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올해 봄비가 유난히 적게 내렸다. 여름에 접어든 6월에도 강수량이 예년보다 훨씬 줄어들자 ‘가뭄 재난’이라고 할 정도로 곳곳에 피해가 많다. 특히 농업용수의 부족으로 올 농사를 망쳤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많다.

그러나 대도시를 비롯한 230개 지지체는 가뭄걱정에 마음만 같이 할 뿐 가뭄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다목적 댐의 올해 평균 저수율이 38.8%로 평년의 37%보다 높기 때문이다. 기원전 3000년 무렵에 형성된 세계 4대문명 발상지는 모두 큰 강이 흐르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강은 해마다 홍수가 발생했지만 상류에서 흙이 떠내려 온 덕분에 기름진 평야가 형성됐고 땅에 거름을 주지 않고 씨를 뿌려도 농사가 풍년이었다. 이 지역사람들은 홍수 피해 방지와 물의 양을 조절하기 위하여 둑을 쌓았고 저수지와 수로를 만들었다. 이 때부터 물관리가 지역의 최대 이슈가 되었으며 물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고 물 때문에 역사가 바뀌었다.

지금의 물부족 사태는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의 경우 상수원의 부족과 오염으로 수돗물 음용금지 사태까지 생겼는데 가장 큰 이유는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대도시를 만들었고 그곳에 산업과 인구가 집중되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사막 가운데 위치한 라스베가스같은 큰 도시는 인근에 후버댐같은 커다란 수자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물부족 국가인 미국의 물관리 시스템은 국가 안보차원의 단계와 같이 중요한 정책으로 다루고 있다.

사막국가인 이스라엘은 네게브사막에 물기적을 만들었다. 연간 강수량이 300mm 정도인 황량한 사막을 옥토로 만든 것은 그들의 효율적인 물관리 덕분이다. 수자원의 95%를 이용하는 철저함과 하수를 재생하여 20%를 다시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한 방울의 물도 낭비하지 않도록 작물에 점적관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라고 얘기를 한다. 연 평균 강수량이 1,200mm를 넘고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많은데 지금 가뭄으로 온 나라가 타들어간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금도 한강을 비롯한 전국의 큰 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바다로 떠내려가고 있는데도 물부족으로 신음을 하고 있다. 물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정부는 통합 물관리를 환경부로 집중을 시켰다. 과거 대규모 댐공사를 비롯해서 하천정비 등을 국토건설 차원으로 다루었으나 이제는 물 정책을 양적관리보다는 질적관리 차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파괴된 국토와 수자원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는데 그것은 물관리에 대한 균형이 안 잡힌 정책 때문이었다.

22조 원이나 투입된 4대강 사업을 두고 다른 평가와 시비가 많다. 4대강 사업은 홍수방지와 가뭄예방이 주 목적이었지만 강 인근지역은 예전부터 물 부족은 아니었다. 물이 부족한 지역은 4대강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과 산간 도서 연안지역인데 지금도 4대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동안 개발에만 치중해온 물관리 정책은 환경보호와 복원차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물관리 중 가장 중요한 빗물관리가 지금처럼 마냥 흘러가버리고 허비되는 관리가 아니라 작고 세세한 부분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빗물관리는 대규모 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공원과 학교운동장, 공공의 청사뿐만 아니라 집집마다 빗물관리 시설을 운용하고, 떨어지는 빗물을 최대한 머물게 하는 자연생태기반 녹지지역을 분산 설치하여 빗물의 속도를 낮춰주고 오염물질도 정화하는 자연생태적 물순환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라기 보다는 물관리를 잘 못하는 물관리 부족국가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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