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경희 시민녹화코디네이터

세번째 참가한 58차 뚜벅이 여행지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였기에 마치 국가대표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새벽을 뚫고 뚜벅이는 힘차게 출발했다.

동계올림픽을 처음 개최하는 것이라 눈과 얼음판위에서 치르게될 낯선 시설들을 직접 구경도 해 보고, 90여일 앞둔 시점에서 올림픽경기장과 거의 완성되었을 주변의 녹색인프라를 기대했으나 뚜벅이 주최측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장이 통제되는 바람에 우리가 볼 수 있는 범위는 극히 제한되고 말았다.

홍보체험관에 들러 일사천리로 쏟아내는 직원의 설명과 봅슬레이, 스키점프시뮬레이터로 선수체험, 한창 공사 중인 각 경기장의 모습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곧 다가오는 동계올림픽의 현실만 체감하고 물러서야만 했다.

“아쉬움을 담고 가야할 여행인가보다”하고 이미 부풀었던 기대를 살짝 내려놓으니 두번째 목적지 허난설헌 생가터에서 소박하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양반가의 모습과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자란 튤립나무를 바라보며 듣게 된 여류 천재시인의 이야기에 시조 한 수가 절로 나올것만 같은 감동을 한없이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일행인 차재설 역사해설가님의 가이드를 통해 보는 시각이 더 높아진 까닭이기도 했다.

사실 여정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세번째 목적지 ‘안반데기 운유길’이 이번 뚜벅이여행의 백미였지 않았나 싶다.

해발 1100미터에 위치한 하늘 아래 가장 높은 마을이라더니 버스가 가는 길은 굽이굽이 험하고 가파른 계곡길이요, 차로 갈 수 없는 곳에서부터 걷는 경사는 이미 깔딱 고개 두세 번을 넘는 기분이었다.

화전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소와 한 몸이 되어 산을 일구어 만들어냈다는 경사진 자갈밭사이를 걸어 탁 트인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코끝을 살짝 얼릴 듯한, 잔잔하지만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이번 여행의 아쉬움을 감동의 탄성으로 바꿔 다 날려버렸다.

구름도, 높은 산도, 모두 발 아래에 두어 어느 산 정상을 오른들 사방으로 이렇게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갖춘 곳이었다. 척박한 땅을 일구던 화전민들의 애환과 개척정신을 기리고자 밭갈이에서 하나씩 걷어낸 돌을 모아 쌓았다는 멍에전망대에서 세상의 모든 시름과 걱정을 내려놓고 가라는 글도 뭉클했지만 정말 시리도록 맑은 쪽빛하늘, 가을이 푹~익혀놓은 산세, 그 사이로 간간이 떠다니는 구름, 배추 수확이 끝나 가로세로줄로 멋진 선을 만들며 갈아엎은 자갈흙밭과 보리인 듯 잔디처럼 푸르게 덮은 조화로운 밭, 그 사이를 부담되지 않게 채운 풍력발전기, 그리고 그 모습들을 바라보는 뚜벅이 여행자들까지 모두가 조화로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래서 뚜벅이 여행길은 믿고 무조건 떠날 수 있는 아름다운 여정인가보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를 비롯한 뚜벅이들은 각기 다른 감사함과 멋진 소감으로 서로를 더 감동시키며 너무나 따뜻한 분위기로 내년 3월 다시 시작되는 아름다운 동행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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