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옛 부터 자연을 벗 삼아 생활하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생활철학을 갖고 살아왔다. 우리의 전통정원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욕망과 정신세계를 상징적 수법으로 구현한 또 다른 성격의 생활공간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선비가 거닐던 세계,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 속에 담긴 배후사상은 시대에 따라 개성있는 모습으로 나타나서 자연과 합일하려는 한국인의 마음이 바로 전통정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변천하면서 경제발전과 도시화의 확산으로 대규모 시설 위주의 환경이 조성되는 반면에 도시인들의 정서와 여유가 실종되는 현상이 초래됐다. 물론 대규모 공원과 위락시설 공동주택의 조경 등이 있어서 녹지에 대한 관심과 정책은 지금까지 꾸준히 지속이 됐다고는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대규모로 오픈된 공간 속에서 느껴지는 군중 속의 고독처럼 개인의 욕망과 자아실현을 찾지 못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질병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 갈등과 대립 질병 범죄 자살 등으로 표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환경에 익숙하다보니 도시민은 정원을 낯설게 인식하게 되었고 점차 생활 속에서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정원은 계속 우리 생활 속에서 존재하여 왔다. 할머니가 집 앞 박스에 심어 놓은 고추모종부터 사무실이나 점포의 개업축하 화환, 아파트 베란다 화분, 실내 환경호르몬을 잡는다는 식물 그리고 지하철이나 건물 로비에 설치된 식물과 시설물들이 모두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주거환경의 변화와 도시텃밭,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원에 대한 열망이 점차 고조되고 있는데 이미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등지에서는 오래전부터 높은 수준의 정원문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국민복지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외국의 유명한 세계적인 정원박람회에 우리 정원디자이너가 참여하여 대한민국 정원을 인정받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남의 일처럼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 우리 정원문화의 한 단면이다.

‘한국정원학회’에서 이름이 바뀐 ‘한국전통조경학회’는 그동안 정원에 대한 연구, 설계기준, 시방서를 만들다보니 스스로 영역을 좁혀왔다고 하면서 정원은 관광, 미술,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가 필요하므로 함께 정체성의 변화를 꾀하려 하고 있다. 새로운 정원문화를 위한 변화로 보인다.

정원과 공원의 가장 큰 차이는 이용과 관리의 주체에 있다고 본다. 정원은 공원과 달리 내가 직접 흙을 만지고 꽃을 심고 풀을 뽑고 느끼는 특징이 있다.

정원은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니다. 정원은 우리 생활 속에 있다.

정원 속에는 사상과 문학, 예술, 배움, 치유, 사랑 등이 함축되어 있다. 새소리와 솔바람까지 들어 있는 우리의 정원문화가 묵은 먼지를 털고 일어설 때 대한민국 정원이 또 하나의 한류가 되어 세계인의 환호를 받을 것임을 확신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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