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된 것을 두고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한다. 드넓은 쓰레기 매립장에 코스모스꽃물결이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것을 보면, 분명 상전벽해가 마냥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는 인천 시민은 물론 서울과 경기도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와 폐기물이 매립된다. 벌써 오래 전이다. 사람이 사는 일에는 반드시 소비가 필요하고, 소비하면 또 반드시 부산물인 쓰레기가 배출되기 마련이다. 사람은 유기물이다.

강성칠 수도권쓰레기관리공사(SL공사) 문화조경사업처 처장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나무를 자라게 하고, 꽃을 피우고 있다.

강성칠 처장의 손을 거쳐 자란 나무가 무려 528만 그루다. 오는 2020년까지 1000만 그루 식재를 목표로 수도권매립지의 나무들을 가꾸고 있다.

강 처장은 또 수도권매립지에서 열린 ‘제4회 드림파크 아름다운 정원 만들기 컨테스트(주민참여 정원만들기)’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율한 지휘자이기도 하다. 강 처장을 만나 주민참여 정원만들기 행사의 의미와 발전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예년에 견줘 올해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은?

올해로 4회 차다. 처음 할 때는 사실 사람 모으기도 굉장히 힘들었다.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어려웠다. 작품은 겉 모습도 좋고 그렇지만, 요즘은 스토리가 강조되고 있다.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니 가족과 이웃 간의 소통과 한마음을 강조하더라. 너무 좋았다. 올해 20개 작품 중 5팀만 상을 줄 게 아니라, 내년엔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해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예산과 지원을 늘려야겠다.

올해 드림파크 가을나들이와 주민참여 정원 만들기 행사를 기획하면서 주안점은 무엇이었나?

이번 행사는 환경과 자연, 인간의 조화로서 매립지 환경에서 피어나는 자연의 꽃을 통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힐링할 수 있도록 꽃밭과 쉼터를 마련했고, 환경보전의 소중함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재활용 작품과 체험활동을 준비했다. 드림파크 가을나들이 행사는 그동안의 ‘축제’ 형식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가을소풍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이 행사의 의미는?

SL이 사실은 혐오시설이다. 그래서 이웃 지역 주민들과 갈등도 많았다. 그래서 이 가을나들이 행사를 하는 것도, 주민참여 정원만들기 행사를 기획한 이유도 SL과 주민들이 소통을 해서 화합을 이루자는 목표가 크다. 외부에서 정원 작가 전문가가 훌륭한 작품을 출품하는 것 보다, 주민들이 이웃과 함께 매립지를 찾아 소박한 정원 하나 만드는 게 더 아름다운 성과다.

앞으로 발전방향과 밑그림은?

참 잘 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공간을 넓혀서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수도권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아마추어 애호가들이 정원 만들기를 하는 산실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SL 문화조경사업처는 무슨 일을 하나?

쓰레기 매립지에 있는 ‘문화조경사업처’라고 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문화조경사업처는 매립 후 아름답게 공원을 만드는 일을 맡아하고 있다. 나무 심기부터 공원을 만드는 게 기본 업무다.

그것을 넘어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자 축구와 야구를 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야구교실과 축구교실, 골프교실, 승마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승마체험교실에만 10마리의 말이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에는 가을나들이 행사에 선보였던 꽃을 들고 개성공단에 가져가 꽃 축제를 열기도 했다. 꽃과 문화에는 벽이 없다. 지금은 길이 막혀 아쉽다.

매립지에 조경, 나무는 어떻게 식재하고 있나?

폐기물 쓰레기가 반입되면 5m씩 8단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그 5m는 쓰레기를 4.5m 쌓고 그 위에 흙을 50㎝ 두께로 덮는 식이다. 그리고 나무를 심는다. 매립지에 나무가 없다면 그냥 쓰레기장이다. 얼마나 황량하겠는가.

나무가 있어 공원이 될 수 있는 거다. 나무는 1991년부터 심었다. 2002년부터 적극적으로 심어서 오는 2020년까지 1000만 그루를 심을 거다. 현재는 528만 그루가 심어져 있다. 수도권 최대 공원은 아마도 여기 수도권매립지일 것이다.

언제 보람을 느끼는가?

미국 최대 규모의 공원인 센트럴파크가 ‘100만 평’이라고 한다. 우리 수도권 매립지는 미국보다 5배가 더 큰 502만 평 규모다. 여기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오직 공원으로써만 기능할 수 있다. 매립이 끝나면 502만 평, 세계 최대 규모의 공원과 최고로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 드리는 일이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지역문화 발전에 앞장서고, 사회공헌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승전‘시민들의 참여’입니다. 혐오시설에 세계 최대 최고의 공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그것 역시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공원입니다. 그 자산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돌려받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많은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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