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수 서울시 공공조경가그룹 위원장(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소장)

지난해 12월 조경을 비롯해 문화·건축·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울시 공공조경가’라는 이름 아래 서울을 조경·녹지·건축·디자인·인문학·안전 등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모인지도 반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지금까지 위기를 말하던 ‘조경’이 전문성을 갖고 독립적인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는 것은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만한 일이다.

올해 이들 노력을 밑거름으로 얼마전 선포된 서울시의 ‘푸른도시선언’은 녹지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고 그 중요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녹색 공간 조성에 직접 나서는 등 지금까지 전문가 자문의 한계를 넘어 보다 적극적인 참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공공조경가그룹의 위원 선정부터, 역할의 적합성, 주민참여 접근 방식, 프로젝트 선정과 참여 등 외부의 시선에서 봤을 때 일련의 과정에서 비춰진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기존의 자문위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전문가로서의 참여로 행보를 넓혀가는 과정에 발생하는 ‘독점’ 또는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서울 곳곳의 자투리땅과 유휴공간 7곳을 대상으로 한 공공조경가그룹 프로젝트의 경우 몇몇 공공조경가가 설계부터 조성 시공까지 직접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같은 우려가 더욱 커졌다. 즉 프로젝트 사업비를 직접 공공조경가가 받아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성’을 위한 전문가집단이 사업권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에 대해 ‘특혜논란’과 이에 따른 ‘공공성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서울시 공공조경가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인수 위원장(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소장)은 “공공조경가에 대해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공공조경가에 대한 바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지난 2일 서울 ‘행당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서울시 공공조경가그룹이 자투리 땅을 ‘녹지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프로젝트 사업 첫 삽을 떴다. 외부 전문가로 초빙돼 프로젝트를 이끄는 황용득 동인조경마당 소장과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 등 관계자들의 기대 속에서 작업이 시작됐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김 위원장을 만나 ‘서울시 공공조경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공공조경가 역할은 무엇인가?

공공조경가그룹은 지금까지 조경이 이야기하는 공원이나 단순한 녹지공간 뿐 아니라 마당, 골목길에서 시장까지 도시의 모든 공공 외부공간을 대상으로 조경을 확장시키는 일과 이를 위한 자문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말로만 해오던 단순한 자문위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 일하는 이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지금까지 자문이상으로 일이 실행되기까지 참여하는 것이다.

공공조경가그룹은 시에서 위촉해 공원혁신프로그램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공원혁신분과와 공모를 통해 선정돼 실제로 현장 자문과 공간 조성업무 추진하는 된 공간조경분과가 있다.

그룹은 크게 문화와 건축 및 조경디자인 분야로 나눠 선정했다. 조경분야다 보니 이에 필요한 식물전문가, 환경전문가도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것이고 이들의 힘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타 분야 사람들이 왜 공공조경가그룹에 들어와 있냐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조경가라고 해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룹 전체가 같이 협의체를 이뤄 만들어 가고 있다.

자문활동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우선 사업별로 소위원회가 많이 꾸려져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조경계나 서울시 등이 적극적으로 관심 갖고 들여다보지 않았던 용산공원의 경우 소위원회를 만들어 움직이고 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안에서는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니 만큼 자문도 기존과는 다르다. 공공성을 가지고 시의 입장뿐 아니라 조경가 입장에서 바라보려 한다.

지금까지 설계자들 의도나 발주처 의견  등을 듣지 못한 상태로 전후 상황도 모르고 진행돼 왔던 자문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문 해보자는 것이다. 현장의 의견이 가능한 한 전달이 되도록 하고 있다.

직접 녹지 공간 조성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대상지를 몇 개 제안한 것 중에 골랐다. 여기에 전문가들을 배치하고 설계과정에서 주민협의과정까지 공공조경가가 맡아서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시 측에 첫 번째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시정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는 한 공공조경가그룹 전체가 서로 책임을 지고 최대한 자율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동안 설계부터 시공까지 주로 관 주도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됐었다면 앞으로는 전문가의 의견을 가지고 주민이 함께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기 하고자 한 것. 쉽지만은 않지만 지금도 이를 위해 자치구, 사업소 별 담당 공무원에게 ‘변화’에 필요성에 대해 설득해 가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재능기부도 한계가 있어 앞으로는 시범사업이나 추진기획단 등이 필요하다. 당장은 예산 회계 규정상 서울시에서 수의 계약 범위 내에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수의계약 2000만 원 내의 자투리땅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이 잘 돼 효과가 좋으면 시에서도 천천히 다른 방법을 찾아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공공조경가가 직접 하지 않더라도 이를 운영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유휴지를 시가 그냥 용역을 줘서 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조경가가 현상설계부터 마지막까지 맡아서 할 수 있다면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너무 큰 힘이 주어 지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공공조경가가 모든일을 직접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현상설계부터 공사까지 그 과정을 공공조경가 그룹이 조율하며 주관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관 주도 방식에 단순 자문 참여에서 생긴 문제를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다.

공공조경가가 추진단을 만들어 과정을 조율하고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조경분야가 관과의 협력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결과 도출하고자 하는 것으로 주위의 도움이 적극 필요하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독식' 또는 '나눠먹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람들이 사업비 2000만 원을 설계비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설계비가 아닌 전체 사업비다. 엄청 큰 규모 사업인줄 알지만 서울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수의계약 범위인 2000만 원이 전부다. 심지어 서울시도 같은 오해를 하고 있더라.

이 중 설계비를 따져보면 요율대가로 봤을때 많이 산정해야 100만 원 정도다.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이는 들이는 시간이나 인건비도 충당이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 무슨 특혜인가.

지금 하고 있는 자투리땅의 경우 이러한 문제로 아무도 안하려하고 또 시에서도 못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 영역인 만큼 우리가 나서서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의 사업비만으로도 하기 어려워 공공조경가들이 직접 발로 뛰며 업체 협찬을 얻어가며 진행하고 있다.

공공조경가들이 다 한다는 지적이 있다 보니 여러가지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사람 있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기도 했다.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사람 있다면 와서 참여하길 바란다. 공공조경가에 대해 잘 모르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다. 모르면 그럴 수도 있다. 해명이 돼야한다.

큰 프로젝트 시범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공공조경가가 직접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

물론 공공조경가가 할 수도 있겠지만 제도상 그럴 수 도 없고 이를 통해 특혜 받고자 하는 분들도 없다.

주민참여는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공공조경가들이 직접 주민참여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말로만이 아닌 올바르게 주민참여를 끌어내자는 것이다.

주민참여가 아직도 잘못하면 사사로운 개인 민원으로 갈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시 주도와 전문가인 우리가 하는 것은 다르다. 황 소장의 경우 직접 주민과 많은 이야기를 통해 주민이 직접 사업비를 투자하는 펀딩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하는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진짜 주민참여를 위해서는 주민협의체를 끌어들여야 한다. 과거 주민참여를 이끌었던 것이 외부에서 이뤄졌다면 지금부터는 지역에 사는 거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

현재 우리는 주민과의 소통이라는 큰 틀 아래 일괄적인 적용대신 해당 조경가들이 지역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 이뤄지고 있다.

조경인 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조경계에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항상 건축이나 토목등 다른 분야에 포함돼 다뤄졌던 조경이 하나의 독립된 그룹으로써 역할을 한 것은 서울형 공공조경가그룹이 첫 사례다.

회의에 참석할 때 자문비로 서울시 규정에 따라 소정에 자문비 받는 게 고작이다. 공공조경가들 활동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데 실제로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개인을 위한 명예나 명분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조경을 위한 일로 써 가능한 일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할 수도 없고 또 새로운 인물들로 이 자리가 채워져 나가며 이들이 조경 발전에 힘써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공조경가는 이를 모델로 다른 지역으로 전파돼 결과적으로 조경의 위상을 확립하고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2년 동안 조경가 그룹이 제대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지금이 조경의 영역을 넓히고 일반인들에게 까지 조경을 알릴 수 있는 최대 기회다. 조경인들이 조경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일에 조금 더 나서야 한다.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조경인들이 건전한 비판과 적극적인 참여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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