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환 동아대 명예교수

‘공원의 꿈’에 대한 이 글을 대통령님이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말씀하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 하시겠다는 말씀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저희의 제안도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시점에서 바라보아 주십시오.

 100만평문화공원 운동의 탄생
저희들은 부산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100만평공원을 만들자고 18년간 활동해 왔습니다. ‘우리 도시에도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장애우나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넓은 평지공원과 숲이 있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고, 나아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이 옆 사람에게 전달되고, 또 전달되면서 2,001년에 부산에서 ‘100만평문화공원범시민협의회’의 탄생과 100만평공원 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100만평공원 운동은 시민들의 순수한 ‘공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부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밑으로부터의 운동(bottom up)'입니다.

100만평공원 운동의 취지는 서울의 올림픽공원, 월드컵공원, 용산공원 같은 넓은 공원을 지방에도 만들어보자는 취지하에 시작했지만, 서울과는 달리 예산 절차 등의 문제로 지방에서 실천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공원조성사업은 지방정부로 이관되어 중앙정부로부터의 지원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과 아름다운 알박기
2001년부터 부산시에 100만평공원의 제안을 했지만 시로부터 구체적인 대안은 전혀 모색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서 시민들은 나섰습니다. 민간의 힘으로 매년 1~2개의 쌈지공원을 조성하였고, 이와 병행하여 내셔널트러스트운동으로 ‘공원1평갖기’ 기금모금을 시작, 1,000여명으로부터 모은 기금으로 개발제한구역 내인 부산시 강서구 둔치도에 공원용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그리고 부산시에 8,000여 평을 기증했습니다만, 시는 그 대가로 15,000평을 공원으로 지정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다음 단계로 일단 대상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자연환경국민신탁에 나머지 땅 3,000평을 신탁하면서 ‘자연환경보전재산 1호’로 지정받았고, 개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아름다운 알박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부산시는 서부산개발의 일환으로 둔치도 주변의 땅 1,000만평을 개발제한구역으로부터 해제되었고, 최근에는 주변지역이 모두 개발되어 둔치도의 보전이 시급한 형편입니다.

국가도시공원법의 제안과 100만 명 서명운동의 달성
100만평공원 운동은 지방 차원에서의 대규모공원조성이 제도상 한계에 부딪침에 따라, 시민제안으로 지역균형개발의 차원에서 16개광역시도에 1개소씩 지방에 조성하는 대규모공원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국가도시공원’법 개정을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국가도시공원법 개정(‘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위해 2010년부터 한국조경학회와 지역단체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규모의 학제적 심포지엄이 15회나 진행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가도시공원에 대한 이해가 심화되었고, 이는 향후 국가도시공원의 추진방향을 설정해나가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련법 개정을 위해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단체를 포함한 ‘부산국가공원 100만 명 서명 범시민운동본부’가 만들어졌고, 이를 중심으로 3년에 걸친 노력 끝에 2012년 국가공원조성을 위한 100만 명 서명이 달성되었습니다. 이 내용은 전 국민에게 공포되었고, 100만 명 서명지는 당시 강창희 국회의장님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국가도시공원은 새 정부의 주요한 녹색패러다임
‘국가도시공원’은 녹색인프라구축의 일환으로 지역균형발전과 국민의 환경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새 정부에서 채택해야할 새로운 녹색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공원은 국가의 주요 녹색인프라로서 그 역할이 대단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제도상의 한계, 지자체의 예산상의 한계로 국가정책에서 소외되어 왔습니다. 국가도시공원의 대안 제시는 이러한 취지에서 민관이 힘을 모아 국가적인 녹색인프라의 확보 및 공원일몰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한국조경학회와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시작한 선견적인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도시공원은 국가와 지자체가, 여야가 함께 상생하는 협치 모델로서, 국가, 지자체, 기업, 시민이 힘을 모아 녹색복지향상은 물론 녹색인프라 구축을 통한 대한민국의 국가녹색기반 활성화, 지역 활성화, 일자리 창출, 국가의 품격 향상 등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국가도시공원법의 주요 내용은 지역균형발전과 녹지향상을 위해 전국광역시도에 2~3년에 1개소씩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는 데에 국가가 앞장서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시민들이 나서서 ‘국가도시공원법’ 개정안을 2011년 발의하였고, 5년 동안의 끈질긴 노력 끝에 2016년 3월에 법이 통과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같은 해 9월 이 법과 관련한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묻고서도 이를 무시한 채, ‘공원조성용 토지매입 지자체부담’ 내용을 무리하게 삽입하였습니다. 국가가 지방의 대공원조성에 지원할 수 있는 법의 취지를 도외시한 내용의 시행령을 발표하여 지자체의 대규모공원 조성이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부산시도 최근에 시민들이 제안한 둔치도를 15년 만에 공원으로 지정, 국가도시공원으로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시행령의 왜곡으로 진행에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의 시행은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도록 하자는 취지와는 대단히 어긋나는 처사로 법 내용을 왜곡하고, 국민을 기만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서 이 부분은 반드시 바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대선공약에서 국가도시공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답변
저희 관련 단체들은 지난 4월, 대선을 앞두고 ‘국가도시공원 전국민관네트워크’와 부산, 광주, 인천 등의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국가도시공원 조성’에 대한 정책질의를 한 바 있습니다. 각 정당들은 이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고,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가도시공원관련 시행령의 개정 및 제도적 정비, 16개 광역시도 별 국가도시공원 실천계획 마련 및 임기 내 1개소 이상의 국가도시공원의 조성, 단 중장기적인 공원비전 정책의 제시, 국토부 산하에 도시공원 담당부서(공원과) 설치’ 등 매우 긍정적이고 상세한 정책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2012년 대선 당시에 민주당의 부산선대위원장이셨던 목연수 총장님이 문 후보님의 특사로 저희 단체 행사에 오셔서 ‘100만평공원과 국가도시공원은 꼭 만들어가겠다’고 당시 문 후보님의 직접적인 말씀이라며 전달하셨습니다. 혹시 기억이 나시는지요.

저희는 더불어민주당의 국가도시공원에 대한 선견성이 현 정부의 새 정책에 반영되어 공원의 비전이 확립되고, 국가도시공원의 조성이 임기 내에 꼭 실현되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 염원합니다.

공원은 복지와 투자개념으로 보아야 할 새로운 국토정책의 대상
국민의 공원에 대한 요구도가 대단히 높고, 공원은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만들어줄 수 있으며, 국가적인 패러다임이 회색인프라에서 녹색인프라로 전환함에 따라 공원을 복지와 투자의 개념으로 보아야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공원은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서도 홍수나 지진, 화재 등 국토의 재난방지 역할에도 그 효과가 높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의 환경약자에게는 더욱 필요한 시설로서 불평등한 환경복지, 녹색복지 해소에 필수적인 시설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이제 공원은 단순히 도시계획시설로서의 토지공간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과 건강한 미래를 담보할 중요한 녹색인프라이며 도로, 철도, 항만 등과 동급의 필수적인 사회자본 기반시설로 새로운 국토정책의 대상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만일 우리가 지금 공원의 예방적 녹색복지에 관한 대비책을 미리 확보하지 않는다면, 녹색인프라 확보의 실패로 인해 향후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며, 공원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센트럴파크의 경우 자산적가치가 약 60조 원, 연간 경제적 효과가 1.2조 원에 달한다고 하며, 울산대공원은 연간 713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대규모공원의 조성은 국민의 녹색복지 향상은 물론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낼 것입니다.

공원법 제정 이래 50년이 경과했음에도 국토부내에는 국토의 11%가 넘는 공원을 관할하는 도시공원 전담부서가 없습니다. 도시공원에 대한 제대로 된 국가적인 차원의 비전, 중장기계획, 통계도 없고, 국가적 차원의 도시공원 예산은 미미하고, 모든 공원업무를 지방에 위임한 채 국가적인 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해 2020년에는 공원일몰제로 국가의 중요한 녹색인프라 자산은 소실될 위기에 있습니다. 원인은 국가의 미래 녹색비전과 도시공원정책 부재에 있습니다.

대통령님께 다시 한 번 국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녹색인프라를 구축하고, 공원의 장기적인 비전과 국가도시공원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공정하고 정의로운 녹색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승환(100만평문화공원 범시민협의회 운영위원장·동아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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