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즉여기 민포즉여포(民飢卽予飢 民飽卽予飽). ‘홍재전서’에 기록된 글로, 백성이 굶주리면 곧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불리 먹으면 나도 배부르다라는 뜻이다. 이는 민본정치를 구현하고자 했던 정조의 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며 정조의 식목정책 안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정조의 마지막 유언 ‘화성에 나무를 심어라’. 정조는 조선의 역대 임금 중 나무를 가장 많이 심은 왕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 심기뿐 아니라 관리에 대한 규정까지 만들어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 왕의 정원 수원화성. 김새별, 김선주, 나진화, 채수연, 최재군 지음 | (주)한국조경신문 펴냄 | 228쪽 | 2018년 1월 26일 출간 | 2만 원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서구의 유명 정원으로의 발길이 점차 잦아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전통정원에 대한 접근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우리 전통정원에 대한 강한 목마름 가운데 정원과 조경을 공부한 수원시 공무원 5명이 정조가 꿈 꾼 정원 ‘왕의 정원 수원화성’을 출간했다. 지은이들은 발품으로 축적한 자료와 문헌 수집을 집대성해 정조 시대 전통정원의 철학과 당대 의식을 살피고 있다.

책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을 정교한 과학기술로 축조된 성곽에서 한걸음 나아가 백성을 헤아린 군주의 내면풍경, 그리고 정조의 애민사상과 효심이 구조화된 경관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 수원화성을 통해 실학과 풍수지리에 근거한 정조의 사상, 당시 도시계획으로 건설된 신도시 화성을 둘러싼 시대상 등 수원화성의 이면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정원과 조경을 사랑한 정조의 흔적, 예컨대 문집과 그림, 창덕궁 후원, 경희궁을 따라가다 보면 점차 거대한 정원, ‘수원화성’에 이르게 된다. 정조는 수원 신도시 건설을 주장한 유형원의 명분을 이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 영우원을 수원으로 천봉하면서 효심에서 비롯된 신도시 화성을 계획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임진왜란 이후 축조된 화성, 풍수지리에 바탕한 도시계획, 다산 정약용과의 만남 등 중세 르네상스적 인간의 길을 걸어 간 정조가 당대 철학과 문화가 집약된 공간, 즉 수원화성을 완성하게 된다. 수원화성이 조경, 건축, 토목, 의례가 융합된 신의 정원이라 불리는 이유다.

우주철학에 기댄 조경가 정조의 식물사랑도 각별했다. 버드나무, 벽오동나무, 대나무, 뽕나무, 소나무 등 신도시 화성을 숲으로 만들고자 한 정조의 의지, 아버지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듯 하늘을 날 듯 꿈틀거리는 용버들, 마치 사도제자의 비참한 죽음을 목도한 듯 뒤틀린 창경궁 선인문 앞 회화나무 대목에서 정원과 식물에 반영된 왕의 심리를 헤아릴 수 있다. 한편 애민정신과 위민정신이 남달랐던 정조의 정치철학은 정책에서도 잘 반영됐다. 당시 궁궐의 정원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동산별감의 진상 폐단을 없애기 위해 가을국화와 석류화분만 올리게 한 사건만 보아도 애민정신으로 통치했던 정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지은이 

김새별 수원시 팔달구 녹지팀에서 녹지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전통조경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많다.

김선주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녹지계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 수원화성을 세운 정조와 관련된 사업을 맡아 자발적으로 책 저술에 참여하게 됐다.

나진화 수원시 장안구 녹지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조경과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하게 되었다.

채수연 수원시 화성사업소 문화재조경팀에서 수원화성 일대 정원과 경관복원, 팔달산 등을 관리한다.

최재군 문화재수리기술자(조경, 식물보호), 조경기술사이며, 현재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푸른 조경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목민심서’(공저 2012), 조경 자연환경관리 법규해설(개정, 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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