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한국조경사회가 주최해 왔던 조경박람회는 올해 야외로 나와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로 간판을 바꿔 처음 개최된다.

그동안 코엑스에서 열리던 실내전시의 한계, 운영사와 갈등, 실외 전시공간 요구 등 변화하는 조경산업과 국민 눈높이에 따라 조경박람회도 새로운 도전을 요구받아왔다. 마침 서울시와 공동 주관으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게 된 이번 박람회는 1석3조를 노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자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조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장기에서 비유하듯이 ‘차포(車包) 떼이다’는 말이 있는데, 돌이켜보면 우리가 언제는 차포라도 갖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직 ‘마상(馬象)’만으로 장렬하게 일궈온 현대조경사였다. 수 년간의 침공으로 그 마상마저 전리품으로 얻은 건축과 토목 대군들이 마지막 남은 몇 개의 ‘졸병(卒兵)’마저 빼앗겠다고 달려드는 이 전장은 애시당초 불공정했다.

그들은 외부공간도 ‘건축물’로 규정해 조경을 통째로 약탈해갔고, 조경설계업과 조경엔지니어링업을 ‘건설기술진흥법’으로 한 방에 무력화시켰으며, ‘규제 완화’라는 미명아래 녹지면적 축소와 폐지에 혈안이 돼 있다. 그것도 모자라 건축과 토목군단은 조경정책의 마지막 전사인 ‘조경면적’마저 없애겠다는 법개정안을 발의시켜 마침내 무장해제를 벼르는 상황과 다름 아니다. 보호는커녕 정부가 직접 나서 일개 산업을 이렇게 말살시키다니 그럴 수도 있는 것인지 조경인들의 배신감은 폭발하고 있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라는 시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중략)…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중략)…담쟁이 잎 하나는/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처럼 지금 우리는 담쟁이와 같다.

국가상징가로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는 그래서 눈부시도록 아프다. 초록 잔디밭이 드넓게 깔려 있고, 알록달록 시설물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뽐내고 있으니 그렇다. 송골송골 땀방울 흘리며 정원가꾸기 경연을 펼치는 시민들 솜씨와 정성이 예뻐서 그렇다. 조경의 미래인 대학들이 앞다퉈 신입생 유치 경쟁을 펼치는 풍경이 보태져서 더욱 그렇다. 이 박람회는 진흙 위에 피는 꽃과도 같은 희망이다.

올해 처음 광장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는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축제이자 산업전시회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모전과 정원설계 프로젝트, 정원 경진대회 및 각종 특강과 세미나, 작품전시회들이 즐비하다. 현 시기 최고 기술과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조경인들의 모든 이목도 모여있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올라가야 한다.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느끼는 지금, 놓지 않고 넘어서야 한다. 조경문화박람회가 물꼬를 트고 수십만 조경인들이 손 맞잡으며, 결국 이 벽을 넘지 못한다면 ‘조경의 내일’은 기약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국민과 만나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조경산업에 대해 왕따와 이지매에 앞장서고 있는 부당함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조경의 참모습을 알려내는 일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기 한국의 조경이 광장으로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이유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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