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흡 (사)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장·(주)계림조경자재 대표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 곳곳이 폭염 등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때 이른 더위는 6월임에도 여러 번 폭염주의보가 발령됐고, 올해도 전국 누적 평균 강수량이 6월 21일 현재 189.1mm로 평년 대비 48.9%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한다(기상청 종합 가뭄정보시스템 자료 참조).

건설업종 중 조경이 다른 분야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생물을 소재로 한다는 것이다. 토목이나 건축공사는 준공 시기를 정점으로 노후화가 진행되지만, 수목의 경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생장하며 완성도를 더해 간다. 조경공사에 있어 식재지 기반공사와 유지관리가 중요한 이유이다.

식재공사의 하자 원인은 제도적인 부분과 현장관리가 빚는 복합적인 원인에 기인한다. 특히 ▲배수 불량, 척박지 등 열악한 식재기반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식재 적기 기간의 단축 ▲본 공사 지연으로 준공 시점에 맞춘 대량시공(준공 시기가 주로 겨울과 여름에 이루어짐)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수종선정 ▲상품성에 치중해 과도한 화학비료로 생산되는 노지재배 수목 사용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이 식재 후 유지관리이다. “시공은 유한하되 유지관리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좁은 국토 면적을 고려할 때 앞으로 우리 조경계의 화두는 ‘유지관리’에 있다. 식재 수목에 대한 지속적인 비배관리뿐만 아니라 설계 당시와 변화된 상황(수목의 성장, 고사, 주변 여건 변화 등)에 맞추어 건축물과 같은 리모델링 개념 도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후진양성을 위한 대학의 교과목 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자치단체 제도가 정착되면서 단체장은 임기 중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주기 위하여 새로운 식재지 조성에만 관심이 있을 뿐 당장 보이지 않는 유지관리에는 소홀한 측면이 허다하다. 이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우리 조경기술자들 몫이기도 하다.

설계 당시부터 가뭄 등 유지관리를 위한 대책 또한 필요하다. 잘못된 식재지 기반공사는 통상적인 비배관리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 설사 생존할 수 있다하더라도 원활한 생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현대 공학기술은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조경 분야는 아직까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식물이 생존이 아닌 생육할 수 있고 오랜 가뭄에도 견딜 수 있는 식재지 기반공사, 유지관리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조경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생물 소재인 식물도 이제는 컨테이너 재배 등 선진재배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대적이며, 산·학·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현대 외국의 선진 조경기술, 녹화기술은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연중 수목 이식 및 녹화가 가능하며, 자연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지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관수작업의 경우 가뭄에 대비한 조경수(교목류) 관수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일반적으로 시행 중인 표토 물받이 관수의 경우 시행이 간단한 장점은 있지만, 관개 효율이 낮고 토양의 유실, 물의 낭비가 심하다. 요즈음 가로수에 매다는 점적관수 물주머니가 눈에 많이 띈다. 미세한 구멍을 통해 점적관수가 이루어지는 만큼 불순물이 없는 물의 사용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미관이 불량한 비닐주머니를 관수작업 종료 후 그대로 오랜시간 방치 한다면 도시미관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보여 주기식 설치는 조경에 대한 일반인들의 또 다른 불신을 낳을 소지도 있다.

이런 점에서 구미 선진국에서 개발, 시행 중인 뿌리관수기법의 경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cm의 짧은 관수 잭을 뿌리분 주위 표토에 꽂고, 지상부에 연결된 용기에 물을 담아둠으로서 자연 중력에 의해 관수하는 기법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5gallon의 물로서 약 0.5㎥의 토양을 적시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이는 한 양동이의 물로서 한그루의 나무(근원직경 10cm기준)관수가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이 기법은 지표면을 적시지 않는 간단한 관수방법으로서 표면관수에 비하여 물의 낭비가 최소화되고, 뿌리 부분에 직접 수분공급이 가능하며, 효율적 영양제 공급도 가능하다. 아울러, 관수량을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깊은 뿌리의 발육을 돕고, 지속적 재활용이 가능 하다는 점 등 많은 장점이 있다고 본다.

일부 발주처의 경우 유지관리비가 반영되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도급사부담으로 시행하는 현실이다. 유지관리 소홀로 인한 수목 피해를 도급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큰 모순이다. 천재지변에 가깝다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장기 가뭄 현상에 의한 수목고사의 책임은 분쟁의 소지가 많으며, 소중한 자연자원의 큰 손실을 가져온다.

가뭄을 극복하고 조경수 피해를 방지하기 하기 위해 산·학·관이 함께 지혜를 모을 때다. 우리는 조경이란 같은 배를 타고 가는 동반자이자 동업자이다.
 
이흡 (사)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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