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무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각오가 많다. 새해가 있음으로서 새로워서 좋고 만약에 새해가 없이 날들이 이어진다면 끔찍하게 지루할 것이다. 한순간의 터닝 포인트(Turnning Point)가 있어서 인생을 새롭게 하고 삶의 이정표를 변경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어느 가수의 노래 중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가사처럼 지나간 시간과 흔적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으며 버릴 수도 없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조경신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창간 10주년을 코앞에 두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조경인들이 나서서 손을 잡아 일으켜주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는 수고로움과 격려를 해줘서 다시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여러해 전에 필자가 한국조경신문을 발행한다고 나설 때 절친 중에 하나인 친구가 충고를 해주었다. “종이(Paper)시대는 가고 인터넷시대가 왔다. 전자책 때문에 종이책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라.”라면서 “종이신문은 3년 정도만 지나면 망하는 시대가 된다.”고 걱정을 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몇 년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신문광고를 내주었다. 종이신문이 망할 것이라고 우려를 해줘서 오기를 품게 해주고, 살아나가라고 광고 게재를 해주는 이중 플레이가 진한 우정으로 다가왔다.

그 친구의 예견은 적중했다. 그렇지만 절반에 못 미치는 적중이었다. 예전에 가정집에 가면 어느 집에나 책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이었고 조금 잘사는 집에는 백과사전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종이사전은 지식창고의 본산이며 공부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도구였다. 사전이 한 나라의 문화높이를 재는 척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종이사전은 어느 집에서나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종이사전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훨씬 가까이 있고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시대적 조류에 따라 종이사전은 이제는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지만 사전의 가치와 존재이유는 예나 제나 다름없어서 누군가에 의해 종이사전은 계속되고 있다.

전자책이 값싸게 보급되자 종이책은 위기를 맞았다. 종이제작에 필요한 펄프가 나무인지라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언제 어디서나 한번만 터치하면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이정도의 이유만으로도 종이책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했다. 그런데 종이책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이 발간되고 또한 잘 팔리고 있으며 작가의 증가와 함께 제지업체와 출판사, 편집디자이너 등은 모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만들고자하는 책은 종이책이지 전자책은 아니다.

종이신문도 마찬가지다. 전성기 때와 비교해서 많이 위축된 환경이지만 종이신문의 가치를 인식하는 올드팬 계층들이 두텁기도 하고 디지털 전자파에 묻혀 있다가 잉크와 종이냄새가 섞인 아날로그 방식에 새로이 합류하는 신세대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치를 발휘하는 종이신문은 점점 더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른다. 왜냐면 TV에서 나오는 정보나 견해 그리고 드라마까지도 시청자는 보이는 그대로 속절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신문은 속보성기사나 자극적이며 낚시성 제목을 달게 된다. 그 이유는 인터넷신문의 특성상 대중들의 관심과 조회 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기사를 걸러내 줄 필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남들이 다 아는 내용을 똑같이 보는 것에 불과하며, 같은 모양의 장난감을 화면으로 보는 것처럼 깊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극복하지 못한다.

반면 종이신문의 장점은 편집된 기사를 폭넓은 시각으로 여러 정보를 한꺼번에 눈에 담을 수가 있다. 종이신문은 정보와 기사를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읽기능력과 논리력, 사고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종이신문을 구독한 학생이 내신·수능성적이 높고, 종이신문을 구독한 취준생이 취업결과도 좋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조경기술사 시험에 합격한 많은 분들이 기술사 준비 수험생에게 한국조경신문 구독은 필수라는 표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공채 시 종이신문을 구독하지 않고 있으면 입사시험에서 탈락시킨다고 한다.

한국조경 종이신문의 얘기로 돌아와 보자. 지난 10년의 여정과 작년 말의 아픔을 겪으면서 한국조경신문의 역할을 되새기게 되는 계기가 됐다. 종이신문이 인터넷신문에 비해 신속성과 손쉬운 소식제공에 느린 것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조경신문이 종합적인 분석과 기획, 편집으로 대한민국 조경에 대한 미래와 녹색인프라 구축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 지속된다면 독자들은 한국조경신문의 가치를 인정해줄 것으로 믿는다.

다시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새겨보며 새로운 출발선상의 한국조경신문의 꿈을 꾸어본다.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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