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업계가 내년 9월 시행되는 청탁금지법인 일명 ‘김영란법’을 앞두고 애끓는 속을 태우고 있다. 정식 명칭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등 금지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 제8조 제3항 8호에 따라 화훼류도 사회상규 금품으로 못 박혀 꽃 소비 위축을 더욱 부채질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
송정섭 사단법인 정원문화포럼 회장은 “지난해 기준 국민 1인당 평균 꽃 소비는 1만4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꽃 소비 시장이 바짝 얼어가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에 이어 메르스 여파 등 생산량도 줄고 내수도 어려웠던 데다 엔저 영향으로 일본 수출 길도 막혀가고 있다”고 암울해했다. 참고로 지난해 농림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화훼 등의 기타작물 생산액은 4조194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은 가운데 이중 화훼는 전년 대비 4.4%나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훼산업 위기의 결정타는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이 생기면서 가팔라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진단이다. 당해 연도 ‘공무원 행동강령’(대통령령)에 따르면 축하란 등 꽃 선물은 3만 원 이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보내는 화환은 5만 원 이내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선물용 꽃 소비가 크게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김영란법마저 본격 시행되면 초가삼간 태우려다 엉뚱하게 빈대를 잡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송 회장도 이와 관련 “김영란법 관련 부정부패 막겠다는 취지는 좋다. 적극 공감한다. 그런데 전체 꽃 소비의 80~90%를 차지하는 선물용까지 금지하면 고위공직자들 잡으려다가 엉뚱하게 화훼업계에 치명타를 주는 격”이라고 일갈했다. 강성해 화훼농협 아리와 대표도 “선진국 대비 국내 꽃 소비 감소 추이는 비정상적으로 눈에 띄게 두드러져 화훼 농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부정청탁금품 대상에서 빼주는 걸 숙원하지만, 그게 안 된다면 현실타당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적정가격을 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3~5만 원 제한선인 꽃 선물가격은 현 소비실태를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것.
이 가운데 화훼협회 소속 1000여 명 관계자 일동은 최근 과수, 농축산협회 농민들과 함께 정부세종청사 농림부 앞에서 김영란법 규탄과 FTA실질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이후 국민권익위 건물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며 “직무와 관련 없는 1회당 99만 원의 금품은 허용하고 고유미풍양속인 화훼 및 농축산 선물은 금품 대상으로 보는 것은 한국 농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라며“부정청탁 금품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소리 높였다.
권익위는 이 같은 촉구에 어떤 대안을 내놓고 있을까. 당시 농민대회 참가자 말에 따르면 권익위 관계자가 직접 나와 10일께 농민 요청에 대한 답변을 내놓겠다며 이들을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10일이 되어 권익위에 확인한 결과 “처음 듣는 얘기다. 입법 예고일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각계 의견을 수렴해나갈 것”이란 답변만 돌아왔다.
※ 아래는 지난 4일 개최한 화훼업계 등 전국농민대회 시위 현장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