이 발달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모듈의 아래 부분은 아무런 장치가 없어 모듈을 설치하더라도 나무의 아래쪽 뿌리는 단근되지 않은 상태로 땅으로 뻗어 있기 때문에 지지력에 별 문제가 없으며 지력이 왕성한 자연의 토지에 연계돼 수분 및 영양흡수가 매우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

컨테이너 모듈을 설치하고 3개월만 기다리면 왕성하고 튼튼한 세근이 발달하는데, 3개월 후 나무를 굴취할 때는 단근하지 않았던 아래쪽 뿌리만 조금 잘라주면 되기 때문에, 기존 방식과 같이 납품 직전 단근할 때 발생하는 단근 쇼크를 받지 않는다.

또한 컨테이너 모듈을 설치한 공간 내에서만 세근이 왕성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수목을 굴취할 때 모듈을 그대로 들어 올림으로써 발달된 세근이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방식은 애초에 미리 세근을 발달시키는 작업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미리 단근을 해놓더라도 굴취 때 세근이 멀리 뻗어나가 있어 다시 잘라 내야하는 문제가 있다.

 

사진 D

▲ 컨테이너 모듈 설치 단면도

사진 E

▲ 단근 직후의 뿌리(왼쪽)와 컨테이너 모듈 설치 3개월 후 발달된 세근(오른쪽)

얼마 전 국내에서 조경업계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있다. 인천의 어느 아파트에서 조경수에 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하면서 MBC의 시사추적 프로그램에 방송되었던 것이다.

주 내용은 “조달청 조경수 규정을 위반한 수목을 식재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조경수 가격은 조달청에서 고시하고 있는데, 조달청의 조경수 가격조사 업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조경수목이란 미리 이식하거나 완전한 단근작업 및 뿌리돌림을 하여 “세근이 발달한 재배품이어야 한다.

소나무나 특수목 일부를 제외하고는 식재공사 현장으로 납품하기 직전에 단근하여 뿌리의 대부분이 손실된 상태로 운반되고 식재되는 게 현실이다. 조달청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경수(조경수목)’의 가격은 현장 납품 전에 미리 세근을 발달시키는 작업을 포함한 금액인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세근발달 비용까지 받고 있는 셈이 된다.

그래서 아파트 입주자들은 조달청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할 발주청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은 부분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분양가는 세근이 발달한 조경수 단가를 책정하여 받았는데, 실제 시공은 세근이 전혀 없는 ‘가짜’조경수를 식재했으니 이는 계약과 다르다는 얘기이다.

사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 발주하는 조경식재공사에서도 조달청 단가가 사용되는 게 일반적이니, 깊게 파헤쳐보자면 더 큰 사단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세근 발달 작업을 위해 책정된 금액은 도대체 누가 가져가는 건지도 의문이다.

조달청 규정이나 조경공사 표준시방서에도 ‘세근이 발달된 재배품’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아울러 ‘컨테이너 재배품’을 우선채용토록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시방서에 표현되어있듯 조경수 하자를 줄이고 기계화 시공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는 조경 선진화를 위한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원칙임에도 무슨 이유에선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근발달 재배품’이라는 원칙과 ‘컨테이너 재배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기술과 그러한 조경수가 실현되었다.

컨테이너 모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더 자이언트(주)는 2016년 2월에 전국조경수협동조합과 컨테이너 모듈 조경수 개발 및 유통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하여 조경수 수급 및 현장 설치 등에 대하여 협력을 하였다. 아울러 상명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하여 느티나무, 산사나무 등 5종 450그루를 대상으로 성능을 평가하여 그 효용성을 검증받았다.

성능평가시 총 3개의 시험구를 조성하여 서로 비교하였는데 ①수목 단근 후 컨테이너 모듈을 설치한 시험구와 ②노지에서 단근하고 되메운 시험구(흔히 알려진 사전 뿌리돌림 방법) ③컨테이너 용기에 수목을 옮겨 심은 후 지상에서 재배한 시험구(일반적 컨테이너 재배방법)를 조성하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컨테이너 모듈 및 비교대상 평가 결과
구 분 평가 결과
①컨테이너 모듈 ②단근 후 되메우기 ③컨테이너 용기 비고
평균 세근 발달 밀도 88% 64% - ③ 용기수목
고사
평균 세근 발달 길이 10.4cm 25.6cm -
굴취시 평균 세근 유지율 100% 56% -
수목 생육 지장 여부 지장없음 지장없음 지장있음(고사)
종합 평가 결과 양호 보통 불량  

첫째, 단근 3개월 후 세근 발달 밀도를 비교한 결과 컨테이너 모듈을 설치한 ①시험구의 세근 밀도가 88%로 월등하였다. 컨테이너 용기에 식재한 ③시험구는 다른 2개의 시험구와 같이 별도 관리 없이 자연상태로 두었더니 전량 고사하였다. 즉 지상 재배방식의 컨테이너 생산은 많은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둘째, 세근의 발달 길이는 컨테이너 모듈을 설치한 ①시험구는 컨테이너 모듈을 설치한 범위 내에서만 자랐는데, 공기단근 효과가 발휘되어 뿌리 꼬임이 없이 직선형으로 약 10cm 자랐으며, 모듈 벽면에 닿는 길이만큼 자라면 더 이상 자랄 수가 없기 때문에 주변의 새로운 세근 발달을 자극시켜 세근의 수와 밀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노지 단근한 ②시험구는 뿌리발달에 대한 공간 제약이 없어 계속 뻗어나가 3개월차에는 약 25cm만큼 자랐다. 또한 뿌리의 길이 생장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한번 생긴 뿌리가 계속 발달하는 경향이 있어 세근의 수량과 밀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셋째, 세근이 발달된 3개월 차에 수목을 굴취할 경우 컨테이너 모듈을 설치한 수목은 뿌리분 크기로 사전에 조치되었기 때문에 그대로 들어 올리면 되므로 발생한 세근의 손실이 전혀 없었으나 노지 단근한 경우에는 굴취 범위 밖으로 세근이 많이 자라나갔기 때문에 결국 다시 세근을 잘라야 했다. 그 결과 ①시험구는 세근 유지율이 100%였으나 ②시험구는 56%로 절반가까이가 잘려나갔다.

이상에 본 바와 같이, 지중매립형 컨테이너 모듈로 생산한 조경수는 세근의 밀도가 높고 뿌리분 크기 내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굴취할 때도 손실이 없는 매우 우수한 조경수 생산이 가능한 기술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여름철 식재가 흔히 시행되고, 온난화 등에 따른 가뭄과 폭염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의 상황에서, 컨테이너 모듈 조경수의 도입은 조경수 품질 유지와 하자 저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반대로 지상 재배 컨테이너 생산방식은 컨테이너 모듈방식과 같이 자연 상태에서 재배하면 전량 고사하기 때문에 수시로 관수 및 영양관리를 해주어야 하므로 우리나라의 조경수 생산 여건에서는 역시 도입하기 어려운 방식임이 확인되었다. 한편 노지 단근 후 되메우기 방식은 컨테이너 모듈 방식에 비해서는 다소 효용은 낮지만 원만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했지만 현실에서 전혀 사용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었다.

한국조경신문 238호(2013.01.31.)에서도 보도했던 조경수 규격·품질표준 세분화된 기준 필요하다의 기사내용과 같이 ‘조경수 품질표준화 및 국제유통 심포지엄’의 전문가들의 주장을 비롯해 산림청과 농촌경제연구원 등의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조경수의 품질개선과 컨테이너 조경수의 생산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어왔으나 아직까지는 조경수 생산 현장이나 시공현장에 전혀 도입된바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누구나 좋다고 인정하는 컨테이너 조경수 생산은 국내에서 일부 연구기관이나 개인이나 기업에서 산발적으로 테스트를 했으나 그 결과는 좋지가 않았으며 특히 우리나라 조경식재공사의 주를 이루는 중·대형목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사실상 결론이 나와 있다.

컨테이너 모듈 조경수에 대한 시선이 그렇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성능에 대한 놀라움과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막상 실제 사용 측면을 얘기하게 되면 ‘남 탓’을 하며 우려를 표한다. “기존에 이렇게 해왔는데, 쉽게 바뀔까?”, “새로운 걸 반영해주고 싶어도 감사를 받을 수 있어서...”, “누가 먼저 해주면 따라서 반영해볼 순 있는데, 먼저 하기엔 용기가 안나네”, “그들이 먼저 움직여줘야 따라가지 않겠나?”와 같은 식이다.

독창적인 생각은 처음엔 조롱당하고, 그 다음에는 저항에 부닥치며 결국은 수용된다고 한다. 컨테이너 모듈 조경수는 조롱의 단계는 넘어섰고, 이제 본격 상용화단계에서 기존 방식과의 저항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저항의 당사자가 독자 가운데 있을 것이다. 조경산업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조경산업에 속해있는 사람의 저항에 부닥칠 거란 말이 되는데, 컨테이너 모듈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대하여 부디 한번 생각해봐주시길 바란다. 그 저항과 반대가 ‘자신의 기존 방식을 지키기 위한 것’이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과연 ‘조경산업의 선진화’와 ‘조경을 통해 혜택을 받는 일반인들과 농민 생산자들의 입장’에서 올바른 저항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적어도 조달청에서 고시하는 조경수 가격에 낙찰률을 적용해서 나오는 금액 수준으로도 한참 여유 있게 구매가 가능하다. 비정상과 정상의 혼돈에서 탈피해보자.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