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아이들이 함께 공존하며 놀 수 있는 어린이놀이터에 대한 고민이 깊다. 여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불편한 동거 심리도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어 통합놀이터 만들기 사업이 딜레마에 빠져있다.

또한 안전규제로 인해 장애인 시설규제와 어린이 놀이시설에 관한 안전규제는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통합놀이터 추진에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통합놀이터만들기네트워크 주관으로 서울 중구 서소문로 N빌딩 내 W스테이지에서 ‘자유로운 놀이공간을 규제하는 안전기준’과 관련해 국내외 놀이터에 관한 안전기준 및 제도, 장애 어린이들의 놀이터 경험과 안전 등의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주요 내용을 정리 요약해 싣는다.

통제에 급급한 한국 부모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놀이에서 중심찾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놀이는 아이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키워주는 원동력이다. 놀이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도전하고 위험 행동을 감수하느냐에 대해 성인이 가져야할 믿음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주 부모와 한국 부모를 대상으로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바깥놀이에서 위험 감수 행동에 대해 호주 부모들은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신체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필요하고 아이들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노는 놀이터 이용자가 아니라 대부분 따로 떨어져 감독자 또는 평가자, 관리자 구실을 하면서 아이들 놀이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아이들은 위험한 놀이를 거의 하지 않고 심하게 다치는 경우가 없음에도 어른들이 제약하고 스스로 규제를 만들어 적용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놀이터에서 배제된 장애아이들

‘장애어린이의 놀이터 경험과 안전’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 시민연대 국장은 장애아이들의 경우 놀이터나 공원에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와 휴게공간이 없다는 부분과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가 함께 노는 공간에 대해 비관적인 여론의 자세에 대해 발제했다.

장애아이들은 놀이에 대한 기대감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놀이체험이나 놀이치료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아이들이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없다보니 장애아이들은 체험하고 선물정도 받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정도가 전부다.

통합놀이터가 풀어야할 문제 중 장애아이와 비장애아이가 한 곳에서 놀 수 있을까하는 사회적 시선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조사를 해 보면 같이 있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라는 편견이 기본적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과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보장법이 서로 상충됨에 따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 (왼쪽부터) 제충만 대리(세이브더칠드런), 김남진 사무국장(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김은희 선임연구원(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 이영범 교수(경기대 건축학과), 문정석 센터장(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 김연금 소장(조경작업소 울), 김수현 대표(참교육학부모회 와글와글놀이터)

놀 권리가 없는 아이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대리는 ‘아동의 놀 권리로 본 놀이시설 안전기준’을 주제로 발제했다. 내용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놀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놀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하지만 새로운 놀이기구를 도입시키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놀이기구를 만들어 인증을 받으려 했는데 안전기준에 없다고 거부됐다. 이에 산자부를 찾아가 해석을 받으려 했지만 기준에 없으니 문제가 될 게 있냐? 라는 식의 답변을 들어 차후에라도 법적인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을까싶어 포기한 적이 있다.

안전에만 초점이 맞춰진 놀이터 법령은 아이들의 척박한 놀이 현실을 생각할 때 변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놀이 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하고, 아동 놀이 활성화를 위한 지역 놀이터 정비와 새로운 놀이터 설립, 놀이터 활동가 양성, 지역사회 참여 도모 등 놀이정책 수립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위험과 유익성 동시 고려

문정석 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 센터장은 영국의 ‘놀이시설의 위험관리 시설물 가이드’를 중심으로 ‘외국의 놀이터 안전기준 및 제도’에 대해 소개하면서 위험의 유익성 평가방법과 같은 실천적인 조언과 실행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놀이시설의 위험관리 시설물 가이드는 위험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과 아이들이 놀이의 유익성을 누리게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위험의 제거는 아니다는 논리다.

또한 위험과 혜택을 계산하는 복잡한 방법에 관한 것도 아니며 본질적으로 놀이는 안전하고 이로운 활동이다.

현명한 어른들이 해야 할 판단이란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면서 최고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아이들은 집에서 더 많은 부상을 입지만 놀이터보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제공자들이 놀이공간의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허용할 수 없는 위해로부터 안전을 제공하는 반면 도전도 제공하는 것이다.

책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주제 발표 후 이영범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이어졌고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은 “놀이와 놀이터에 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며 “안전에 대한 기준은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고 기계적 접근만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위험요소를 없애는 것에만 집중되고 있는데 모험놀이터는 부모와 아이의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책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참교육학부모회 와글와글놀이터 대표는 “놀 권리와 놀 수 있는 시간 등 허락을 받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장애아이들이 더 제한되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며 “아이들이 노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아이들이 함께 놀지 못하는 것은 대상이 없어서가 아니다”며 “비장애인들이 같이할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모든 어린이는 차별없이 어울리고 창의적이고 모험적이며 흥미로운 놀이터를 요구하고 있다”며 “안전과 제도가 우선되어 어린이와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을 제도의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증제도 방식을 선진국처럼 자율적인 민간주도로 전환되어야만 놀이터를 혁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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