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에 서민 무주택자를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초에는 “신도시를 먼 곳에 만들어 국토를 황폐화할 필요 없이 비닐하우스만 가득 찬 그린벨트를 개발해 도시인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훼손된 그린벨트지역을 풀어 서민을 위한 주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그 계획에 발맞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최근 도시근교의 임대주택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LH가 건설하는 주택 중 임대주택부문이 80%에 달한다.

LH 조경설계팀은 임대주택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단지조경을 ‘친환경ㆍ저관리형 그리고 비용효율적인 조경’으로 특화하고 있다.

LH의 주택설계총괄처 조경설계팀 김선미 팀장은 “현재 LH는 그 어느 때보다 조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CEO이신 이지송 사장님 역시 적극적으로 조경부문을 지원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비용의 조경설계는 불가하므로 설계의 질을 높이고 주변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한 친환경 단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돈’과 ‘마케팅’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실용적인 요소들을 반영해 주민이 살면서 만족할 수 있는 조경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 LH 주택설계총괄처 주택설계팀 (위줄 왼쪽부터)한재성 부장, 김선미 팀장, 정광민 차장, 안태환 과장, 장선경 과장, (아랫줄 왼쪽부터) 이소영 과장, 김문호 차장, 양재희 과장, 박형욱 과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조경설계팀 첫 구성…기대도 높아

“설계 질 향상과 시공 후 품질 관리, 통합디자인 구성, 저관리형 조경기술 강화 등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두 기관이 이번에 통합하면서 팀이 모아졌고 그만큼 역량도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미분양에 대한 근심이 깊어지면서 아파트 단지조경에 대한 관심과 투자금액이 크게 높아졌다. 장송의 조경수는 기본이고 독특한 고가의 시설물까지 도입, 점점 단지 조경요소가 화려해지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인 LH는 현실적으로 고비용이 소요되는 조경은 불가능하다. 상업성을 위한 눈에 띌만한 화려한 시설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LH는 주민이 살면서 만족할 수 있는 단지, 주민의 다양한 활동을 고려한 조경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김선미 조경설계팀장은 설명했다. 특히 통합조직으로 개편된 지 6개월 지난 지금은 조경설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체계를 갖추고 있는 시기로 향후 더 발전된 조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LH로 통합되면서 조경업무를 담당하던 조경직이 ‘녹색경관처’로 모아졌고 주택부문의 조경은 주택설계총괄처 소속의 ‘조경설계팀’이 맡게 됐다. 녹색경관처와 마찬가지로 주택설계를 담당하는 조경설계팀 역시 처음으로 뭉친 조경전담 조직이다. 김 팀장은 주택조경을 전담하게 될 조경설계팀의 첫 수장인 셈이다.

“이제 발걸음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산재돼 있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국민들이 대다수 가지고 있던 기존 임대주택 이미지를 벗는 것입니다. ‘LH 아파트, 특히 임대아파트는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조경설계의 질을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물론 비용 상승은 최소화해야 하지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현재 김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조경설계팀은 아파트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저비용ㆍ저관리형 조경 그리고 자연환경의 이점을 최대화시킨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 내실을 다져 주민들에게 인정받는 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지 지형 및 환경에 따른 특화설계도 시도하고 있으며 휴게ㆍ놀이ㆍ운동 등의 시설물 기준도 엄격하게 규정해 수준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아파트 가격분류를 2단계 더 나눠 7단계로 구성한 것 역시 아파트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오래도록 뿌리 박혀 온 인식에서 탈피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단번에 변화될 수 없는 것이고요.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살면서 ‘참 좋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LH 아파트에 대한 기성화된 인식이 쉬이 변화될 수 없음은 인정하되 ‘질’이 높아지면 천천히 그 인식도 바뀔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녹시율ㆍ주민참여공간 확대…특화 시도

특히 그는 LH가 택지개발을 하면서 동시에 주택설계까지 맡는다는 장점을 살리면 친환경 그리고 비용효율적인 조경설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수계를 활용한 수공간 연출, 생태습지 및 빗물 활용, 생태 정화시스템 도입, 원형지를 활용한 자연수림 경관조성 등 저탄소 녹색성장 설계 아이템이자 비용대비 효율도 높은 설계안을 실행해 가고 있다.

“보금자리 조경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강남지구 등은 시범적으로 특화단지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주변 자연경관 및 식생을 단지 내로 적극 유입시켜 생태조경을 적용시키고 주민이 직접 참여해 농사를 짓거나 화훼원으로 꾸밀 수 있는 참여정원도 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강남지구 A1블록의 경우 주민들과 함께 기르고 수확하는 건강채원, 각종 과일을 따 먹을 수 있는 유실수원, 화분가꾸기 및 분갈이 등을 할 수 있는 플라워가든, 허브티가든, 야생화들판, 생태습지원 및 미나리밭 등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조경요소로 적용시켰다.

세심하게 주민 배려된 단지 조성

“LH는 공기관인 만큼 임대아파트 등 손실을 감수하고도 진행하는 사업들이 있습니다. 소명의식이 필요한 것이지요. 따라서 상업성이 짙은 민간 건설사와 달리 ‘전시’를 위한 요소는 배제하면서 살고 있는 또는 살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조경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 아파트는 경제성 논리에 따라 조경을 준비해야 하지만 LH는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투명하게 진행하고 또 많은 사람이 혜택 받을 수 있는 주거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가적 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세심하게 배려된 단지를 만들어 가겠다는 목표다.

그는 LH의 첫 조경설계팀장으로서의 목표도 밝혔다. “조경설계팀이 체계적인 제도를 바탕으로 설계 질을 향상시켜갈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 놓고 싶다”는 것이다. 후임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 그가 고민하고 있는 과제다.

“현재는 조경이 필요한 작업이고 또 중요하다고 모두가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 ‘화장’을 하는 것처럼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또 꼭 조경전문가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 합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조경직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조경 분야의 중요성만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전문성도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조경이 ‘디자인’ 분야와 같이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기술자로서 능력을 키우고 또 자기의견을 확신 있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업성, 마케팅을 위한 전시요소 등을 지양하고 더디지만 살면서 시간을 두고 느낄 수 있는 조경, 지속가능한 그리고 최대한 비용효율적인 조경설계를 할 것이라는 LH 조경설계팀의 아집 역시 ‘확신’에 찬 주장일 것이다. 그 결과물은 앞으로 조성될 LH 아파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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