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공동체 회복에 집중한다. 중앙정부 지원 마을공동체사업의 현재와 나아갈 길, 한발 나아가 전국 시군구 마을단위의 세부 자원 가치 활용까지 객관적 지표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 항아리로 담을 공동체발전국민포럼도 최근 개최했다. 포럼에선 전국현황진단 및 중간조직역할 등 되새길 지점들이 적지 않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주제 발표 및 전문가 토론 등에서 제기된 현안들을 미니기획연재로 다뤄본다.

<1> 프롤로그
<2> 정부지원사업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
<3> 각 부처 사업 현황①- 표
<4> 각 부처 사업 현황②-긍·부정
<5> 각 부처 사업 현황③- 대안
<6> 중간조직 평가①
<7> 중간조직 평가②
<8> 에필로그

▲ 제1회 공동체국민발전포럼서 하현상 국민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박흥배 기자

‘사업명만 다를 뿐 유사하다’ 하현상 국민대 교수가 진단한 정부지원 마을공동체사업 현황이다. 지난달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공동체국민발전포럼 중 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주민들 시선으로 볼 때 중앙부처들은 사업명만 다를 뿐 유사한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진단은 여러 곳에서 흘러나왔다. 마을공동체지원사업 관련 신규 사업이 더는 없는 부처에선 “부처별 비슷한 내용의 사업이 너무 많다”며 “비효율적인 면이 없지 않다”고 했다. 일선 현장 활동가도 “현 부처별 사업 중 50%가량은 중복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행자부 마을기업과 희망마을의 수익사업 추구 유형은 유사하다. 또 농림부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과 국토부 도시활력증진지역사업은 생활공간이나 경관개선을 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업으로도 비춰진다. 그 밖에 행자부 평화생태마을, 농림부 체험휴양마을, 농림부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농림부 창조적 마을만들기사업, 산림청 산촌생태마을, 환경부 자연생태우수마을 등은 체험 숙박 면에서 닮았다.

마을에서 부처별 유사 사업을 하는 경우는 일반적이다 ▲2개 복수사업-강릉시 안반데기 마을, 평창군 대골길 산채으뜸마을 ▲3개 복수사업-세종시 나리마을, 춘천 아침볕장승마을 ▲4개 복수마을-제주 서귀포 무릉정보화마을 등.

두서너 개 혹은 그 이상의 부처별 사업을 동시에 유치, 진행하는 이유는 ‘시너지 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인프라를 채워 사업 역량을 갖추기 위해 부처별 유사 사업을 받으려는 것이다. 이는 부족한 예산을 채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더불어 유사사업을 연계해 역량 증대를 꾀하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같은 부처별 유사사업을 활용해 성과를 창출한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도출과 달리 부정적인 면이 더 두드러진다는 데 있다. 하 교수는 “중앙 부처 간 정리하지 않은 유사, 중복 사업 설계는 인력 및 예산의 중복 투입 및 비효율적인 사업운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하 교수의 비판 대목을 나열하면 이렇다. “중복지원을 알고 있는 주민 또는 지자체 담당공무원의 처지에서는 부족하거나 없는 인프라는 다른 사업으로 채울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를 갖도록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마을 처지에서는 다양한 사업들이 부처별로 개별적 절차와 시기의 차이를 두고 추진되기 때문에 행정적, 시간적으로 많은 거래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비체계적 사업추진으로 예산낭비가 초래할 수 있다”, “현장에 가보면 종합적 계획을 토대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선 재정확보 후 사업운영 방식’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설계하기도 했다”, “중앙정부 유사사업에서 재원을 확보해 땜질식으로 부족한 인프라 및 자원을 채워나가는 방식도 있었다”

뭣보다 중앙 부처의 성과주의와 경쟁이 문제라는 견해도 나왔다.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주민들이 스스로 느끼는 지원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정부의 정책사업이 이뤄지기보다는 오히려 중앙 부처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하나의 정책수단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앙 부처들이 너나없이 마을공동체사업에 뛰어드는 것 같다”며 “특정 중앙 부처의 정책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마을공동체를 이용하는 것인지 성찰할 때”라고 꼬집었다.

중앙 부처의 칸막이와 경쟁, 그리고 사업의 난립은 국비 보조금 갈아타기 같은 행태로 야기된다는 우려도 있다. 전 연구원은 “마을은 진정한 발전을 위해 지원을 받는게 아니라 지원금이라는 금전적 이득을 위해 부처별 사업간 갈아타기를 하기도 한다”며 “이런 문제로 인해 중앙 부처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이 오히려 마을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를 뛰어넘기 위해 부처 간 연계협력과 거버넌스 기구 등도 고민해 봤다”며 “주민이든 활동가든 행정기관이든 전문가든 다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사사업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어느 부처는 “기재부가 유사사업에 예산을 주겠느냐” 당치 않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또 어느 곳에서는 이렇게 마을공동체 현황 분석을 하는 것 자체가 한 부처의 성과주의에 기반한 것이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유사사업으로 인한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려는 기재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는 전언도 있다. 어느 부처에서는 “기재부가 조만간 부처 간 사업을 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사업별 유사 성격을 줄이고 통폐합해 예산 낭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기재부 측은 “현 계획상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