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구
  (주)신이랜드 대표이사
  (사)한국놀이시설협회장 

아파트 문화가 대중화 된 지 20년이 지났다.

목동아파트가 대규모 아파트의 시초이다.
아파트 이전의 공동주택은 연립주택이고 이들 공동주택의 준공 조건엔 조경이 반드시 포함된다.

조경은 식재와 시설물로 나뉘고 두 분야를 다 갖춰야 준공이 나기 때문에 건축업자들은 마지막 준공 직전에 부랴부랴 나무를 심고 놀이시설 몇 가지를 설치했었다.
초기의 시설물은 대부분 철제품이었고 품목도 철봉, 그네, 미끄럼틀, 시소 등 아주 단순했다.

그래서 그당시 시설물 공사는 전문업체가 없어 대부분 철공소를 하는 자영업자들이 비규격 파이프 등을 이용하여 시설물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주 조잡했다.
숫자만 충족되면 준공이 나던 시대였기 때문에 품질, 수명, 안전성 등 아무 것도 고려된 것이 없었다.

그러나 목동아파트를 시작으로 대규모 아파트들이 전국에 세워지면서 실내디자인과 조경 식재와 조경 시설물은 아파트의 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등장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건설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들의 고급 브랜드 선호도에 따라 고급화로 치닫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일부 대형 건설업체에서 짓는 아파트가 TV매체를 통해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는데 성공하자 모든 건설업자들이 이미지 홍보전에 뛰어들었다.
소비자에게 좋은 아파트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치장은 날로 도를 넘어서 사치화 되고 있다.

지금 대부분의 아파트는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외부시설 특히 조경을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화하고 독특한 시설을 계속 추가하여 타 업체보다 차별화된 주거 공간이라는 것을 알리려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의 시설물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고급화 되어 그 수주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유럽 등 선진국 어느 지역을 가 보아도 우리나라의 조경시설처럼 고급스러운 곳은 없다.
이 분야에 관한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아직도 안전기준에 미달되는 위험한 시설이 많다.
보기 좋고 독특하게 만들어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용자의 안전과 내구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이 많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놀이시설을 통해 창의성, 모험성을 기르고 체력을 증진시키는 기능이 갖추어져야 함에도 디자인에만 치중하고 타 업체와 차별화 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어 놀이시설의 순기능을 살리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어린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 특별법을 제정하여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아직 4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공원관리사업소 등에서는 이 법을 잘 모르고 있거나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조경 시설물을 사치품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늘 사용자의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수명이 긴 제품을 선택하여 낭비를 줄이는데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은구((주)신이랜드 대표이사·(사)한국놀이시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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