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현대 사회에 크게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생태·주거환경 그리고 웰빙 등 쾌적한 삶을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건설사 내 조경은 제3자의 시각으로 관찰해보면 작은 공종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시적인 부분인 공사금액 뿐 아니라 정의하기에 따라 토목이나 건설 등과 겹치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경이 독립부서로 분리되고 또 제 역할을 충실히 찾아 수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그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선도 회사다. 디자인에 대한 정몽규 회장의 마인드도 영향이 있었지만 조경팀을 리드해 온 오희영 조경팀 상무와 그의 리드에 발맞춰 실력으로 조경팀의 자리를 굳혀온 팀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주인공들을 만나 ‘독립부서인 조경팀’으로 거듭나는 비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 현대산업개발 조경팀은 오희영 상무 아래 견적ㆍ예산, 설계, 공사파트로 나눠져 있으며 본사 8명, 현장 9명 총 17명이 ‘삶의 의미를 만끽하는 문화공간’을 선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토목, 건축, 상품개발 등 각 팀은 조경파트를 자기 본부 밑에 두고 일을 시키기를 원합니다. 실제로 애매하게 겹치는 부분도 많지만 건설회사 내에서 조경이 전문팀으로서 즉, 독립부서로 할 역할이 있습니다. 뭉쳤을 때 더욱 그 힘을 발휘하지요”

조경 제 역할 다방면 능력향상 필수
현대산업개발 내 건설팀에 속해있던 조경팀을 독립부서로 분리시킨 오희영 상무는 조경이 뭉쳐져야 주택사업, SOC사업, 턴키 등 다수 사업의 지원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뭉침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경 설계자도 현장 경험이 필요하고 또 현장 경험자도 설계를 해봐야 합니다. 또 팀이 뭉쳐 있어야 사업이 몰렸을 때 인원 배치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이 건축팀에서 독립한 것은 지난 1997년이다. 하지만 독립팀으로 분리됐다고 안주할 수는 없었다. 토목, 건축 뿐 아니라 상품개발팀까지 시시때때로 조경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경을 각자의 본부에 두고 각 팀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또 파트 간 영역이 겹치는 부분도 있어 일의 배분도 애매하다.

“팀을 분리하려면 조직이 받아줘야 하고 CEO도 이해시켜야 합니다. 또한 수행해야 할 일을 찾아 성공적으로 해내야 하고요. 불협화음 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독립부서로써 인정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바로 리더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 상무는 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리더의 역할이 팀을 구성하는 것의 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토목ㆍ건축ㆍ디자인 등 다방면 전문지식 쌓아야
“조경팀에 맡겼더니 참 잘한다, 조경 현장은 조경이 전담해야 디자인 뿐만 아니라 품질도 좋아지고 예산도 절감된다는 식의 ‘조경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팀이 굳어지고 또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 상무는 조경팀은 전문성을 높이고 인접 분야의 지식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접 영역까지 알아야 제대로 조경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조경’이 독립팀으로써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바로 실력과 다방면의 전문지식인 셈이다.

따라서 현재 현대산업개발은 매년 동절기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조경팀 내부의 역량 강화를 위해 팀 예산을 할애해 내부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진행해 오고 있는 것이다. 3~4일 정도 진행하는 교육시간에는 설계 및 시공, 현대산업개발의 조경 방향, 하자개선과 더불어 최신 조경과 시설물 정보 등 포괄적인 내용이 다뤄진다.

“팀이 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조경교육 프로그램까지 진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시간은 설계, 식재, 시설물 공사 등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최근 조경 경향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들은 직원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지요”

끊임없이 앞서가야 ‘살아남는다’
그러면 타사와의 경쟁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까. 이 질문에 오 상무는 타사의 경향 분석도 중요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타사도 그렇겠지만 우리 역시 타사의 경향을 조사하고 분석합니다. 이로써 1년 흐름을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남이 해 놓은 것을 분석하고 또 따라가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조경도 건축이나 인테리어 등 타 분야도 공부하고 새롭게 발견, 적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경은 외부공간을 디자인 하는 것이지만 생활 집기, 새로운 건축기법, 외국 디자인 및 사례 검토 등 조경 외의 분야까지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아파트 조경은 한발 앞서 움직이는 것과 더불어 관리 부분까지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나라 주민들의 특성상 본인의 단지 앞 수목일도 직접 물을 주고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화 전까지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아이파크는 하자기간인 2년간 조경관리 전문업체인 아이서비스에 관리를 맡긴다. 처음부터 예산에 관리부분을 포함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하자관리 전산시스템인 ‘I'Click’을 운영해 온라인으로 의견을 접수받고 있다. 2006년부터 업계 최초로 실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서비스크리닉’은 입주자와 건설사가 직접 만나는 창구 역할을 한다.

디자인, 심플함으로 빛내기
기술은 선도해가도 디자인만큼은 직선과 단순화를 목표로 한다. 디자인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을 빌리자면 바로 ‘모던’과 ‘심플’이다. 현대적이면서도 아늑한 공간, 정리된 모습을 표현하는 것. 대신 공간의 위계를 두어 편리성을 높이고 직선화된 동선과 더불어 입주민을 위한 지름길도 설치했다.

“정몽규 회장은 디자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에 더욱 심사숙고하지요. 쓸데없는 치장은 오히려 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디자인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정체되면 안 된다는 것이 오 상무의 주장이다. 기본 개념은 지키지만 자연적인 변화를 접목해 나가야 한다는 것. 올해 초 역시 ‘2010 조경디자인 방향’에 대해 내부 회의 뿐 아니라 회장에게 보고하기도 했단다.

통합디자인 역시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현대산업개발 정 회장의 지극한 디자인 사랑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우리 회사의 조경디자인은 ‘생태’부분을 집중해 고민해 볼 계획입니다. 비록 시작은 생태면적률 심의를 위해서였을지라도 더 디자인적이고 재미를 강화한 요소로 발전시켜가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조경계 급속한 변화, 안주(安住)는 최대 적
생태면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로 사용했던 옥상 및 벽면녹화, 투수블록 외에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나무길 걷듯 활용하거나 엘리베이터 진입로를 실내조경 차원으로 디자인하는 등 디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조경 입장에서는 흉물이 될 수밖에 없는 자전거 보관대 역시 변화하는 자전거 관련 지자체 조례에 발맞춰 많은 자전거를 보기 좋게 정리할 수 있는 디자인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고 해도 안주하면 안 됩니다. 정보통신 등과 같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조경 역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한발 앞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지요”

조경업계 1세대라 칭할 만큼 오랜 시간을 조경과 함께해 온 그는 최근 그 어떤 분야 못지않게 조경분야가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언제나 한발 앞서 움직여야 한단다.

“다수의 건설사들이 현대산업개발 조경팀을 비교대상 데이터로 활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아쉽게도 저희는 그런 측면에선 비교대상이 없어 유감스럽네요”라며 미소짓는 오 상무는 “하지만 무조건 비대해지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기업체 특성상 다양한 조경사업 수주를 소화해 일량을 늘려야 하고 또 생산성도 높여야 합니다. 그 일을 지금까지는 무리없이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후배들 역시도 선배들이 닦아 놓은  기반을 발판으로 현대산업개발의 조경분야가 최정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경은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힘찬 그의 목소리에는 현대산업개발 조경팀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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