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촌진흥청에서 반가운 통계자료를 내놨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텃밭정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더니 우울증 감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것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팀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실버 주말농장에서 20여명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한다. 1년간 운영 결과를 모니터링해보니 참여 노인들의 우울증은 참여 전보다 2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비단 노년층에 국한된 수치가 아니다. 주부, 직장인, 학생, 군인 등 어느 표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가드닝은 의미 있는 개선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도시농업과 가드닝은 삭막해진 우리네 삶을 생동감 있게 바꿔주는 엔돌핀 역할을 한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농업과 정원문화를 다루고 있는 관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단순히 텃밭을 분양하는 데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4월부터 11월까지 총 27회에 걸쳐서 매주 경작에서부터 텃밭음식 만들기, 친환경 농법, 허수아비 만들기, 소외아동 초대봉사, 친지들과 함께 하는 가든파티, 수확배추 기부행사 등의 프로그램들이 노년의 시간에 활력을 주었다.

농촌진흥청은 텃밭정원 프로그램이 공동체 정원의 구성 요소인 생산·교육·기부·예술·이벤트 5가지 주제와 감각·감성·인지·행동·관계 5가지 체험 유형을 신체적(감각, 행동), 정신적(감성, 인지), 사회적(관계) 건강과 연계해 기획됐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 노년층에게 소일거리 제공은 물론 자존감 회복, 레크레이션, 사회성 증진 등의 효과를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난 참가 어르신들의 소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에게 텃밭이란? 특혜 받은 인생의 활동장소 ▲달라진 내 모습은? 텃밭도 이렇게 신나게 할 수 있구나 ▲앞으로 꿈과 바람은? 1년 더 이런 기회를 주면 좋겠다” 등의 답변이 줄을 이었다.

이보다 좋은 복지가 어디 있는가?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텃밭 제공 및 가드닝 프로그램 운영은 더 많은 어르신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서둘러 확장돼야 한다. 많은 노년층들은 젊은 시절 고향에서 텃밭 일구고 손수 꽃밭 가꿨던 향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크게 감동할 수 있고 실효성도 높다.

그리고 텃밭을 넘어 가드닝으로 확장돼야 하며, 단순한 부지제공을 넘어 활력 얻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 또한 같이 보급되면 좋겠다.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위로받을 대상이 마땅치 않음으로써 우울증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가드닝을 장려하는 것은 노년층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고 심신이 건강해짐으로써 의료비는 물론 사회적 비용 또한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 온다. 우리는 요즘 국민적 상실감과 우울증에 빠져 들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생활 속 녹색복지를 확충하는 일이 시급하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어르신 한 분의 참여소감은 우리가 왜 녹색복지에 힘써야 하는지 되새겨보게 해준다. “채소밭에 오는 발걸음에 절로 콧노래가 난다. 계속 흙을 만지며 생활할 수 있는 전원생활을 꿈 꾼다”

‘석양’이 꿈을 꿀 수 있다면 그 사회의 ‘여명’은 더욱 밝아질 것이 틀림없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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