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유가공업체의 영업사원이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대리점주에게 막말과 욕설 퍼붓고 부당한 요구를 한 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갑을 문화’ 현상을 반성하게 하고 있다.

최근 라면 상무, 빵 회장에 이어서 등장한 ‘갑’의 우월적 지위에 위치한 돈 있고 힘있는 자들의 도를 넘은 안하무인격 행위들로 병들어버린 우리 사회의 불편한 모습이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갑과 을은 계약 행위가 있을 때 서로의 위치에 대한 순서에 따른 표현이지만 그곳에 수익구조가 부가되게 되면 균형은 깨진다.

본인의 힘이 아닐지라도 갑의 위치에서 힘을 갖게 되면 강자의 논리가 몸에 배이게 되고 우월한 지위가 자신의 능력인양 착각을 하고 월권행위가 생기는 사회적 습관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 을은 갑에게 마음에 안 드는 대응을 하다가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부당한 요구나 처우에 꿀먹은 벙어리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 노출된 ‘갑-을 문화’의 현상이 몇몇 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체육, 연예, 문화 등 전반적으로 고착화 되어있다고 본다.

조경계를 돌아보자.

우선 학교를 보면 교수와 제자는 철저한 주종관계를 갖게 된다고 한다. 지도교수의 눈 밖에 나면 학위취득은 물 건너갔다고 말한다. 교수와 업계 관계를 보면 사회로 진출하는 고급인력을 주고받는 연결고리와 산학협동의 아름다운 관계가 될 수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주종관계로 전락하였다. 각종 심의와 심사의 중심에 서있는 교수는 가만히 있어도 갑의 위치에 서게 되고 업계는 스스로 을의 위치로 전락하여 갑을관계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일부가 도에 넘는 행위로 인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한다. 업계 내에서도 갑을관계가 형성되다보면 불편한 관계는 계속 발생한다. 계약을 통한 업무라 할지라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갑은 본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변경이나 불인정, 무시, 월권행사 등의 문제로 수익관계가 요동치게 되고, 을이 눈에 벗어나는 저항이라도 하는 날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을의 입장에서만 있었던 직장인의 73%가 갑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해 생기는 감정적인 절망감은 사회 병폐로 이어진다.

아무리 공정사회, 경제민주화, 공사구분 등의 구호를 외쳐대도 사전에만 있을 뿐이고 현실에서는 야만적인 힘의 논리만 작용한다는 을의 불가항력적인 하소연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불편부당한 관계가 청산될 수 있을까 ? 불공정한 거래나 행동에 대하여 처벌 조항이 있지만 지금처럼 솜방망이라면 근절되기가 어렵다. 갑과 을이 동반자적인 인식과 누구에게나 똑같이 엄격하고 정확한 잣대가 있고 공명정대한 신문고 시스템이 보장된다면 동등한 갑을관계가 가능할 것 같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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