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전통조경으로 재조명한 책 ‘왕의정원 수원화성’이 수원시 조경 공직자 5인의 손에서 탄생한다. 수원화성 내 방화수류정과 용연 일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조선시대 왕의 정원과 전통조경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자, 곧 출판을 앞두고 지은이들과의 흥미진진한 인터뷰로 미리 만나보자. <대담 : 발행인 정대헌, 정리 : 정새무 기자>

“저희는 수원시 조경담당 공무원들입니다”

최재군 :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녹지경관과 푸른조경팀장입니다. 현재 수원시 도시숲과 몽골사막화방지 조림사업, 정원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공공조경의 녹지서비스 한계를 극복하고자 민간 조경관리의 품질을 높이고 민간조경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채수연 : 저는 화성사업소 문화유산관리과 문화재조경팀 주무관입니다. 수원화성 일대 경관복원 및 공원조성과 팔달산 산림관리, 둘레길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성곽 주변 녹지뿐 아니라 그 주변 도시공원의 전반적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새별 : 저는 팔달구청 건설과 녹지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공조경사업 업무를 3년간 하고 있음에도 전통조경에 대한 지식과 견해에 많은 갈증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이런 뜻 깊은 연구와 책을 함께 출판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지금은 팔달구 건설과에서 녹지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선주 : 안녕하세요?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녹지경관과에서 녹지계획팀 업무를 맡고 있는 김선주입니다. 요새 제가 맡고 있는 사업은 수원화성을 세운 정조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이번 책을 만드는데 합류했고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나진화 : 저는 수원화성을 행정구역으로 두고 있는 팔달구로 새롭게 발령이 나게 되었습니다. 도시개발과 신도시팀에 근무하고 있구요. 그만큼 구의 업무적인 면뿐만 아니라 역사적이고 조경분야에 큰 의의를 두게 되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Q. 약 2년여 시간에 걸쳐서 ‘수원화성, 왕의정원’을 출판하고자 했던 가장 절실한 이유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최재군 : 수원시에 몸 담고 있는 공직자로서 우리가 도시마케팅에 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수원화성의 전통조경에 대한 연구 및 결과를 발표하면 화성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수연 : 수원화성은 자연유산인 팔달산과 수원의 자연을 근간으로 정조대왕이 본인 의지로 형성한 삶의 터전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수원화성은 자연을 존중한 건축물이라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 우리 문화재는 재산의 개념으로 관리되면서 성곽 시설물에만 초점이 맞추어 있다가 현재 문화재 보전과 활용이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즉 재산이라는 인식보다 유산이라는 개념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그 맥락으로 화성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경을 바라보는 이 작업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단행본 발간의 뜻을 깊게 추구했던 의기투합”

Q. ‘왕의 정원 수원화성’을 읽어보았을 때 모든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기에 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스터디를 시작할 때부터 단행본 발간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셨나요?

김선주 : 맞아요. 우리 5명이 의기투합하여 시작했고 어떻게 해서든지 성과물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걱정되는 사항은 이 일이 전문분야이고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성과물이 없는 무의미한 노력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가며 완성된 집필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조대왕의 마음 헤아리기가 출발점”

Q. 5인의 지은이들이 각각 어떤 부분을 집필했으며, 진행과정은 어떠했나요?

채수연 : 처음에 전체 기획과 진행은 최재군 팀장이 담당했습니다. 이후 각자 영역을 나누어 집필 후 전체 내용을 모두가 숙지하고 의견을 가감해 나갔습니다. 집필과정에서 정조와 관련된 유적지를 답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당시에 정조가 처한 마음을 이해하고자 노력했어요. 주요 답사지는 화성과 행궁을 중심으로 정조가 이룩한 일생 동안의 유적지였습니다. 창경궁, 창덕궁, 경희궁, 경복궁, 덕수궁, 경모궁, 함춘원터, 서울시립대 배봉사 사도묘처, 융건릉 등을 서울지역에서 둘러봤고, 수원지역 답사지로는 의왕시 사근행궁터, 지지대고개, 노송지대, 만석거와 영화정, 수원향교와 사직단터, 숙지산의 채석장, 오산의 독산성과 궐리사 등입니다.

이후 영역을 나눠서 최재군 팀장은 1부 조선 최고의 조경가 정조, 채수연 주무관은 제2부 조선성곽의 꽃 수원화성, 나진화 주무관이 제3부 수원화성의 조경, 김선주 주무관이 제4부 화성 행궁의 조경, 김새별 주무관이 제5부 아버지를 위한 신의 정원을 맡아 집필했습니다.

“분야별로 무한 가치를 지닌 수원화성”

Q. 책의 집필이 끝난 후 수원화성을 보는 느낌과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나진화 : 제한된 정보를 가진 문화유산으로 인식했던 과거 시각에서 벗어나 화성이 단순한 역사적 유물이 아닌 정조의 철학과 사상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대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예술, 복지, 군사, 도시계획 등 그 가치가 무한한 수원화성입니다.

Q.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김새별 : 우리 모임 이름이 ‘일사회’예요. ‘11월11일’ 처음 모임을 시작해서 만들어진 명칭입니다. 1이 4개라고 붙여진 것이죠. 집필하는 과정에서 과연 제대로 끝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정조대왕의 조경관에 대한 지식을 찾지 못해서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에 속은 적도 있습니다. 업무와 집필을 같이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정조대왕은 조선 최고의 성군이자 조경가”

Q. 정조대왕을 임금으로서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정조대왕이 조선을 대표하는 조경가라는 평가를 내리셨는데 뒷받침할 근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재군 : 정조대왕은 모두가 평가하는 성군으로 정책과 개혁의지는 훌륭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쌍한 임금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처형으로 멸시당하는 세손시절을 보내며 한을 가슴에 담고 왕위에 오르는 임금이며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처지를 살았습니다.

김새별 : 전통조경 자료를 검색하면 이산 정조와 다산 정약용이 나오는데 조선시대에 가장 조경에 관한 자료를 많이 제공하는 인물이 이들입니다. 이산의 조경사업은 창덕궁 후원은 물론 경희궁, 경모궁, 현륭원, 수원화성까지 뻗쳐있었고 이 모든 것들을 글로 남겨 우리 민족의 조경사적 가치를 높였습니다. 다산 역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정원과 조경에 관한 내용을 담아냈습니다.

“정조대왕이 살고자 조성했던 수원화성·화성행궁”

Q. 수원화성의 정원이 전통조경적 측면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최재군 : 조경가로서 정조는 자신의 정원으로 수원화성을 건립했습니다. 이 곳은 정조가 고향이라 생각하고 살고자 건설했던 것이죠. 아울러 화성행궁은 정조가 1804년 아들에게 왕위를 양위하고 어머니 혜경궁을 모시고 수원에 내려와 부친의 현륭원을 살피며 살고자 조성한 궁궐입니다. 상왕이 거처하며 생활할 성곽이기에 수원화성이 왕의 정원으로 불리는 것이었습니다. 조경적인 측면에서 왕과 백성이 함께할 수 있는 정원, 조선시대 개혁 군주이자 조경가였던 정조가 직접 자신의 의지대로 조성한 정원이라는 데서 의의가 큽니다.

서장대와 방화수류정은 동양 최고의 아름다운 전각이며 전대미문 독창적인 정자이기도 합니다. 팔달산은 행궁의 후원 개념으로 매우 아름다워서, 창덕궁 후원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버드나무를 심어 제방을 보호하고 성곽 주변에는 수많은 나무를 심어 녹색도시를 조성하였으며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다양한 나무를 심어서 전통조경사의 발자취를 남기도록 했습니다.

“수원화성 통해 전통조경 새 지평 열어가야”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저자 일동 : 왕의 정원 수원화성은 정조 일대기 속 조경에 관한 내용은 물론 수원화성의 조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조경 역사연구가들의 노력으로 그 틀을 잡아가고 있으나 아직 체계적으로 정립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집필과 같은 기회는 거의 최초 시도나 다름없습니다. 앞으로도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한 조경 연구가 중요한 과제라는 것입니다.

‘왕의 정원 수원화성’ 출간 안내

수원시 조경공무원 5인이 공동 집필한 ‘왕의정원 수원화성’은 9월 중순 출간 예정으로, 현재는 동산바치 몰에서 예약 접수를 받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www.dongsanbach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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