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국조경신문(대표 김부식)이 주최한 ‘2011 조경인 뚜벅이 프로젝트 투어’가 지난 12일 경기 시흥시 일원에서 펼쳐졌다.

새로운 조경문화 창달과 소통을 위해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 온몸으로 느낀다 - 건강하자! 공부하자! 소통하자!’를 슬로건으로 매달 진행된다.

이날 행사는 김부식 한국조경신문 대표와 이무섭 시흥시 공원관리과장을 비롯해 설계 및 시공, 자재 등 조경관련 업체 소속 실무 담당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첫 프로젝트 탐방지는 늠내길 제2코스인 갯골길 16㎞로 시청을 출발해 쌀연구회~갯골생태공원~아까시길~갈대밭~배수갑문을 거쳐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이곳은 경기 유일의 내만 갯골을 끼고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옛 염전의 풍광을 누리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식전행사와 준비운동을 마친 뚜벅이 탐방대(이하 ‘뚜탐’)은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인 갯골길 탐방에 들어갔다. 동장군의 기세는 한풀 수그러들었지만 입춘을 시샘하는 바람 끝은 여전히 매서웠다.

출발 10여분 남짓 쌀연구회가공센터 부근에 이르자 동심을 자극하는 논두렁 썰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나마 옛 추억에 빠져들 찰라 뚜탐은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

갯골길을 걷다보면 중간 중간에 솟대를 볼 수가 있다. 솟대는 민속신앙에서 새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세우거나 마을 입구에 수호신의 상징으로 세운 긴 나무 장대인데, 갯골길 솟대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리 모형의 이 솟대는 원래 한 개만 설치했는데, 외로워 보인다는 방문객 의견이 많아 암수 한 쌍을 세우게 됐다고 김학현 공원관리 담당은 설명했다. 

점심식사 때 무렵 뚜탐은 ‘갯골생태공원’에 이르렀다. 내륙으로 깊게 들어온 갯골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행성(뱀이 움직이는 형태) 내만 갯골이다.

서해안과 동일하게 밀물과 썰물이 12시간 25분 간격으로 일어나며, 산림청 희귀식물로 지정된 모새달(벼과의 다년초) 군락지가 전 지역에 고루 퍼져 있다.

 


갯골생태공원에는 멸종 2급, 보호1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매년 8월에는 시흥의 대표 축제인 갯골축제가 열린다.

특히 가을에는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이 붉은빛으로 장관을 연출한다고 이점숙 경기문화관광해설사는 말했다.

공원에는 옛 염전 일부를 복원해 천일염 생산과정을 학습할 수 있는 소금창고 2곳이 있다. 이곳 소래염전 지역은 1930년대 조성됐으며, 갯골을 중심으로 145만평 정도가 펼쳐져 있다.

당시 소래염전에서 생산된 상당수 소금은 수인선과 경부선 열차로 부산항에 옮겨진 뒤 일본으로 반출됐다고 한다.

소래염전은 인근 남동염전, 군자염전과 함께 우리나라 소금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했다. 그러나 천일염 수입자유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1996년 7월 31일 폐염됐다.

시흥시는 갯골과 연안습지의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되고 있는 이곳을 향후 국가습지로 지정하는 한편 ‘람사르 습지’로 등록·신청할 계획이다.

이무섭 공원관리과장은 “생태공원 조성이 완료되면 Green-Way(물왕저수지-생태공원-월곶-오이도)와 더불어 생태공원을 기점으로 해안과 내륙을 잇는 시흥의 대표적 허브 생태 관광코스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내만 갯골과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낀 뚜탐은 이곳에서 허기진 배를 달랜 뒤 오후 1시 아까시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시길은 양옆으로 대략 1㎞에 걸쳐 아까시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 나무는 5~6월경 흰색의 꽃과 향긋한 향기를 발산, 방문객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한다.

아까시길을 지나 섬산에 도달했다. 떠내려 온 산이라고 전해지는 섬산은 갯골 너머 농경지 가운데 있는 산으로 마치 섬처럼 생겼다해 이름이 유래됐다. 섬산은 갯골생태공원 조성 시 생태수목원으로 복원되고 가족 피크닉을 위한 장소로 조성될 예정이다.

섬산을 지나자 무수한 갈대가 뚜탐을 반겼다. 살랑이는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가 가득한 이곳은 갈대밭길이다. 갯골길 코스에서는 유독 갈대와 억새, 모새달이 눈에 띈다. 생김새가 비슷비슷해 언뜻 구분이 안가지만 갯골길 탐방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바람결에 서걱서걱 춤추며 놀자고 손사레치는 갈대를 뒤로한 채 뚜탐은 반환점인 방산대교를 거쳐 포동펌프장을 향했다. 이 구간은 앞서 지나온 구간과 달리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아늑했다.

포동펌프장이 소재한 포동도 1930년대에는 방산동, 월곶동과 함께 주 생활터전이 염전이었다고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뚜탐은 또 다시 갈대밭과 마주했다. 상당히 넓은 갈대밭이 형성된 이곳은 1977년 제작된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드넓은 갈대밭과 갯골을 따라 한가로이 걷다보니 갯골이 끝나는 부근에 때 아닌 왕게(?)가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갈대를 엮어 만든 터널 상단에 익살스러운 게 모양의 장식이 뚜탐을 맞이한 것. 갈대 터널은 갯골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게들(붉은발 농게, 방게, 참게, 밤게)과 갈대를 적절하게 조합한 볼거리 중 하나였다.

갯골길 탐방은 어느새 막바지에 다다랐다. 뚜탐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부흥교와 흥부갑문, 군자갑문, 장현천을 지나 출발지였던 시청에 4시간30여분 만에 도착하며 조경인 뚜벅이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조경인 뚜벅이 프로젝트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 제작진이 함께 참여해 ‘길’을 주제로 동행 취재했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