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찬(5월 16일)
911 Memorial Park
911 추모공원을 답사하면서 든 생각인데, 의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공간 조형 만으로 자연스럽게 추모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911 추모공원은 보면 사진보다 훨씬 울림이 큰데, 그저 잘 만들어 보기 좋다고만 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대놓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아니다. 연못 규모에서 느끼는 웅장하고 장엄함. 군더더기 없는 연못의 절제된 단순미, 그 벽면과 바닥면의 무채색이 주는 비장함, 비록 작지만 수천 개의 물줄기에서 뿜어내는 웅장한 폭포수 소리 등과 같은 것이 어우러져 먹먹하면서도 숙연해지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애도의 분위기가 잘 배어 난다. 특히 감명 받은 점이 있다. 폭포수는 상단 연못에서 하단 연못으로 떨어져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형상으로 조형되어 있는데 상단 연못이 그 규모가 훨씬 크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오히려 작은 하단 연못이 더욱 웅장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작은 하단 연못의 바닥을 좀처럼 볼 수 없게 만들어 그 깊이를 가름 할 수 없고 마치 폭포수가 깊고 깊은 수렁에 한없이 빠져 들어가는 듯 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진한 감동이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도균(5월 15일)
<일본의 정원식물 가꾸기를 보면서> 면적이 좁은 정원에서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수목을 식재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정원의 식물 식재는 정답이 없다. 그래도 고수는 있다. 일본 정원에서 본 식물들은 시선을 자극하지 않는다. 식물의 형태나 색깔 그리고 질감들이 각각 ‘따로따로의 개체미’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평화로움’을 준다. 일본의 정원은 고도로 인위적 관리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져 있는데, 내가 답사하는 곳에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정원식물 식재와 관리 기법들이 많이 보인다. 자연풍경식 정원에서 식물은 제각각 자라려고 하겠지만 정원사의 손길이 그들을 통제할지라도 ‘반자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나무들이 각각의 자리를 지키며, 세월에 무르익어가는 그 어떤 자연의 모습이 있다. 일본정원에서 정원식물은 이웃집에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수관 생장, 뿌리 생장을 제한한다. 매우 협소한 공간에서도 다양한 수목들이 다층구조를 이룬다. 대·중·소 수목과 초화류들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도록 상층의 수관생장 관리를 해준다. 큰 바위들은 특정 식물군이 번성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한 자연을 가꾸어 가는 정원사의 숭고함을 읽어 보려고 하는데 아직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본 정원에 너무 찬미하는 것 아니냐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하지 않는가? 무식한 놈이 아는 척하는 것 보다는 그곳이 어디든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천천히 답사할 수 없는 한계로 인하여 깊이 있게 고찰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나머지는 다음에 장거리 일본 정원식재 답사를 기약해 본다.

김연금(5월 13일)
놀이터 _ ‘뻔한 놀이터?’ 놀이터에 대한 가장 많은 문제 지적이 ‘뻔한 놀이터’’일 것이다. 뻔한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수히 많고 뻔한 놀이터를 양산하는 시스템은 촘촘하다. 그러나 제시되는 해법은 간단하다. 보통 ‘특별한 시설물’, ‘창의적 시설물’이 쉽게 도달하는 대안이다. 특별한 시설물은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한참 공공디자인의 측면에서 놀이터가 이야기 될 때는 하이힐 형태의 미끄럼 같이 시설물 디자인에 중점을 두었었다. 반면 누군가는 재료를 중심에 두고 또 누구는 체험을 중심에 두고 특별함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웬만큼 해서는 특별해질 수 없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금방 뻔해진다. 몇 번 놀고 나면 흥미가 떨어진다. 도시 동네 놀이터의 숙명이다. 물론 ‘뻔한 ’놀이터에서 벗어나는 노력은 다방면에서 이루어져야겠지만, 놀이터를 다른 관점에서도 봤으면 한다. 놀이터에서 ‘놀이’뿐만 아니라 ‘터’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놀이터에서 ‘놀이’만을 강조했을 때 지극히 자극적인 시설물에만 집중하기 쉽다. 키즈카페가 갖는 문제는 놀이를 돈으로 산다는 것에도 있지만 아이들이 짧은 시간 내에 놀이의 즐거움을 끌어 올리는 자극적 놀이시설에 길들여진다는 것에도 있다. 놀이터는 놀이가 주는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곳은 아니다. 서성이기, 하늘을 보기, 친구를 기다리기, 혼자 울기, 친구와 싸우기, 세상의 공기를 느끼기, 동네 놀이터는 이런 것들이 허용되는 얼마 남지 않는 아이들의 세상이다. 놀이터의 디자인도 이런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 최성용 - 어릴 때 그 뻔한 놀이터에서 잘도 놀았는데 말이지요. 지금도 우리 아이는 그 뻔한 놀이터 가는 걸 좋아하는데 말이지요. 놀이터의 문제가 놀이터 자체에 있지 않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텐데. 그럼에도 놀이터에 관한 일만이 자기 영역인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놀이터를 만지작거려 아주 조금이라도 나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몫인 것도 같고, 부질없어 보이기도 하고. 저도 말은 뱉으면서도 실제 뭔가 한다는 것은 참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네요.

정석(5월 15일)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이 5월 19일 금요일 시작되어 11월까지 계속됩니다. 금단의 땅 용산미군기지를 공원으로 바꾸는 거대 프로젝트.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논의하고 방향을 찾기 위한 뜻 깊은 논의마당이 열립니다. 올해 초 자문회의 때 저는 국토교통부에 제발 천천히 하자고 요청했습니다. 반환된 미군기지를 공원으로 바꾸기 위한 공원설계 프로젝트로 보지 말고, 오랜 세월 남에게 내어준 금단의 땅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어 가서 보고, 걸어보고, 기록하고, 느껴보면서 어찌 쓸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자고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국토교통부는 100년의 긴 호흡 속에서 용산공원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겠다는 원칙을 발표했고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5월 19일 금요일 오후 2시, 전쟁기념관 이병형홀에서 첫번째 토론마당이 열립니다. 저도 토론자로 참석해서 용산미군기지 이적지를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품고 모셔야할 지에 대해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온수진(5월 13일)
[D-7] 비오는 토요일에 서울로. 거대한 화살나무가 퇴계로 초입에서 반긴다. 너무 커서 느릅나문가? 헷갈려하며 한참 바라보았다. 인공지반(그냥 화분)이니까 전반적으로 나무가 크게 자라기보단 예쁘게 자라야 하는데, 키큰나무(교목)는 이식을 위해 가지를 많이 쳐야하니 처음부터 예쁘긴 어렵고, 1~2년은 가지치기를 하면서 가꿔주어야 그래도 볼 만하다. 하지만 키작은나무(관목)들은 이식에 대한 부담이 적으니 멋진 나무들이 제법 이사 왔다. 이 화살나무를 비롯 모란, 무궁화, 불두화, 꽝꽝나무 등 몇몇은 어디 유서 깊은 종갓집 마당서 몰래 훔쳐왔나 싶을 정도다. 우야튼 왔으니 반갑고 봄비도 추적이고, 오래오래 여서 잘 지내보자!^^

김동필(5월 11일)
부산그린트러스트 시민정원사들과 ‘문재인 대통령께 바라는 소망 희망게릴라정원 만들기’ 수업 후 실습으로 부산시민공원에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의자에 앉아서 보는 정원, 하나는 의자를 이용한 정원입니다. 공원에서도 정원을 볼 수 있는 시대적 요구도 있고, 시민들도 정원만들기를 참으로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실습과정을 보고 질문도 하고 관심을 표명하네요. 양산 소남마을에서도 정원교육 후 실습으로 마을에 꽃 심는 작업(불참)을 했습니다. 생활 속의 정원문화를 꽃피울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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