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옥선(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장)
언제부터인가 웰빙보다는 힐링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힐링과 관련된 책과 강연이 많아졌고 힐링 푸드, 힐링 화장품, 힐링 콘서트 등 그야말로 힐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웰빙이 신체적 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강조한 것이라면 힐링은 마음과 정신의 치유를 의미한다. 즉, 마음의 상처나 스트레스 등으로 손상된 감정을 치유함으로써 온전한 심신상태로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힐링은 1997년 한 언론매체를 통해 일본의 새로운 트렌드로 소개되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웰빙 트렌드에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힐링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힐링 열풍은 2010년 이후 경기부진이 장기화 되고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취업난 등 생존경쟁에 내몰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감, 위로, 치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층에서 시작된 힐링 열풍은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가는 중인데, 이는 우리의 삶이 고단하고 팍팍해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힐링 열풍은 이제 산업으로 연결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명상, 요가, 스파, 휴양관광 등의 힐링 비즈니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힐링 도서인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힐링 관광상품인 템플스테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료, 식품, 패션, 화장품, 문화 등 광범위한 산업에 걸쳐 힐링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렇듯 쏟아지는 힐링 상품 속에서 어떤 것이 진정 몸과 마음에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주는 것일까?
힐링 상품과 힐링 요법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지만, 힐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고 삶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여행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거창한 테마여행보다 자신만의 주제를 정한 여행이 마음의 치유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행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요즘 유행하는 둘레길 걷기는 그 자체로 자신을 내려놓고 치유를 향해 다가서는 방식이다. 멀리 여행할 여유가 없다면 평소 관심 있던 장소나 고궁, 또는 전통시장을 찾아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권한다.

거기에 덧붙여,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자연 속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농촌 마을길도 걸어보길 추천한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농촌의 여유로운 경관을 감상하면서 걷다 보면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신체적 건강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걷기가 의미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삶의 속도를 내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분이 좋으면 콧노래와 함께 조금 빠르게 걸을 수 있고, 힘에 부치면 조금 느리게 걷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내가 맞출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안정된다.

농촌 마을길에는 자연과의 교감이 있다.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의 풍경에서 볼 수 없었던 살아있는 동식물과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길 주변의 나무와 들판의 곡식들, 밭 가장자리 돌 틈에서 수줍게 피어난 들꽃들도 만날 수 있다. 자연과 접하면서 마음의 상처나 스트레스 등으로 손상된 감정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농촌 마을길에는 만남이 있다. 현대인들은 소통을 위해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로 인해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다. 농촌 마을길 위에서는 소박한 마을 안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 낮은 담 너머 주민과 인사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걷다가 지치면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마을길을 걷다 들른 농촌에서는 고향의 푸근한 정을,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선선해지는 이 가을에 위로와 치유가 되는 농촌 마을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 저우리마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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