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린이들에게 놀이터는 필요 없다. 아이들을 아무 데서나 놀게 하고 싶지 않은 부모들에게나 놀이터가 필요할 뿐이다”

유럽의 한 놀이터 및 놀이시설 디자이너가 한국에 와서 발표한 내용이 우리가 그동안 어른의 입장에서만 놀이터를 만들어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귄터 벨찌히(Günter Beltzig)’의 한국 특강을 통해 “놀이기구 자체보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향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했나? 공간을 중심으로 한 놀이터보다는 제품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특허’ 경쟁에 매몰돼왔다. 2008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제정돼 안전기준에 미달한 구형 놀이시설이 대거 교체되는 특수를 맞으면서도 판매와 영업에 집중하기만 했다. 그 중심에 어린이들은 어디로 갔나?

간혹 창의적인 시도와 새로운 재질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여러 제도나 문화적인 한계가 장벽이 되어 넘지 못하기도 했다. 단순히 놀이시설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놀이기구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아무렇게나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이풍경’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공간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되겠다.

결국 어른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창의적인 놀이시설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 어른들은 어린이 놀이문화에 대한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좋은 놀이터 만들기 어른모임’과 같은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어린이들이 직접 그리는 ‘놀이터 디자인 공모전’을 열고, 올해 가장 창의적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를 선정해서 ‘대한민국 놀이시설 대상’을 주면 어떨까? 그리하여 어느 날을 정해 ‘놀이터 축제’를 연다면 모든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제2의 어린이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자체 대형공원들은 리모델링 하면서 창의적인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힘을 기울이기도 할 것이다.

귄터 벨찌히는 “대한민국 서울에 왜 미국과 유럽의 놀이터가 보이느냐? 농가 놀이터, 절 모양, 탑 모양의 어린이놀이터가 왜 없느냐?”며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놀이터 수출국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제품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자긍심이 있다. 그러나 한국식 문화를 놀이시설에 담고 신한류 상품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번 더 되짚어보자. “어린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다 가지고 논다. 어린이를 위해서 놀이기구를 설치해주는 것이 아니라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귄터 벨찌히의 주장에 ‘발랄한 생각’을 더해보면 어떨까?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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