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이렇게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은 1968년 1월18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제정 작업에 들어가 같은 해 11월26일 여야 국회의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한 뒤, 12월 5일 선포됐다. 그로부터 26년간 국정교과서에 게재돼 왔으며 2003년까지는 정부 주관 행사로 국민교육헌장 기념일을 치러왔다.

지금 시점에서는 사실상 소멸된 헌장이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 이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총 393자로 구성된 이 헌장을 달달 외워야 했다. 헌장(憲章)이란 무엇인가? ‘어떠한 사실에 대하여 이상(理想)으로서 규정한 원칙을 선언한 규범’이라고 정의 돼 있다.

내용과 형식은 다르지만, 2013년10월28일. 이 땅에 비로소 ‘한국조경헌장’이 선포됐다. 1972년 조경이 태동한 지 41년 만의 일이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한국조경학회는 조경헌장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초안을 마련했다. 몇 차례 세미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지난 28일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이 참석한 제10회 조경의날 기념식을 맞아 선포한 것이다.

오늘 시기에 굳이 ‘헌장’이라는 방식으로 규범을 공표한 배경에는 조경분야 발전과 시대적 변화에 따른 재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외부환경의 요인으로 인해 한국 조경의 위상과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 또한 작용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포된 ‘한국조경헌장’은 열악한 조경분야 법·제도의 표준이 되고 관련 정책의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김한배 한국조경학회장은 조경헌장의 역할에 대해 ‘깃발을 세우는 일’이라며 “우리의 정체성·가치·당위성을 모두 담은 깃발을 통해 미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에 따라 한국조경헌장은 전문을 비롯해서 조경의 가치, 영역, 대상, 과제가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정리돼 있다. 특히 ‘조경의 가치’ 부문에서는 자연·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한 통찰을 통해 조경가들의 다짐을 새롭게 해준다. 조경의 영역과 대상을 통해서는 현재 조경이 하고 있는 분야와 과업들까지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어서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기능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무런 법 체계를 갖추지 못한 조경 분야에서는 이 헌장을 좌표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해 함께 공유하고, 외부 요인으로 인하여 왜곡된 부분은 바로잡고 향후 변질되지 않도록 다함께 수호에 힘써야 한다.

‘한국조경헌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조경은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다. 조경은 생태적 위기에 대처하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경관을 구현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조경의 책임이자 과제이다…’

한국조경헌장은 내일을 위한 것이다. 누구보다 조경인들이 앞서서 제창하고 전파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에게 조경헌장 알리는 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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