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막을 내린 영국의 첼시플라워쇼에서 우리 민족 비극의 장소인 DMZ 을 주제로 한 정원이 금메달에 이어 전체 최고상인 회장상(RHS President's Award)을 수상했다.

올해 신설된 회장상은 정원과 원예, 플라워쇼 등 모든 부문의 구분없이 모든 참가자를 통틀어 선정되는 최고작(Best)에 주어지는 상으로 대한민국 가든디자이너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인 황지해 작가는 작년에 아티즌가든 부문에 ‘해우소 가는 길’ 작품을 출품해서 금상을 받았으며 금년에는 첼시플라워쇼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쇼가든 부문에서 다시 금상과 회장상을 거머쥐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가든디자이너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침묵의 시간: DMZ 금지된 정원’ 이란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쟁의 폐허인 DMZ 를 생명의 환원과 치유라는 자연의 위대함을 스토리텔링으로 잘 표현하여서 갈채를 받았고 영구 전시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알려진대로 황지해 작가는 첼시플라워쇼에 초청을 받고도 출전경비를 조달하지 못해서 애를 태우다가 막바지에 지역의 기관장과 건설업체의 지원을 받아서 아슬아슬하게 출전을 해서 얻은 결과라서 더욱 값지다.

185년의 전통을 가진 첼시플라워쇼는 출전 자체만으로도 영광이고 입상이 되면 작가는 물론이고 후원하는 단체에도 그 가치와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된다고 한다. 현지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클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며 행사를 통해 막대한 광고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대단하고 훌륭한 행사의 성과가 국내에 돌아오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전락하는 비애가 있다. 작년에 금상 수상을 할 당시에 심사위원들이 한국에 돌아가면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얻게 될 것이라는 덕담이 영국에서만의 이야기로 끝나버렸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정원에 대한 가치와 문화를 대한민국의 물적, 지적자산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려하는 국가정책과 국민정서가 성숙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정원문화는 문화유산이라고 할 만큼 특정지역의 가치와 경관을 보여주고 우리 민족의 사상과 정서를 담고 있는 곳인데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하는 ‘한국메세나협의회’라는 것이 있다. 한국의 전통조경인 정원문화도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관심을 받아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원을 가장 잘 알고 활동하는 조경계에서 그 역할을 해야 된다고 본다.

지금 새롭게 정원문화가 조명되고 태동기에 있는 정원산업이 발달하면서 이런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과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황작가의 바람이 모든 조경인들에게 현실로 나타나길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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