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국가공원으로 특별법까지 제정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던 ‘용산공원 조성사업’이 점점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1990년 용산기지 이전 양해각서가 체결되면서 시작된 이 사업은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세계적인 명품공원을 만들겠다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2012년에는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까지 열었으나, 그 이후 계속되는 계획변경과 예산 및 조직 축소를 거치면서 이제는 정상적인 추진 자체가 어려워지게 됐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조경이 중심이 된 대형 프로젝트 추진의 어려움이 종합백화점식 애환으로 녹아있어 서글퍼진다. 용산공원 정책이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조경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이를 반면교사 삼아 되풀이되지 않도록 총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7일 한국조경학회와 한국전통조경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용산공원 설계가 변화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통합설계 지향 없이 공정률에 치우진 설계 진행 ▲발주처인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의 비전문성 및 오너십 부재 ▲전시작전권 전환시점 연장에 따른 한미연합사, 미 대사관 부속시설 잔류 등 외교상황 변화 ▲주변지역 도시계획 재검토 ▲주민참여 부재 등을 꼽았다.

이렇게 협조가 안 될 바에야 정부는 왜 많은 예산을 들여 국제공모까지 실시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특히 정권 교체 후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급감하면서 예산 또한 제대로 편성되지 않아 기본설계가 중단되거나 축소지연 편성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는 대목에서 조경 공동체가 함께 걸어온 길이 맞게 왔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용산공원 기본계획이 더 이상 축소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조경계가 중심이 되어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책 마련과 책임 있는 정책 진행을 위한 대응 조치를 해야 한다.

그동안 국토교통부 별도조직으로 운영돼왔던 용산공원조성추진단은 사실상 해체되고, 그 업무가 도시정책관 산하로 이관되면서 또 다른 기로를 맞이한다고 한다. 용산공원 정책 축소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며,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20년에 걸쳐 진행된 국가적 프로젝트가 세월이 지나면서 여타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태를 막는 것은 물론 불가항력적인 일이 있을 수 있겠으나 조경 공동체 스스로 목표를 위한 공동의 전략을 수립한다면 이를 최소화할 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명분을 만들고 쌓아가는 과정을 지금보다 더욱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 단순히 작품의 콘셉트나 당위성, 스토리텔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시기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명분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과 국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물러서지 않는 배짱도 가져야 한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지금 무수히 많은 ‘용산공원 사태’와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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