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당시 서울시는 학교공원화사업이라는 명분으로 29억8200만 원 예산을 들여 노원구 대진여고를 비롯해 성북구 안암초교, 은평구 신사초교, 서초구 언남중, 강동구 동신중 등 8개 학교 운동장에 천연잔디를 조성했다.

지난달 28일 본지에서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안암초교와 대진여고, 언남중학교 3곳을 제외하고 5개 학교 운동장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성 예산으로 사용된 세금 중 17억여 원이 모래가 된 것이다.

이에 본지는 실패한 사업에 대한 시각을 바꿔 지자체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조성하고 관리되고 있는 홍익대부속여중고교에서 해답을 찾아보았다.

▲ 홍익대부속여중고교의 잔디운동장 전경

조성과 관리는 의지의 차이

홍익대부속여중고교는 지난 2012년에 자체 예산으로 지금의 천연 잔디 운동장을 조성했다. 식재된 잔디는 캔터키 블루그라스(Kentucky Bluegrass)로 현재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나 골프장에 주로 이용되는 잔디로 비교적 손이 많이 가는 잔디로 알려져 있다.

원래 홍익대부속여중고교 운동장은 일반적인 마사토로 조성된 운동장이었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잔디 조성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고, 조성 이후의 유지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여 외부 업체인 GLM에 시공과 유지관리를 맡겼다.

“잔디는 조성하는 것 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조성이 잘 돼 있어도 유지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맨땅보다 못하게 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판단됐다”고 김태학 홍익대부속여자중고교 행정실장은 말했다.

앞서 언급했던 8개의 학교 중 5개 학교 운동장이 모래땅으로 바뀐 것은 유지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지관리에 대해 해당 학교들 의지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변명의 여지는 있었다. 당시 유지관리비는 서울시와 해당 구청에서 분담하는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장인 오세훈 시장이 불명예 퇴진 후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3개 학교만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면서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다.

많은 학교들이 잔디 운동장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부닥치는 부분이 유지관리 예산이다. 이에 대해 홍익대부속여중고교 또한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협력을 통한 1/n 공식

지금까지 지자체별로 잔디운동장을 조성함에 있어 지자체들의 지원이 필요했다. 다만 여기에는 유지관리 비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나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이행도 되지 않아 잔디운동장은 요원한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홍익대부속여중고교는 지자체 등의 지원보다 실질적인 관리가 진행될 해법을 찾는데 주력했다.

“일반적으로 학교 예산은 그리 넉넉하게 마련되지 않는다. 사정이 그러다보니 잔디 관리예산도 충분하게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우리 학교와 홍익대 등 3곳이 함께 연간 1500여만 원의 유지관리 비용을 갹출해서 지출하고 있다. 한 곳에서 부담하는 방식이었다면 잔디 조성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김태학 행정실장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익대부속여중고교 잔디운동장 용역을 맡고 있는 GLM의 김환웅 이사는 “현재 3곳의 유지관리를 맡고 있으면서 느낀 것은 한 학교에 1개사가 용역을 맡으면 비용이 1500만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것을 몇 곳이 함께 할 경우 실질적으로 드는 비용은 이 보다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기업적인 측면에서는 고정적인 클라이언트 확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용을 지출하는 학교 처지에서도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서로 상생을 모색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환웅 이사의 말에 따르면 잔디관리는 하루에 3~4시간 정도가 할애되기 때문에 3~4곳을 함께 관리를 하게 된다면 기업이나 학교 측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Win-Win전략’은 경제논리에만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홍익대부속여중고교에서 증명한 것이다.

▲ 김태학(왼쪽부터) 행정실장과 김환웅 GLM이사가 잔디와 수분공급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상생을 위한 협력

홍익대부속여중고교가 성공적인 잔디운동장을 유지관리할 수 있던 이유로는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용역 업체와 발주처 간의 상생을 위한 협력이었다.

홍익대부속여중고교와 GLM은 잔디 관리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통된 사항에 대해 순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잔디 관리를 하다보면 학교 측과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잔디를 관리함에 있어 꼭 필요한 사항들을 학교 측에 제안 했을 때 그 것을 잘 이해하고 따라준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김환웅 이사는 전했다.

상생을 위한 협력은 말로만 풀어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신뢰와 믿음이 뒤따라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실생활에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을 요구받게 된다.

이에 김환웅 이사는 “잔디는 전문 회사가 맡는 게 맞다. 관리 또한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흐르고 있다. 잔디 공사를 토목에 맡기면 잔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인력을 동원해 심어 놓는데 급급하다. 당장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관리가 전혀 안 돼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홍익대부속여중고교는 이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고, 우리 또한 그러한 뜻을 존중해 수익의 높고 낮음을 떠나 서로 타협할 수 있는 선에서의 유지관리 비용만으로 지금까지 문제없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리의 효율성 제고

잔디는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수분 소비량이 4mm 정도이다. 여기에 증발량은 계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평균적으로 8mm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대부속여중고교 잔디운동장에 설치된 관수시설은 뿌리층에 직접 물을 공급해 주는 방식의 특허공법으로 시공되었다. 하루 2회 오전과 오후 10분씩 자동분사된다. 그렇기에 잔디에 있는 모래는 겉면이 말라보여도 1cm만 파보면 젖은 모래층이 보일 정도로 충분한 수분 유지가 되고 있다.

현재 잔디관리는 매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가뭄이 길어 잔디상태가 좋지 못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가 온 다음 날은 잔디 상태가 좋을 수 없다. 때문에 밟는 것을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잔디는 밟아야 잘 자란다’는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다. 잔디의 성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무지라 할 수 있다.

“학교와의 소통이 관리의 효율성까지 제고할 수 있게 해 준다. 잔디가 훼손된 지역은 땅이 드러난다. 이러한 경우 가능하면 회복을 위해 밟지 않는 게 좋다. 학교의 경우 청소년들이 운동장에서 각종 운동들을 즐기기 때문에 진입을 막을 수는 없다”며“하지만 홍익대부속여중고교는 잔디의 회복을 위해 땅이 드러난 지역에서는 가급적 체육활동 등을 자제하는 편이다. 대신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지역에서만 활동이 이루어지고 관리를 유연하게 진행하고 있어 필요충분조건을 맞춰갈 수 있는 것 같다”고 김환웅 이사는 피력했다.

지난 2009년에 국민의 세금 29억여 원을 들여 학교 잔디운동장을 조성했다. 이중 3곳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졌다. 모두 학교장이 희망해서 선정이 되었다고 한다.

비교적 유지관리를 잘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 대진여고의 경우 학교 측에서 자체적으로 관리를 해 왔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전문가들 손길이 필요한 잔디 관리를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관리를 하다 보니 보식을 하면서 같은 종류의 잔디가 아닌 여러 잔디들이 뒤엉켜 자라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여학생들이 정말 좋아한다. 모래가 풀풀 날리는 운동장이 아니다보니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갖는 것 같다”는 김태학 행정실장의 말에서 잔디운동장 확대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 보인다.

홍익대부속여중고교의 선택은 옳았다. 시공을 한 기업에게 관리까지 맡긴 것은 유지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한데 따른 것이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시공을 잘못하면 관리가 안 돼서 결국 갈아엎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중복투자가 이루어져 비용 절감보다는 허비만 진행될 뿐”이라고 말하는 김환웅 이사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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