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지난 11월 포항에서도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하는 우리의 준비는 미흡하기만 하다. 지난해 경주 지진 발생이후 조경계에서도 지진에 대비하는 조경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현실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더 이상 지진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진단하고 지진에 대비하는 조경계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도창희 (사)영남지역발전연구원 대표의 ‘지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내용의 원고를 3회에 거쳐 싣고자 한다.

① 지진을 겪고 난 우리의 현실
② 지진을 대하는 이웃(일본)의 자세
③ 지진에 대비하는 조경의 역할

▲ 도창희 (사)영남지역발전연구원 대표

또 지진이 왔다. 2016년 경주에 이어 1년 만에 이번에는 포항에 지진이 왔다. 경주보다 낮은 진도 5.4 수준인데 피해는 더 직접적이고 크게 다가왔다. 경주때 보다 더 많은 지역에서 지진을 느꼈고 다음날 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분명 작년에 왔던 지진으로 온 나라가 지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소란했지만 지진에 대한 대비나 준비는 여전히 무방비에 가까웠다는 것이 포항지진 후에 나온 평가다. 이제 지진은 남의 나라 일이거나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로 보기에는 훨씬 가까이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현재까지 지진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무지에서 오는 무대책, 다시 말해 지진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불필요한 공포로 호들갑을 떠는 자세가 혼재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진은 계속되지만 더 큰 지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고 오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전망으로 또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관 앞 생존배낭
1년 전 경주에 지진이 왔을 때는 온 국민이 지진에 대한 소식을 TV나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몸으로 느끼지 못한 지진은 시간이 지나 급속하게 잊게 되었고 피해를 겪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금세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지진을 직접 겪은 경주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지진이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으며 그로 인해 겪은 물질과 마음의 상처가 심각하다고 말하며 너무 쉽게 잊은 사람들에게 몸소 겪은 경험을 이야기로 남겨놓았다. 그들이 겪은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고통을 겪었으며 무엇보다 현재까지도 그 후유증이 남아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한 책 ‘현관 앞 생존배낭’은 어쩌면 우리가 직접 겪지 않았지만 겪게 될 수도 있기에 쉽게 넘길 수 없는 증언들이다. 막연히 건물이 무너질까 또 지진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보다 샤워를 하다가도,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지진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고 말한다.

송두리째 삶이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건물과 같이 생활의 일부분에 균열이 생겨버린 것이다. 경주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내린 자체적인 대책은 안타깝게도 ‘각자도생’이었다. 자체적으로 모임도 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전문가를 불러 강연회도 하고 책도 만들었다. 그리고 집집마다 생존배낭을 두고 언제든 지진에 대비해서 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생존배낭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우선 대피해서 필요한 물과 간식, 연락과 통신을 위한 전기정보장치, 지도와 여분의 옷 등이었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야 하고 안전은 본인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된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하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진은 재해 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일부지역에 국한된 우발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 지진을 겪은 사람들은 어떠한 재해보다도 겪은 직후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느끼는 공포감은 크다고 말하고 있다. 과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우리는 지진이 왜 오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오는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분석을 통해 원인과 대책을 말하지만 뚜렷한 예방법은 없다. 맞든 틀리든 여기서도 올 수도 있고 저기서도 올 수 있으니 대비하자고, 준비하자고만 한다.

지진이 오면 해야 할 일
당장 지진이 생기고 난 후 가장 먼저 묻게 되는 질문은 어찌 해야 하는가 일 것이다. 건물이 흔들리고 진동이 느껴지면 건물에서 나와야 하나?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나? 책상 밑에 들어가야 하나? 집에 있는 물건을 들고 나와야 하나? 반려동물도 챙겨야 하나? 아무것도 모른다. 당해보지도 않았고 당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주 사람들은 몰랐다고 했다. 소방서에 물어봐도 경찰서에 물어봐도 구청에 물어봐도 뚜렷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한다. 어쩌면 누구도 뚜렷하게 대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알듯이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해 그 자체를 완벽하게 예측하거나 막을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재해가 오고 나면 재빠르게 대피하고 해서 인명피해를 줄이고 재해 이후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최대한 회복하여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현재로써는 최선의 방법이다. 경주보다 포항이 더 피해가 크고 혼란스러운 것은 진원지가 더 가까운 이유도 있었지만 경주보다 포항이 도시가 더 크고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인근 대도시나 수도권에 지진이 온다면 어마어마한 피해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불과 2주전 피해를 입은 포항주민들은 아직도 집을 나와 학교나 체육관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건물이 일부 무너졌거나 금이 가서 복구되기 전까지 안전하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춥고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진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고 더 큰 지진과 직접 타격은 계속 예고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진 이후에 주로 학교 건물이나 체육관 등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건물도 지진에 대비해 지어진 건물이 아니기에 불안하다고 한다. 부랴부랴 내진설계를 점검하고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몇몇 대책은 나오겠지만 일부 포항시민은 생활공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추운 겨울을 나게 될 것이고 경주에서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또 잊히게 될 것이다.

지진은 언제 어디서든 올 수 있으며 현재 예측은 믿음을 주지 못한다. 1년 전 포항사람들에게 지진이 올 수 있으니 대비하라고 누가 말했는가? 국가정책으로 방재계획을 수립하고 원전을 비롯한 내진설계를 점검하고 방재체계를 갖추어 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 체계를 갖추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사이 또 다른 피해는 계속 될 것이다.

또 지진이 오긴 했지만 풍수해나 태풍같은 우리나라에서 자주 일어나는 재해에 비하면 그 순위가 한참 밀리고 따라서 돈을 집행하는 문제에서도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방재분야의 일이고 국가정책과 관련된 일이며 법체계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 우리는 막연히 기다려야만 하는 것인가?

학교만큼 가깝게 생활권을 고려해 만들어진 도시공원은 건물이 붕괴된 상황에서 주민들이 쉽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오픈스페이스)이다. 현재 법체계 상으로는 도시공원이 대피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만 대피소다운 역할이나 정비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전국 각지에 조성되어 있거나 조성예정인 공원을 잘 활용해서 지진과 같은 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 아닐까?

체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조경분야에서도 지진과 같은 재난에 대비하여 ‘각자도생’해야 한다. 뜻을 모으고 방안을 마련해 나아가야 한다. 지진은 발생한 이후 준비하기 때문에 지진은 너무도 갑자기 상상할 수 없을 피해를 안겨주게 될 것이다.

※도창희 (사)영남지역발전연구원 대표는 동아대 대학원(조경학과)에서 ‘도시공원의 방재력 평가와 방재공원 계획에 관한 연구: 부산시 사하구를 대상으로’를 내용으로 박사논문으로 썼다. 이에 앞서 ▲부산광역시 도시공원의 방재력 평가와 방재공원의 계획에 대한 연구(2011.부산발전연구원, 강영조, 도창희, 윤성융) ▲도시공원의 방재력 평가에 관한 연구(2012. 강영조, 박준규, 도창희) 등 방재관련 논문에 참여했다. 농어촌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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