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순 전 민우회생협 직원
겨울 끝자락의 차가운 새벽. 3년전 꽃피는 봄에 정조의 생애를 기리며 성 곳곳을 돌았던 기억을 되새기며, 조경적 측면에서의 또다른 만남에 처음보다 더한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길을 나선다.
 
처음 도착한 수원박물관에서 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의미와 그로 인한 인식의 전환. 그 이후 끝임없이 전통을 복원하고자 하는 지속된 노력의 흔적들과 한그루 한그루 나무를 심듯, 전통문화를 지키고자하는 꾸준한 의지의 결실을 보며 작은 관심의 끈이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노론이 득세하던 시대에 사랑하던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고, 누구보다 바른 정치를 펴고자 했던 정조가 왕이 되어 쌓아온 많은 행적중 으뜸인 수원화성! 당시의 집약된 과학과 미적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녹아있는 성 곳곳의 모습속에 아직도 살아 숨쉬는 정조의 푸른 기상과 강직한 의지를 절절히 느끼며 감탄과 함께 좀 더 꿈을 펴지 못한 안타까움에 대한 깊은 한탄이  가슴에 저며온다.
 
융건릉으로 걸음을 옮겨, 여의주를 상징하는 동그란 모양의 곤신지 등 릉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며 정조가 세우고자 한  정통성의 애절한 흔적들을 되새긴다. 좁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의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 정자각에서 약각 비끼어 봉분의 자리를 잡았다는 것과 융릉을 지키는 능참봉에 대한 짧은 설화에 나타난 지극한 정조의 효심.
 
작은 자투리의 시간을 활용하여 예정에 없던 용주사의 방문은 뜻하지 않은 선물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4개의 보물중 하나인 종의 모습과 정조의 효심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주)이노블록에서 우리나라 콘크리트블록 생산의 현모습을 돌아보며, 겨울 해가 질 무렵 저녁식사 자리로. 서로가 다른 자리에서 조경을 업으로 삼고, 또는 조경을 공부하며 조경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서로 웃음을 나누며 조경을 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들과 나눈 작은 만남이 벌써 다음 뚜벅이 행진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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