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부터 5일간 열리기로 돼 있던 ‘제3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 한 달을 못 남기고 내년으로 연기됐다고 한다. 이미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은 만사 제쳐둔 채 소재구입과 자재발주에 들어간 상태다. 단순 손실만 따져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에 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주요 구성은 여러 부문의 정원을 공모해서 조성하는 것이다. 그중 기성작가들 경연무대인 모델정원의 경우에는 기업체 후원으로 진행해왔고 운영방침이었다. 이는 영국의 첼시플라워쇼가 스폰서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가든쇼의 방식을 응용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파행의 표면적 원인은 모델정원 조성을 위한 기업체 후원을 안성시가 받지 않기로 방침을 변경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비 4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당초보다 시의회 일정이 늦어지면서 추경 예산의 반영이 9월말쯤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적절한 자금조달의 방식을 찾지 못한 안성시가 주관기관에 연기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불똥이 떨어진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은 긴급히 대책을 검토해 보았지만 당장 대체할 만한 ‘안전한 방식’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과연 ‘박람회 연기’가 최선이었을까? 설령 그 방법 뿐이더라도 연기를 결정하는 과정은 적절했을까?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주관하고 있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보다 3년이나 앞선 2010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된 정원박람회다. 지역의 낙후된 공원을 리모델링하고 도시재생의 축으로 삼고자 했으며 지역시민들의 가드닝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지금도 유일한 정원박람회이다. 다시 말해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하며 확산될 수 있는 성공모델인 셈이다.

비엔날레처럼 2년에 한번씩 격년제로 치러졌다. 2010년 시흥시 옥구공원, 2012년 수원시 청소년문화공원에 이어 안성시가 도내 33개 시군 가운데 유치경쟁을 벌인 결과 2014년 개최지로 확정된 바 있다. 안성맞춤랜드가 조성된 지 오래돼 리모델링을 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작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안성시의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대한 정치적 판단과 책임감 부족은 결국 파행으로 몰고 갔다.

한때, 매번 10월에 치러온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올해는 5월에 개최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6.4 지방선거 전에 행사를 열어 당시 황은성 시장의 ‘박람회 효과’를 기대하려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결과는 없던 일이 돼 10월로 확정됐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문제의 발단이 된 모델정원 조성비를 기업체에서 후원받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기로 결정한 것은 이런저런 변명에도 불구하고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도 있다. 안성시장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원박람회를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파행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안성시의 의지부족과 철학부재를 꼽을 수 있다.

2년 전 박람회를 개최한 수원시도 갑작스러운 문제에 봉착해 한 달 남겨놓고 급히 개최장소를 변경한 사실이 있다. 원래 예정지였던 서호공원 일대가 문화재보호구역이어서 박람회 개최가 불가능하게 됐으며, 수원시는 급하게 청소년문화공원으로 옮겨 준비해 온 행사를 치러 도민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안성시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헌신짝처럼 버린 채 개최지 안성맞춤랜드에서 함께 열기로 했던 남사당 바우덕이축제는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성시민은 ‘표’로 보고 경기도민은 ‘졸’로 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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